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바 니발리스
제189화. 형사의 마지막 진술
형사는 천천히 다가섰다. 발걸음은 크지 않았지만, 각각의 걸음마다 무게가 실려 있었다— 오랜 세월 현장을 밟아온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조심스럽지만 흔들리지 않는 무게.
그는 라면사장의 두 걸음 앞에서 멈췄다. 딱 그 정도의 거리— 다가서되 침범하지 않는, 오랫동안 몸에 밴 수사관의 거리였다.
광장은 여전히 조용했다. 세레나도, 녹사도, 비아도, 수연도, 모두 그 자리에서 숨을 죽인 채 두 사람을 지켜보고 있었다. 하늘의 갈라진 틈은 이제 실낱같은 빛으로만 남아 있었고, 그 빛이 두 사람의 얼굴 위로 옅게 드리워졌다.
형사는 잠시 그 얼굴을— 방금까지 무언가와 오래도록 씨름한 흔적이 남은 그 얼굴을—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당신은 세상에서 가장 큰 사건을 저지르는 중이면서," 그가 낮고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자기 자신을 가장 오래 방치한 피해자이기도 합니다."
그 말이 광장의 정적 속으로 퍼져나갔다. 누구도 끼어들지 않았다.
"제가 본 모든 현장이 그랬어요." 형사가 말을 이었다. "가해자와 방치된 사람이 한 몸인 경우가 제일 많았습니다."
그것은 비난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위로도 아니었다. 그것은 그가 평생에 걸쳐 수십 개의 현장에서 확인해온, 가장 정직한 관찰의 결론이었다. 사람은 대개 가해자이거나 피해자이거나 둘 중 하나로 나뉘어 기록되지만, 실제로 그가 마주한 현장들은 대부분 그렇게 깔끔하게 나뉘지 않았다. 죄를 지은 손과, 그 손을 그렇게 만든 오래된 상처가, 언제나 같은 몸 안에 있었다.
"제 마지막 사건도 그랬습니다." 그가 덧붙였다. 목소리에 옅은 무게가 실렸다. "가해자는 이미 처벌받았다고 서류상 종결되어 있었죠. 하지만 실제로는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시스템 밖에서 끝냈고, 그만큼 대가를 치렀습니다. 그런데— 그 뒤로 제가 지키려 했던 사람의 얼굴이, 잘 떠오르지 않습니다. 부탁만 남고, 사람이 지워진 거죠." 그는 자신의 코트 안쪽을 슬쩍 짚었다. 그 안에 든 낡은 메모의 감촉을 확인하듯이. "저는 그 사건 이후로, 제가 가해자인지 피해자인지 스스로도 정확히 구분하지 못한 채 살아왔습니다. 아마 당신도— 지금 비슷한 자리에 서 있을 겁니다."
라면사장은 그 말을 들으며, 눈을 감았다.
그의 눈꺼풀이 닫히는 그 짧은 순간에도, 안에서는 많은 것들이 지나가고 있었다. 형사의 말은 정확했다. 너무 정확해서, 반박할 여지가 없었다. 그는 세상의 고통을 줄이겠다는 명분으로 셀 수 없이 많은 존재를 지워왔다. 그러나 그 명분 아래, 그 자신의 오래된 상처— 관찰자로만 존재해야 했던 그 고독, 사랑해서는 안 된다고 스스로에게 명령해온 그 오랜 금제— 는 단 한 번도 제대로 다뤄진 적이 없었다. 그는 세상 모든 이의 고통을 저울질하면서, 정작 자기 자신의 고통은 저울에 올린 적조차 없었다.
눈을 감은 채로, 그의 숨이 아주 느리게 오갔다. 들이쉬고, 잠시 멈추고, 다시 내쉬는 그 리듬이 평소보다 훨씬 길었다. 마치 숨 하나하나에 무언가를 실어 보내는 것처럼.
형사는 그 침묵을 서두르지 않았다. 그는 오랜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사람이 가장 깊은 진실에 닿으려 할 때는, 말이 아니라 침묵이 먼저 온다는 것을. 그 침묵을 성급하게 채우면, 진실은 다시 숨어버린다. 그래서 그는 기다렸다. 라면사장의 감긴 눈꺼풀이 미세하게 떨리는 것을, 그 떨림이 잦아들었다가 다시 일렁이는 것을, 그는 하나하나 지켜봤다.
침묵이 한참 이어진 뒤, 형사는 자신의 허리춤에 걸어두었던 국자를 천천히 내려놓았다. 그가 이 도시에 온 이후로, 그 국자는 늘 그의 곁을 지켰었다— 처음엔 어색하게, 나중엔 자연스럽게. 그는 그 국자를 광장의 돌바닥 위에 조심스럽게 내려놓고, 코트 안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그의 손끝에 닿은 것은, 오랫동안 품고 다녀 모서리가 다 닳은 낡은 메모 한 장이었다.
그는 그것을 꺼내, 라면사장 앞으로 조용히 내밀었다.
"저는 이 부탁 하나로 여기까지 왔습니다." 그가 말했다. 종이 위에는 이제는 색이 바랜 글씨로, "내 토끼를 부탁해"라는 문장이 남아 있었다. 그가 이 모든 여정의 처음부터 품고 다녔던, 지키지 못한 누군가의 마지막 말이었다.
"당신은—" 형사가 잠시 말을 멈췄다가, 다시 이었다. "뭘로 여기까지 왔습니까."
그 질문 앞에서, 라면사장은 여전히 눈을 감은 채였다.
시간이 흘렀다. 광장의 누구도 그 침묵을 방해하지 않았다. 수연은 눈 한 번 깜빡이지 못한 채 그를 바라보고 있었고, 비아는 반투명한 손을 가만히 모으고 있었다. 세레나도, 녹사도, 파빌라도, 이리스도, 볼도도— 모두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기다리며, 발끝으로 스며드는 돌바닥의 냉기조차 잊고 있었다.
그의 숨이 한 번 들어왔다. 아주 느리게, 코끝에서부터 가슴 깊은 곳까지 채워지는 그 숨을, 광장의 정적이 고스란히 담아냈다. 그리고 그 숨은 한참을 그의 안에 머물렀다— 마치 그 숨을 내쉬는 순간, 무언가 되돌릴 수 없는 것이 함께 빠져나갈 것을 아는 사람처럼.
형사는 그 멈춘 숨을 보며 조급해하지 않았다. 그는 국자를 쥔 손에 힘을 주지도, 발끝을 움직이지도 않았다. 그저 지금 이 침묵이 다 자라날 때까지 기다렸다. 파빌라는 그 정적 속에서 자기도 모르게 두 손을 꽉 맞잡았고, 이리스는 입술을 깨물었다. 볼도는 숨소리 하나조차 이 순간을 방해할까 두려운 듯, 자신의 호흡마저 죽이고 있었다.
라면사장의 숨이, 마침내 아주 길게 빠져나갔다.
그의 눈꺼풀 아래로, 지금까지 살아온 모든 시간이 다시 한번 지나갔다. 서기관이었던 시절의 무기력한 관찰, 비아와 함께 경계를 빠져나오던 그 첫 숨, 세레나에게 힘을 건네던 그 손짓, 그리고 이 작은 도시에서 매일 아침 물을 끓이던 반복. 그 모든 시간 속에서, 그는 자신이 무엇을 원동력으로 여기까지 걸어왔는지 단 한 번도 스스로에게 물어본 적이 없었다. 그는 늘 사명, 직무, 계산을 이유로 대왔다. 그러나 지금 이 질문 앞에서, 그 모든 이유들이 하나씩 벗겨져 나갔다.
다시 숨이 들어왔다. 이번엔 조금 더 얕고, 조금 더 빨랐다— 마치 그의 안에서 무언가가 마침내 표면 가까이 떠오르고 있다는 신호처럼. 광장의 누구도 눈을 떼지 못했다. 그 짧은 숨의 변화 하나가, 지금 이 순간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처럼 느껴졌다.
그의 숨이 다시 한번 길게 나왔다. 그리고 그 숨의 끝에서, 아주 작고 낯선 무언가가 떠올랐다. 그것은 어떤 사명도, 어떤 계산도 아니었다. 그것은 그저— 김이 피어오르는 그릇, 그 그릇을 받아 들던 손, 그리고 그 앞에서 오갔던 셀 수 없이 많은 사소한 온기들이었다.
그는 눈을 떴다.
"…한 그릇의 온기로."
그의 목소리는 아주 낮았다. 그러나 광장의 정적 속에서, 그 한마디는 또렷하게 울려 퍼졌다.
그리고 그 자신도, 그 대답에 놀란 듯했다. 그의 눈이 살짝 커졌다. 마치 그 말이 자기 입에서 나올 줄은 스스로도 예상하지 못했다는 듯이. 그는 잠시, 방금 자신이 뱉은 그 말을 다시 곱씹듯 눈을 깜빡였다.
형사는 그 대답을 들으며, 낡은 메모를 다시 코트 안주머니에 조심스럽게 집어넣었다.
"…그거면 충분합니다." 그가 조용히 말했다. "부탁이든 온기든, 사람을 걷게 하는 건 결국 그런 것들이니까요."
수연은 그 대답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녀는 지금까지 그가 무엇을 위해 그 오랜 시간을 버텨왔는지 궁금해했었다— 사명감인지, 죄책감인지, 아니면 그저 관성인지. 그러나 지금 그가 내놓은 대답은 그 어느 것도 아니었다. 그것은 이 작은 가게에서, 매일 아침 그가 손수 끓여내던 바로 그 온기였다. 그녀는 그 대답이 얼마나 소박하면서도 동시에 얼마나 거대한지, 뒤늦게 실감했다.
비아는 그 말을 들으며 낮게 중얼거렸다.
"…그러게……이다. 그게 다였다……이다." 그녀의 목소리에 옅은 웃음이 섞였다. "다들 그렇게 대단한 이유를 찾으려 했는데, 결국은— 그릇 하나였다……이다."
세레나는 그 자리에서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자신이 처음 이 도시를 만들 때, 그 안에 저절로 생겨난 작은 가게 하나가— 그의 소망이 형상화된 결과물이었다는 사실을 그녀는 알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그 소망이 이 모든 것의 원동력이었다는 걸 다시 확인하고 있었다.
녹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그녀의 눈에, 아주 오랜만에— 남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위해— 눈물이 맺혔다. 그녀는 그것을 굳이 닦지 않았다.
파빌라는 그 대답을 들으며 자신의 편지를 떠올렸다. 자신이 라면 아저씨에게 배운 것이 젓가락질만이 아니었다는 걸, 그녀는 다시금 확인했다— 그 배움의 밑바닥에 늘 흐르고 있던 것도, 결국은 이 사람이 내어주던 그 온기였다. 이리스는 팔짱을 낀 채 고개를 숙였다. 별을 만들던 시절의 자신에게도, 늘 돌아갈 자리가 있다면 그건 화려한 무대가 아니라 이런 작은 온기였을 거라는 생각이 스쳤다. 볼도는 마침내 품속의 종이를 다시 꺼내들었다. 아직 한 글자도 적지 못했지만, 이번엔 손이 떨리지 않았다— 언젠가 이 순간을 옮길 낱말들이, 이미 그의 안에서 조용히 여물기 시작하고 있었다.
수연은 그 자리에서 몇 걸음, 그러나 조심스럽게 다가섰다. 그녀는 이 순간이 자신이 끼어들어도 되는 자리인지 확신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그의 곁에 조금 더 가까이 서고 싶었다.
"…그 온기." 그녀가 낮게, 존댓말을 잃지 않은 채 말을 건넸다. "그거, 사장님이 저희한테 매일 내어주신 거잖아요."
라면사장은 그 말에 그녀를 돌아봤다. 그의 눈빛에는 여전히 낯섦이 남아 있었지만, 그 낯섦 사이로 아주 옅은 무언가— 부끄러움에 가까운 감정— 이 스쳤다.
"…그런가." 그가 짧게 답했다. 평소의 단정한 "-다"체였지만, 그 말끝은 어딘가 조금 헐거워져 있었다.
"네." 수연이 옅게 웃으며 답했다. "그러니까 사장님도, 그 온기 받을 자격 있어요."
라면사장은 그 말에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그는 그저 그녀를 잠시 바라보다, 다시 시선을 내려 자신의 손— 만년필을 쥔 손을 내려다봤다.
라면사장은 여전히 자신의 그 대답이 낯선 듯, 손끝으로 자기 입가를 잠시 매만졌다. 마치 방금 나온 그 말이 진짜 자신의 목소리였는지 확인하려는 것처럼.
그는 다시 형사를 바라봤다.
"…놀랍군." 그가 낮게 말했다. "이런 대답이, 아직 내 안에 남아 있었다니."
형사는 그 말에 옅게 웃었다.
"남아 있었던 게 아니라," 그가 답했다. "원래 거기 있었던 겁니다. 다만 너무 오래, 다른 것들에 가려져 있었을 뿐이죠."
라면사장은 그 말을 오래 곱씹었다. 그의 시선이 다시 만년필로 향했다. 펜촉 끝에 맺혀 있던 잉크 한 방울은, 이제 더는 멈춰 있지 않았다— 그것은 아주 천천히, 종이를 향해 미끄러지고 있었다.
형사는 그 모습을 보며, 자신이 내려놓았던 국자를 다시 집어 들었다. 그는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가 할 수 있는 마지막 진술은 이미 끝났다. 이제 남은 것은, 그 진술을 들은 자가 스스로 써 내려갈 다음 문장뿐이었다.
광장의 침묵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었지만, 그 결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무언가를 두려워하는 침묵에서, 무언가를 기다리는 침묵으로.
형사는 그 자리에 조용히 물러서서, 국자를 다시 허리춤에 걸었다. 그는 더 이상 수사관이 아니었다— 적어도 이 사건에 관한 한, 그의 마지막 진술은 이미 다 끝났고, 이제 그는 그저 이 도시의 한 사람으로서, 앞으로 벌어질 일을 지켜볼 뿐이었다. 그는 문득 자신이 이 먼 여정 끝에서 얻은 게 무엇인지 생각해봤다— 지키지 못한 사람의 얼굴은 여전히 흐릿했지만, 대신 그는 이 자리에서, 자신과 닮은 방식으로 오래 방치되어온 또 다른 존재를 마주 보았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모든 부탁이 완수되지는 못해도, 어떤 부탁은 이렇게 다른 방식으로 매듭지어지기도 한다는 걸, 그는 이 순간 배우고 있었다.
세레나는 녹사의 부축에서 조금씩 몸을 일으켜 세웠다. 완전히 회복된 건 아니었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자신의 두 발로 서고 싶었다. 그녀는 라면사장을 바라보며 낮게 말했다.
"…한 그릇의 온기라." 그녀가 되뇌었다. "저는 늘 당신이 저에게 힘을 건네던 그 손짓만 기억했어요. 그런데 그 손짓 이전에, 이미 그 온기가 있었군요."
라면사장은 그 말에 옅게, 아주 옅게 고개를 끄덕였다.
파빌라는 그 대화를 들으며, 자신이 이 도시에 처음 왔던 날을 떠올렸다. 낯선 골목에서 웅크리고 있던 자신에게, 이 사람이 처음으로 그릇 하나를 내밀었던 그 순간. 그때는 그 온기가 그저 우연한 친절인 줄 알았다. 그러나 이제 그녀는 알았다— 그 온기는 우연이 아니라, 그가 세상 모든 존재에게 건네온 유일하게 변하지 않은 몫이었다는 것을.
이리스도 낮게 중얼거렸다. "…그러고 보면, 저도 그 온기 받고 여기 남았죠." 그녀는 자신이 별을 만들다 도착한 그날, 골목에서 채용 공고를 건네받던 순간을 떠올렸다. "능력이 아니라 저를 봐준다고 하셨을 때— 그게 다 이 온기였네요."
볼도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종이에 한 줄을 더 적었다. 시가 되기엔 아직 부족했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다. 오늘은 완성보다, 기록이 먼저였다.
하늘의 마지막 빛줄기가 아주 천천히 스러져가는 가운데, 라면사장은 손에 쥔 만년필을 고쳐 잡았다. 펜촉 끝의 잉크는 이제 완전히 종이를 향해 흘러내리고 있었고, 그의 손은— 조금 전까지의 떨림 대신— 아주 고요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그는 자신이 무엇을 적어야 할지, 이제 정확히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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