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바 니발리스
제32화. 돈키호테 라 패치노트
가게 문이 요란한 쇳소리와 함께 열렸다.
낡은 갑옷을 입은 기사 하나가 성큼성큼 들어섰다. 투구는 삐걱거렸고, 방패는 여기저기 찌그러져 있었지만, 그의 눈빛만은 이상하리만치 형형했다.
"멈춰라!"
그가 손을 번쩍 들며 외쳤다. 가게 안 손님들이 일제히 그를 돌아보았다.
"저는 돈키호테 라 패치노트! 이 도시의 결함을 찾아내고 바로잡는 기사입니다!"
수연은 그 거창한 자기소개에 순간 어리둥절해졌다.
"……결함이요?"
"그렇습니다! 이 세계 곳곳에 숨겨진 버그, 즉 기능을 빙자한 오류들을 색출하는 것이 제 사명이지요!"
라면사장은 그 소란에도 별다른 동요 없이 손을 움직였다.
"오늘은 뭐가 문제인가."
돈키호테는 그 질문을 기다렸다는 듯 손가락을 들어 가게 한쪽을 가리켰다. 비아가 평소처럼 카운터 뒤에서 서성이고 있는 곳이었다.
"저것입니다!"
"저, 저요……이다?"
비아가 어리둥절한 얼굴로 자신을 가리키며 물었다.
"그렇다! 정확히는 네가 아니라, 네가 여닫는 그 창고 문이다!"
돈키호테는 비아의 창고 문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가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 문은 물리 법칙을 명백히 위반하고 있습니다! 저는 지난 며칠간 이 도시를 순찰하며 이 문이 실제 공간보다 훨씬 넓은 내부를 갖고 있다는 걸 확인했습니다! 이것은 명백한 버그입니다!"
"그거 원래 그런 문이에요."
수연이 어이없어하며 끼어들었다.
"원래 그렇다는 게 바로 문제입니다! 공간이 저래도 되는가! 이것은 예측된 실패입니다!"
비아는 그 말에 발끈하며 문 앞을 가로막았다.
"내 문 멀쩡하다……이다! 예측된 실패 아니다……이다!"
"멀쩡하지 않다! 넓이가 일정하지 않고, 안에서 나오는 물건도 매번 달라지지! 이것은 명백한 랜덤 오류다!"
"그건 재밌으라고 그런 거다……이다!"
"재미는 버그를 정당화하는 이유가 될 수 없습니다!"
가게 안 손님들이 그 만담 같은 언쟁에 하나둘 웃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비아와 돈키호테는 서로를 마주 보며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당신이 뭔데 내 문을 고친다는 거냐……이다!"
"저는 이 세계의 결함을 바로잡는 기사입니다! 자격은 충분합니다!"
"자격증 있냐……이다?"
"자격증은 없지만 사명감이 있습니다!"
"그게 자격증이냐……이다!"
소예도 그 옆에서 웃음을 참으며 작게 속삭였다.
"저 두 분, 되게 잘 어울리는데요?"
"어떤 의미로?"
"둘 다 한 치도 안 물러서잖아요. 완전 라이벌 같아요."
수연은 그 표현에 고개를 끄덕였다. 비아의 억지스러운 고집과 돈키호테의 과장된 사명감이, 묘하게도 서로를 완벽하게 받아치는 조합을 이루고 있었다.
마왕도 그 광경을 흥미롭게 지켜보며 팔짱을 꼈다.
"저 기사, 예전 왕국에도 비슷한 자가 있었지. 매사에 규칙을 따지던 신하 하나."
"어떻게 됐는데요?"
"결국 나한테 제일 직언을 잘하는 신하가 됐다. 불편했지만 필요했지."
수연은 그 말에 흥미로운 예감이 들었다. 어쩌면 이 소란스러운 기사도, 이 가게에 필요한 존재가 될지 몰랐다.
수연은 그 대화를 지켜보며 웃음을 참느라 애를 먹었다. 두 존재의 케미가 묘하게 완벽한 부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저기, 근데 진짜 그 문 조사하실 거예요?"
그녀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물론입니다! 정식 절차에 따라 조사하겠습니다!"
돈키호테는 그렇게 선언하며 허리춤에서 낡은 측정 도구를 꺼냈다. 자, 줄자,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작은 기계 장치까지.
"먼저 외부 치수를 측정하겠습니다."
그가 진지하게 문의 가로세로를 재기 시작했다. 비아는 그 옆에서 팔짱을 끼고 노려보았다.
"쓸데없는 짓이다……이다."
"과학적 절차입니다!"
"과학 아니다……이다! 그냥 마법이다……이다!"
"마법이라도 규칙이 있어야 합니다! 규칙 없는 마법은 버그입니다!"
그는 줄자로 문의 가로, 세로, 대각선까지 재더니 작은 수첩에 그 수치를 꼼꼼히 기록했다.
"흠…… 어제 측정치와 또 다르군요."
"어제도 왔었냐……이다?"
"물론입니다! 저는 매일 새벽 이 도시를 순찰하며 이상 징후를 기록합니다."
"몰래 재고 다닌 거냐……이다? 완전 스토커다……이다!"
"조사관입니다!"
"스토커다……이다!"
"조사관이라니까요!"
가게 안 손님들이 그 유치한 말싸움에 결국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돈키호테는 그 웃음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기계 장치로 뭔가를 측정했다. 삐빅거리는 소리와 함께 작은 화면에 알 수 없는 숫자들이 표시됐다.
"이 장치는 뭐예요?"
수연이 궁금해서 물었다.
"공간 밀도 측정기입니다! 제가 직접 만들었지요!"
"진짜 만드신 거예요?"
"물론입니다! 저는 결함을 찾을 뿐만 아니라, 결함을 찾는 도구도 직접 개발합니다!"
그 뿌듯한 자랑에 수연은 묘하게 감탄했다. 우스꽝스러운 겉모습과 달리, 그의 열정만큼은 진심이었다. 저 정도의 집요함이라면, 정말로 언젠가 이 도시의 숨은 결함 하나쯤은 찾아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측정을 마친 돈키호테가 이번엔 문을 열고 안을 들여다보려 했다. 그러나 비아가 재빨리 그 앞을 막아섰다.
"안 된다……이다! 아무나 못 들어간다……이다!"
"조사에 협조하지 않는 것은 결함을 은폐하려는 시도로 간주됩니다!"
"은폐 아니다……이다! 그냥 사생활이다……이다!"
"사생활은 시스템 결함의 변명이 될 수 없습니다!"
두 존재는 그렇게 한참을 옥신각신했다. 결국 라면사장이 국자를 내려놓고 그 사이에 끼어들었다.
"둘 다 그만해라."
그의 낮은 목소리에 두 존재가 동시에 멈췄다.
"저 문은 원래 그런 문이다. 고장 난 게 아니다."
"하지만 명백히 물리 법칙에……."
"이 도시엔 물리 법칙 말고도 다른 법칙이 있다. 그게 이 도시의 방식이다."
돈키호테는 그 설명에 잠시 갈등하는 기색을 보였다.
"……그럼 이건 버그가 아니라 사양이라는 겁니까?"
"그렇다."
"사양이라면 왜 아무도 문서화하지 않았습니까! 이것도 문제입니다!"
라면사장은 그 반박에 옅게 웃음을 흘렸다. 물러설 줄 모르는 그 집요함이 오히려 흥미로웠다.
"문서화까지 필요한가."
"당연합니다! 명세 없는 기능은 언젠가 혼란을 야기합니다!"
수연은 그 대화를 들으며 문득 궁금해졌다.
"근데 왜 이렇게까지 버그 찾는 데 진심이세요?"
돈키호테는 그 질문에 투구를 살짝 들어 올리며 진지한 얼굴을 드러냈다.
"이 세계가 완벽해지길 바라기 때문입니다."
"완벽이요?"
"그렇습니다. 결함이 없는 세계, 예측 가능한 세계. 그것이 제가 꿈꾸는 이상입니다."
그 말에는 의외의 진지함이 담겨 있었다. 수연은 그 순간, 그의 우스꽝스러운 갑옷과 과장된 말투 뒤에 숨겨진 진심을 살짝 엿본 기분이었다. 완벽을 좇는 그 눈빛이, 어쩌면 그가 지나온 어떤 불완전한 과거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른다는 예감이 스쳤다.
"근데 이 도시는 완벽하지 않아도 되는 곳 같은데."
"……그게 무슨 뜻입니까?"
"여긴 좀 이상하고 불완전한 것들도 다 나름의 이유가 있거든요. 비아의 문도 그렇고요."
돈키호테는 그 말에 잠시 생각에 잠겼다.
세레나가 마침 순찰 도중 가게에 들렀다가 그 소란을 보고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오늘도 문 조사하시나요?"
"그렇습니다! 세레나 님도 이 결함에 대해 알고 계셨습니까?"
"알고 있었죠. 근데 저는 딱히 문제라고 생각한 적은 없어요."
"어째서입니까? 명백한 물리 법칙 위반인데."
세레나는 그 질문에 옅게 웃었다.
"이 도시엔 원래 그런 게 많아요. 시간도 이상하게 흐르고, 눈도 이상하게 내리고. 근데 그게 다 나쁜 것만은 아니더라고요."
돈키호테는 그 말에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럼 이 도시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결함이라는 뜻입니까?"
"결함이라기보단, 그냥 다른 규칙으로 돌아가는 곳이죠."
"규칙이 다르면 결함이 아니라는 논리는 위험합니다! 그런 논리라면 모든 오류가 정당화될 수 있습니다!"
세레나는 그 반박에도 여유롭게 웃었다.
"그럴 수도 있죠. 근데 가끔은 그 오류들이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것일 수도 있어요."
"그렇다 해도 저는 확인해야 직성이 풀립니다."
그가 다시 단호하게 선언했다.
"제 사명이 그렇습니다."
비아가 그 고집에 다시 발끈했다.
"고집불통이다……이다!"
"결단력이라고 해주십시오!"
"고집불통이다……이다!"
"결단력입니다!"
"고집불통이다……이다!"
"…… 결단력입니다."
돈키호테의 목소리가 살짝 흔들렸다. 반복되는 놀림에 슬슬 밀리는 기색이었다.
라면사장은 그 반복되는 언쟁에 결국 한숨을 내쉬며 다른 방법을 제안했다.
"그럼 이렇게 하자. 문은 그대로 두고, 대신 다른 걸 고쳐봐라."
"다른 것이요?"
"네 갑옷. 경첩이 삐걱거리는 소리가 아까부터 계속 들린다."
돈키호테는 그 지적에 순간 얼어붙었다.
"……제 갑옷 말입니까?"
"그래. 그것도 명백한 결함이다. 소리가 계속 나는데 왜 아직 안 고쳤나."
돈키호테는 그 반박에 말문이 막혔다. 자신의 갑옷을 내려다보니, 과연 여기저기 녹슬고 삐걱거리는 부분이 눈에 띄었다.
"……확인해보겠습니다."
그는 순순히 갑옷을 벗어 라면사장에게 건넸다. 라면사장은 익숙한 손길로 경첩 부분을 살피며 기름을 발라주었다.
"이거다. 여기 계속 마찰이 생겨서 소리가 난 거다."
"어떻게 이렇게 잘 아십니까?"
"매일 냄비 손잡이 고치다 보면 이런 건 다 안다. 삐걱거리는 소리는 다 비슷한 이유다."
"그렇군요…… 배웠습니다."
돈키호테는 그 실용적인 수리에 감탄한 얼굴을 감추지 못했다.
"……제 문제를 먼저 발견하시다니. 부끄럽습니다."
"부끄러울 거 없다. 다들 자기 결함은 잘 못 본다."
돈키호테는 그 말에 한참을 침묵하다가, 다시 갑옷을 걸치며 한결 가벼워진 움직임을 확인했다.
"오오, 소리가 안 납니다!"
"그럼 됐다. 별거 아닌 걸로 그렇게 유난 떨 필요 없다."
비아는 그 광경을 지켜보며 킥킥 웃었다.
"거봐라……이다! 네 갑옷이나 신경 써라……이다!"
돈키호테는 그 놀림에도 별로 억울해하지 않았다.
"인정합니다. 제 갑옷의 결함을 먼저 발견하지 못한 것은 제 불찰입니다."
"그럼 이제 내 문 좀 그만 괴롭힐 거냐……이다? 벌써 세 번째 측정이다……이다."
돈키호테는 잠시 고민하다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저는 여전히 그 문을 예의주시할 것입니다. 다만 오늘은 물러가겠습니다."
"또 온다는 거냐……이다?"
"물론입니다! 저는 정기적으로 이 도시를 순찰하며 결함을 점검할 것입니다! 매주, 어쩌면 매일!"
비아는 그 선언에 질렸다는 듯 고개를 저었지만, 그 표정에는 은근한 반가움도 섞여 있었다. 매일이라는 말에 오히려 살짝 설레는 기색마저 엿보였다.
"……마음대로 해라……이다."
돈키호테가 떠난 뒤, 가게 안은 다시 평소의 분위기로 돌아왔다. 수연이 웃으며 비아에게 물었다.
"저 사람 진짜 특이하다."
"진짜 이상하다……이다! 근데……." 비아는 잠시 뜸을 들이다 덧붙였다. "또 오면 재밌을 것 같다……이다. 심심하지 않다……이다."
"그렇게 싸웠는데도?"
"싸운 거 아니다……이다. 놀아준 거다……이다."
"싫어하는 거 아니었어?"
"싫어하는 거 아니다……이다. 그냥…… 만담 상대다……이다."
수연은 그 말에 웃음을 터뜨렸다. 이 가게는 오늘도 또 하나의 독특한 관계를 얻은 듯했다.
라면사장은 그 모습을 지켜보며 옅게 웃었다. 그는 문득 외상장부를 떠올렸다. 언젠가 저 기사의 이름도 그 페이지에 적히게 될 것이었다. 아마도 이렇게: 『돈키호테 라 패치노트 — 완벽하지 않아도 되는 법 배우기 (진행 중)』.
소예가 그 어수선했던 자리를 정리하며 웃음을 참지 못했다.
"오늘 진짜 재밌었어요. 이런 손님은 처음이에요."
"매일 이런 식이면 피곤할 것 같기도 하고."
수연이 웃으며 대답했다.
"그래도 심심하진 않을 것 같아요."
라면사장은 그 대화를 들으며 갑옷을 고쳐준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결함을 찾겠다며 소란을 피우던 기사가, 정작 자기 몸에 붙은 문제는 알아채지 못했다는 사실이 묘하게 이 도시의 많은 존재들을 떠올리게 했다. 남의 것은 잘 보여도, 제 것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 법이었다.
비아는 카운터에 걸터앉아 창밖으로 사라지는 돈키호테의 뒷모습을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내일도 올까……이다?"
"글쎄, 본인이 그렇게 예고했으니까."
"오면…… 이번엔 내가 먼저 문제 찾아줄 거다……이다. 갑옷 말고 다른 데."
"어디?"
"모른다……이다. 근데 분명히 있을 거다……이다. 다들 하나씩은 있으니까."
수연은 그 말에 웃음을 터뜨렸다. 비아 나름의 방식으로, 그녀도 이미 그 소란스러운 기사를 손님으로, 어쩌면 친구로 받아들이고 있는 듯했다. 이 가게의 문턱을 넘은 또 하나의 독특한 인연이, 오늘 이렇게 요란하게 그 첫 장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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