노바 니발리스

제44화. 첫 단체 행사

세레나가 어느 날 라면가게에 들러 뜻밖의 제안을 했다.

"도착 기념일 행사를 열까 해요."

"도착 기념일이요?"

수연이 되물었다.

"네. 이 도시엔 다들 각자 다른 날 도착했잖아요. 근데 정확한 날짜를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어요. 그래서 그냥, 다 같이 같은 날에 축하하면 어떨까 해서요."

라면사장은 그 제안에 손을 멈추고 잠시 생각했다.

"괜찮은 생각이군."

"그쵸? 다들 좋아할 것 같아요."


그렇게 도착 기념일 행사가 열리게 되었다.

시장 광장에 큰 무대가 세워지고, 도시 전체에 소문이 퍼졌다. 다들 각자의 방식으로 이 도시에 도착한 날을 기념하며 함께 모이는 자리였다.

"저도 뭔가 준비해야 하는 거예요?"

수연이 걱정스럽게 물었다.

"딱히 준비할 건 없어요. 그냥 와서 즐기시면 돼요."

세레나가 답했다. 그러나 수연의 얼굴에는 여전히 불안이 남아 있었다.


행사를 준비하는 며칠간, 가게도 분주해졌다. 라면사장은 평소보다 훨씬 많은 양의 육수를 준비했고, 소예와 이리스는 행사에 내놓을 간식거리를 고민했다.

"이런 날엔 뭘 준비하는 게 좋을까요?"

소예가 물었다.

"역시 국물이지. 근데 야외에서 팔 거니까 좀 다른 방식이 필요할 것 같은데."

수연이 답했다.

이리스가 손을 번쩍 들었다.

"제가 조명 담당할게요! 야외 무대니까 조명발이 중요하잖아요."

"그건 당연히 이리스 담당이지."

라면사장은 그 소란을 지켜보며 묵묵히 재료를 준비했다. 평소와 다름없는 표정이었지만, 그의 손길에는 미묘하게 들뜬 기색이 섞여 있었다.

마왕도 행사 소식을 듣고 흥미를 보였다.

"내가 다스릴 때도 이런 축제가 있었지. 근데 그때는 늘 정해진 날짜에, 정해진 격식대로 치렀다. 이렇게 다들 자유롭게 준비하는 건 처음 본다."

"불편하세요?"

"아니, 오히려 신선하다. 격식 없는 축제도 나쁘지 않군."


행사 당일, 광장은 온 도시 사람들로 가득 찼다. 알록달록한 장식들이 걸리고, 여기저기서 음식 냄새가 풍겼다.

이리스는 신이 나서 드론들로 화려한 빛 장식을 준비했고, 비아는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사람들과 인사를 나눴다.

"수연 언니! 오늘 완전 축제 분위기예요!"

소예가 들뜬 얼굴로 다가왔다.

"그러게. 근데 나 뭔가 불안한데."

"왜요?"

"그냥…… 느낌이 그래."


무대 위에서 세레나가 사회를 맡아 행사를 진행했다.

"오늘은 이 도시에 도착한 모든 분들을 축하하는 날입니다. 정확한 날짜는 몰라도, 우리 모두 이 도시에 도착했다는 것 자체가 축하할 일이니까요."

사람들이 박수를 쳤다. 세레나는 이어서 말을 계속했다.

"그리고 오늘, 특별히 이 도시의 첫 번째 시민을 모시고 짧은 인사말을 들어보려고 합니다."

수연은 그 말에 순간 불길함을 느꼈다.

"……설마."

"수연 씨, 나와주세요!"


가게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수연에게 쏠렸다. 소예가 신이 나서 그녀의 등을 떠밀었다.

"언니, 얼른 가요!"

"자, 잠깐만, 나 준비 안 했는데!"

"괜찮아요, 그냥 몇 마디만 하시면 돼요!"

수연은 결국 등 떠밀려 무대 위로 올라갔다. 수백 명의 시선이 그녀에게 집중되었다.

"어…… 안녕하세요."

그녀가 어색하게 인사했다. 사람들이 박수를 쳤다.


"저는……."

수연은 뭐라 말해야 할지 몰라 잠시 멈칫했다. 그녀의 시선이 가게 쪽에 서 있는 라면사장에게 닿았다. 그는 평소와 다름없이 담담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저는 이 도시에 처음 도착한 사람이에요. 벽 부수고 들어왔어요."

몇몇이 그 말에 웃음을 터뜨렸다.

"근데 그게 제일 잘한 선택이었던 것 같아요."

수연은 그 세 마디를 끝으로, 더는 말을 잇지 못했다.

"그, 그럼 이만!"


그녀는 그렇게 외치고 황급히 무대에서 도망쳤다.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리며 박수를 보냈다.

"수연 언니 완전 귀여웠어요!"

소예가 웃으며 놀렸다.

"놀리지 마! 나 진짜 심장 떨렸어."

"근데 그 마지막 말, 되게 좋았어요. 제일 잘한 선택이었다는 거."

수연은 그 말에 얼굴이 붉어졌다.

"그냥 생각나는 대로 말한 거야."


라면사장이 그런 그녀에게 다가와 그릇 하나를 건넸다.

"고생했다."

"고생은 무슨. 완전 창피했어."

"창피할 거 없다. 다들 좋아했다."

수연은 그 말에 옅게 웃었다.

"근데 사장님은 이런 행사, 왜 참여 안 하세요? 계속 가게에만 계시고."

"나는 매일이 축하할 일이다. 굳이 하루를 정할 필요가 없다."

수연은 그 대답에 뭔가 뭉클해졌다.


무대에서 내려온 수연은 한동안 사람들 사이에 숨어 창피함을 삭였다. 소예가 웃으며 그녀를 따라왔다.

"언니, 진짜 얼굴 빨개졌었어요."

"그만 놀려. 나 진짜 심장 떨렸다니까."

"근데 왜 그렇게 갑자기 도망쳤어요?"

"더 있다간 무슨 말을 할지 몰라서. 그냥 준비도 안 된 채로 감정만 앞섰거든."

수연은 그렇게 말하며 근처 노점에서 파는 따뜻한 차 한 잔을 받아 들었다.

"근데 그 마지막 말은 진심이었어요?"

소예가 물었다.

"어떤 거?"

"제일 잘한 선택이었다는 거요."

수연은 그 질문에 잠시 생각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응, 진심이었어. 그날 벽을 부순 게, 지금 생각해보면 내 인생에서 제일 용감했던 순간이었던 것 같아."

소예는 그 말에 옅게 웃었다.

"저도 언젠가 그런 순간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미 있었을걸. 여기 온 것 자체가."


행사는 늦은 밤까지 이어졌다. 사람들은 저마다 음식을 나누고, 음악을 즐기고, 서로의 도착 이야기를 나눴다.

"저는 폭풍우 치던 밤에 도착했어요."

"저는 아무 이유 없이 그냥 눈을 떠보니 여기였어요."

"저는 오랫동안 문 앞에서 망설이다가 겨우 들어왔어요."

각자의 도착 이야기가 조금씩 다르면서도, 결국 하나의 공통점으로 이어졌다. 모두가 어딘가에서 이야기가 끝났고, 이곳에서 다시 시작했다는 것.


녹사도 그날 저녁, 조용히 광장 한쪽에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평소와 달리, 그녀 주변에는 몇몇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모여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오늘은 어때요?"

한 주민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좋아요. 오늘은 특별히 조용한 밤이에요."

녹사가 옅게 웃으며 답했다. 예전 같으면 상상도 못 할 광경이었다. 그녀를 두려워하며 피하던 사람들이, 이제는 자연스럽게 그녀 곁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수연은 그 모습을 지켜보며 마음이 따뜻해졌다. 오해가 풀리는 데 걸린 시간들이, 오늘 이 축제의 풍경 속에서 하나로 모이고 있었다.

마고 센느도 부두에서 직접 어묵탕을 끓여 가지고 왔다. 라면가게 육수 옆에 나란히 자리를 잡은 그녀는,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큰 소리로 외쳤다.

"어묵탕도 한번 드셔보세요! 라면 국물이랑 비교해보시고!"

"또 그 얘기예요?"

라면사장이 어이없다는 듯 물었다.

"오늘 같은 날 아니면 언제 이렇게 나란히 놓고 겨루겠어?"

두 사람은 그렇게 투닥거리면서도, 서로의 국물을 나눠주는 훈훈한 광경을 연출했다.


이리스도 그날 밤, 사람들 앞에서 화려한 별자리 공연을 선보였다. 아홉 대의 드론이 밤하늘에 커다란 축하 문구를 그렸다.

"모두의 도착을 축하합니다."

사람들이 그 광경에 환호했다. 수연은 그 모습을 지켜보며 이리스에게 다가갔다.

"오늘 진짜 멋있었어."

"고마워요, 선배."

이리스는 그렇게 답하며 밝게 웃었다. 그러나 그 웃음 뒤에, 수연은 여전히 그녀만의 진짜 빛을 찾아가는 여정이 계속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돈키호테도 그날 저녁 무대 근처에 나타나, 뜻밖에도 얌전히 축제를 즐기고 있었다.

"오늘은 결함 조사 안 하세요?"

수연이 놀라 물었다.

"오늘 같은 날은 예외입니다. 축제에도 나름의 질서가 있는 법이니, 함부로 방해할 순 없죠."

"그거 되게 성숙한 태도네요."

"저도 배우는 중입니다."

비아가 그 옆에서 신이 나서 끼어들었다.

"오늘은 안 싸운다……이다! 평화의 날이다……이다!"

"평화 좋습니다. 대신 내일부터 다시 조사 재개하겠습니다."

"그럴 줄 알았다……이다!"

두 존재는 그렇게 투닥거리며 축제의 흥을 더했다.


헤라 몬츠도 지팡이를 짚고 나와 광장 한쪽 벤치에 앉아 있었다.

"오늘 같은 날은 산에 오르는 것보다 낫구먼."

그녀가 옅게 웃으며 중얼거렸다. 지나가던 수연이 그 말을 듣고 다가갔다.

"할머니, 오늘 기분 좋아 보이시네요."

"그럼, 이렇게 다 같이 모이는 게 얼마 만인지. 산꼭대기에서 보던 풍경보다, 이 광장 풍경이 더 좋구먼."

"그 말, 되게 의외인데요."

"나이 들면 그렇게 되는 법이여. 예전엔 높은 곳만 좋아했는데, 이제는 사람들 모인 낮은 곳이 더 좋아."

수연은 그 말에 옅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행사가 끝나갈 무렵, 세레나가 다시 무대에 올라 마무리 인사를 건넸다.

"오늘 다들 즐거우셨나요?"

사람들이 환호로 답했다.

"이 행사가 매년, 아니 매번 언제든 열릴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우리가 여기 있다는 것 자체가, 축하할 일이니까요."

수연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정확한 날짜도, 정해진 규칙도 없는 이 도시에서, 오늘 하루만큼은 모두가 함께 같은 것을 축하하고 있었다.


가게로 돌아가는 길, 비아가 신이 나서 수연의 옷자락을 잡아당겼다.

"오늘 진짜 재밌었다……이다!"

"그치? 나도 처음엔 무대 올라가서 심장 떨렸는데, 지나고 보니까 좋은 추억이 됐어."

"다음에도 또 하자……이다!"

"또? 나 또 무대 올라가야 하는 거야?"

"당연하다……이다! 1호 시민이니까……이다!"

수연은 그 말에 웃음을 터뜨렸다.

"다음엔 미리 준비 좀 하고 올라갈게."


가게에 도착한 그녀는 라면사장에게 오늘의 소감을 전했다.

"오늘 진짜 특별한 날이었어."

"그래 보이더군."

"근데 사장님도 오늘 즐거우셨어요?"

라면사장은 그 질문에 잠시 생각하다 답했다.

"다들 웃는 얼굴을 봤다. 그거면 충분히 좋은 날이다."

수연은 그 대답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 가게의 주인은, 화려한 축하보다 사람들의 웃음 하나로 충분히 만족하는 사람이었다.

그날 밤, 라면사장은 외상장부에 짧은 한 줄을 적었다.

『도착 기념일 — 정해진 날짜 없이 모두가 함께 축하한 날 (완료). 다음에도 계속.』

수연은 그 페이지를 보며 옅게 웃었다. 정확한 날짜도, 완벽한 준비도 없었지만, 오늘 하루는 이 도시 전체가 함께 만든 가장 따뜻한 축제였다.

정리를 마친 가게 안, 수연은 마지막으로 창밖을 내다보았다. 광장의 불빛들이 하나둘 꺼지고, 사람들도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러나 그 여운만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오늘 진짜 특별했다."

그녀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비아가 그 옆에서 졸린 눈을 비비며 물었다.

"내년에도 할 거냐……이다?"

"내년이라는 개념이 이 도시에 있나?"

"모른다……이다! 근데 또 하고 싶다……이다!"

수연은 그 말에 웃음을 터뜨렸다.

"그래, 또 하자. 날짜는 몰라도, 마음만 있으면 되잖아."

"맞다……이다! 마음이 제일 중요하다……이다!"

라면사장은 그 대화를 들으며 마지막 그릇을 정리했다. 오늘 하루, 이 도시의 모든 존재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서로를 축하했다. 완벽한 형식은 없었지만, 그 진심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하루였다.

가게 문을 닫기 전, 그는 문득 저 구석의 붉은 테두리 그릇을 바라보았다. 오늘 같은 날, 저 자리의 주인도 어딘가에서 함께 웃고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스쳤다. 그러나 그는 그 바람을 굳이 입 밖에 내지 않고, 조용히 불을 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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