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바 니발리스

제19화. 오해의 값

녹사가 가게에 드나들기 시작한 지 며칠이 지났지만, 도시 전체의 시선이 하루아침에 바뀌지는 않았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피했다. 그리고 그중 몇몇은, 피하는 것으로 만족하지 못했다.

그날 오후, 시장 어귀에서 소동이 벌어졌다. 녹사가 배달을 나온 수연과 마주쳐 잠깐 인사를 나누던 참이었다. 근처 포목점 주인 하나가 그 모습을 보고 성큼성큼 다가왔다.

"저리 가!"

그가 소금 한 줌을 녹사를 향해 뿌렸다.

"당장 이 도시에서 나가! 네가 오고 나서부터 다들 밤에 잠도 못 자잖아!"

주변 사람들이 놀라 걸음을 멈추고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녹사는 얼굴에 소금이 튀는 순간에도 표정 하나 흔들리지 않았다. 그저 익숙하다는 듯, 담담히 그것을 견뎠다.

"아저씨!"

수연이 놀라 소리쳤다.

"뭐 하시는 거예요!"

"넌 몰라서 그래. 저 여자 오고 나서 밤마다 얼마나 무서운 소리가 나는지 알아? 우리 애가 무서워서 밤에 잠도 못 잔다고!"

"그 소리는 이분이 사람들을 도우려고 내는 소리예요!"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재앙이 사람을 돕는다는 게 말이 돼?"

포목점 주인은 흥분해서 목소리를 높였다. 녹사는 그 고함 속에서도 조용히 옷에 묻은 소금을 털어냈다.

"괜찮아요."

그녀가 낮게 말했다.

"안 괜찮아요! 이건 완전 억울한 거잖아요!"

"익숙해요. 이런 반응."

수연은 그 담담함이 오히려 더 마음 아팠다. 익숙해졌다는 건, 그만큼 오랫동안 이런 일을 겪어왔다는 뜻이었으니까.

포목점 주인은 씩씩거리며 자리를 떴다. 남은 사람들도 서둘러 흩어졌다. 수연은 녹사의 옷에 묻은 소금을 털어주며 화를 삭이지 못했다.

"저 아저씨 진짜 너무해요."

"괜찮다니까요."

"안 괜찮아 보이는데요."

녹사는 옅게 웃었다.

"화내주는 사람이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해요."


그날 밤, 수연은 가게에서 그 이야기를 전하며 여전히 화가 가라앉지 않은 얼굴이었다.

"진짜 너무하지 않아? 도와준 사람한테 소금을 뿌리다니."

라면사장은 손을 멈추지 않은 채 물었다.

"그 포목점 주인, 요즘 잠을 얼마나 못 잤는지 아나."

"그거랑 이거랑 무슨 상관이야?"

"두려움은 원래 제일 만만한 곳으로 향한다. 그 사람은 지금 자기 딸 걱정에, 장사 걱정에,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있다. 그 불안을 쏟아낼 곳이 필요했을 거다."

"그렇다고 죄 없는 사람한테 그래도 돼?"

"안 된다. 그건 잘못이다."

라면사장은 단호하게 말했다.

"근데 그 잘못의 뿌리가 뭔지는 알아야 한다. 그래야 다음에 같은 일이 안 생긴다."

"그럼 나는 어떻게 해야 돼? 그냥 참아?"

"참으라는 게 아니다. 화내야 할 땐 화내야 한다. 다만 그 화가 누구를 향해야 하는지는 잘 봐야 한다."

"누구를 향해야 하는데?"

"그 사람이 아니라, 그 사람을 그렇게 만든 것. 잠 못 이루게 한 두려움 자체."

수연은 그 말을 곱씹었다. 쉽게 납득이 가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무작정 포목점 주인을 미워하는 것보다는 나은 방향처럼 느껴졌다.

소예가 옆에서 조용히 거들었다.

"저도 그 아저씨 딸 알아요. 요즘 학교에서 밤 소리 얘기 때문에 놀림받는다고 하더라고요. 애들이 무섭다고 피하니까."

"그런 것도 있었어?"

"네. 그러니까 아저씨도 더 예민해졌을 거예요. 자기 딸 걱정에."

수연은 그 말에 조금씩 마음이 누그러졌다. 여전히 소금을 뿌린 행동 자체는 잘못이었지만, 그 뒤에 숨은 사정을 알고 나니 무작정 미워하기가 어려워졌다.

수연은 그 말에 조금 진정됐지만, 여전히 마음이 편치 않았다.


라면사장이 그 대화 끝에 낮게 덧붙였다.

"소금 뿌린 값은 언젠가 그 사람 스스로 치를 거다."

"그게 무슨 뜻이야?"

"오해로 남에게 상처 준 사람은, 결국 그 오해가 풀리는 순간 자기 자신한테 더 큰 값을 치른다. 부끄러움이라는 값을."

"그럼 우리가 굳이 뭘 안 해도 돼?"

"그건 아니다. 화는 내야 한다. 잘못은 잘못이라고 말해야 한다. 다만 그 사람이 스스로 깨달을 여지도 남겨둬야 한다는 거다."

수연은 그 말을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어렴풋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 밤늦게, 포목점 주인이 결국 쓰러졌다.

그는 재고 정리를 한다며 늦게까지 가게에 남아 있다가, 계단에서 발을 헛디뎌 굴렀다. 다행히 크게 다치진 않았지만, 정신을 잃고 쓰러진 그를 처음 발견한 것은 다름 아닌 녹사였다.

그녀는 순찰을 돌던 세레나에게 곧장 알렸고, 세레나가 서둘러 의사를 불러왔다. 포목점 주인이 깨어났을 때, 가장 먼저 본 것은 자신에게 소금을 뿌렸던 그 여자의 얼굴이었다.

"……왜 나를."

그가 힘없이 물었다.

"쓰러지는 소리가 들렸어요."

"나한테 그런 짓을 당하고도."

녹사는 그 말에 잠시 침묵하다가, 조용히 답했다.

"당신이 나를 미워하는 거랑, 내가 당신을 돕는 거랑은 다른 문제예요."

포목점 주인은 그 말에 아무 대꾸도 하지 못했다. 그는 자신이 뿌린 소금과, 지금 자신을 살린 손이 같은 사람의 것이라는 사실 앞에서 말을 잃었다.

세레나가 그의 상태를 살피며 조용히 덧붙였다.

"많이 무리하셨더라고요. 재고 정리, 며칠째 밤새 하셨죠?"

"……어떻게 아셨어요."

"순찰 돌 때 불빛이 계속 켜져 있는 거 봤어요. 걱정했었어요."

포목점 주인은 그 말에 부끄러운 듯 고개를 떨궜다.

"장사가 잘 안 돼서요. 애 학비도 그렇고……. 밤에라도 일을 더 해야 할 것 같아서."

"그래도 몸이 상하면 아무 소용없어요."

"알아요. 아는데도……."

그는 말을 잇지 못했다. 녹사는 그런 그를 가만히 지켜보다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쉬세요. 오늘은."

그 말을 끝으로 그녀는 조용히 자리를 떴다. 포목점 주인은 그 뒷모습을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다음 날, 그가 직접 가게를 찾아왔다. 평소보다 훨씬 위축된 걸음걸이였다.

"저기……." 그가 카운터 앞에서 우물쭈물했다. "그분, 여기 자주 오신다고 들었는데."

"녹사 말인가."

"네."

"오늘은 안 왔다. 왜."

"사과하고 싶어서요."

라면사장은 그를 잠시 바라보다가 말했다.

"본인한테 직접 해라. 나한테 할 게 아니다."

"그럴 자격이 있을까요……."

"자격은 누가 주는 게 아니다. 하고 싶으면 하는 거다."

포목점 주인은 그 말에 고개를 숙였다. 마침 문이 열리고 녹사가 들어섰다.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고, 포목점 주인은 순간 얼어붙었다.

"저……."

그가 힘겹게 입을 뗐다.

"어제는…… 죄송했습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살려주셔서."

녹사는 잠시 그를 바라보다가, 옅게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아요."

"안 괜찮았을 텐데요."

"솔직히 말하면, 안 괜찮았어요. 근데 그것과 별개로, 당신이 다치는 소리를 그냥 넘길 순 없었어요."

포목점 주인은 그 대답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통증은…… 벌이 아니에요."

녹사가 낮게 덧붙였다.

"제가 가장 잘 알아요. 그건 아직 늦지 않았다는 마지막 증거예요. 당신이 어제 쓰러진 것도, 몸이 더 늦기 전에 보낸 마지막 신호였어요."

가게 안이 조용해졌다. 수연은 그 말을 들으며, 며칠 전 아이에게 라면사장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아픈 건 경고다. 경고가 없으면 무너지는 것도 모른다. 그 말이 이제야 완전히 하나로 이어지는 느낌이었다.

포목점 주인은 한참을 그렇게 서 있다가, 문득 무언가 결심한 듯 다시 입을 열었다.

"제가…… 뭘 어떻게 하면 될까요. 그냥 사과만으로는 부족한 것 같아서."

녹사는 잠시 생각하다 답했다.

"딸한테 말해주세요. 그 소리는 무서운 게 아니라, 누군가를 돕는 소리라고."

"그거면 될까요?"

"그거면 충분해요. 저는 사람들이 저를 좋아해주길 바라는 게 아니에요. 그냥…… 무작정 미워하지만 않았으면 하는 거예요."

포목점 주인은 그 말에 고개를 깊이 숙였다.

"약속할게요."

그는 그렇게 말하고서야 비로소 어깨의 긴장을 조금 풀었다. 라면사장은 그 광경을 지켜보며 조용히 새 그릇을 준비했다.

"둘 다 앉아라. 오늘은 내가 낸다."

"왜요?"

"화해에는 국물이 필요하다."

그 말에 가게 안 몇몇이 옅게 웃음을 터뜨렸다. 팽팽했던 공기가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다.


포목점 주인은 그날 조용히 한 그릇을 주문했다. 녹사와 같은 테이블은 아니었지만, 더는 그녀를 피해 자리를 옮기지 않았다.

식사를 마친 그가 나가며 라면사장에게 말했다.

"다음부턴 밤늦게까지 일 안 하려고요. 몸이 보내는 신호, 무시하지 않을게요."

"잘 생각했다."

그가 떠난 뒤, 소예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 아저씨 진짜 바뀔까요?"

"바로 완전히는 아닐 거다. 그래도 오늘 한 걸음은 뗐다."

"그거면 되는 거예요?"

"오해도, 화해도 한 번에 되는 건 없다. 오늘 값은 오늘까지다."

수연은 그 말을 곱씹으며 가게 밖을 내다보았다. 저물어가는 햇살 아래, 도시는 여전히 그 소리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채였다. 그러나 적어도 한 사람의 오해는, 오늘 조금 값을 치르고 풀려나갔다.

비아가 카운터 뒤에서 작게 중얼거렸다.

"내일은 또 다른 사람이 오해할 거다……이다."

"그래도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하는 거지."

수연이 답했다.

"맞다……이다. 오늘 값은 오늘까지다……이다."

비아는 라면사장의 말을 그대로 따라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가게 안의 불빛이 저녁 어스름 속에서 조용히 골목을 밝히고 있었다.

며칠 뒤, 포목점 주인은 정말로 딸의 손을 잡고 가게를 찾아왔다. 어린 딸은 녹사를 보고 처음엔 아버지 뒤로 숨었지만, 아버지가 무릎을 굽혀 조곤조곤 설명해주자 조심스럽게 고개를 내밀었다.

"저 언니가…… 밤에 우는 언니예요?"

딸이 작게 물었다.

"응. 근데 무서운 게 아니야. 누가 아프면 대신 소리 질러주는 거래."

"왜 대신 질러줘요?"

녹사가 그 질문에 몸을 낮춰 아이와 눈높이를 맞췄다.

"어떤 사람들은 자기가 힘들다고 말을 잘 못 해. 그래서 내가 대신 말해주는 거야."

"저도 힘들면 말해줘요?"

"네가 말 못 하면, 내가 대신 해줄게. 근데 되도록이면 네가 직접 말하는 게 더 좋아. 그게 더 빨리 도와줄 수 있거든."

딸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조심스럽게 웃었다. 포목점 주인은 그 모습을 보며 눈시울을 붉혔다.

수연은 카운터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며, 오해가 풀리는 데는 며칠, 혹은 그보다 훨씬 오랜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그러나 오늘, 이 가게 안에서는 적어도 하나의 오해가 확실히 자리를 옮기고 있었다.

가게를 나서며 딸아이는 녹사를 향해 작게 손을 흔들었다. 녹사는 그 인사에 잠시 멈칫하더니, 서툴게나마 손을 마주 흔들어주었다. 그 어색한 손짓 하나가, 그녀에게는 오랫동안 받아보지 못한 인사였다.

비아가 그 모습을 보고 옆에서 작게 속삭였다.

"저것 봐라……이다. 오해도 결국 값을 치르면 풀린다……이다."

"근데 그 값을 치르는 게 꼭 저 아저씨만은 아니었던 것 같아."

수연이 조용히 답했다.

"무슨 소리냐……이다?"

"녹사 씨도 매번 참고, 매번 이해해주고. 그것도 값이잖아. 자기 몫이 아닌데도."

비아는 그 말에 한참을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다……이다. 그래도 언젠가는 아무도 값을 안 치러도 되는 날이 올 거다……이다."

수연은 그 말에 옅게 웃으며 비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러면 좋겠다."

가게 밖, 저녁 골목은 어느새 완전히 어둠에 잠겨 있었다. 그러나 오늘 밤, 적어도 이 도시의 한 귀퉁이에서는 두려움 대신 작은 화해 하나가 조용히 자리를 잡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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