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바 니발리스

제181화. 어두워지는 우주

검이 스치고 지나간 자리는, 소리부터 이상했다.

살을 베는 소리도, 옷감이 찢기는 소리도 아니었다. 아주 얇은 유리판 하나가 아득히 먼 곳에서 금 가는 소리에 가까웠다. 수연의 얼음검 끝이 Writer의 코트 자락을 스치고 지나가며 가슴께에 한 줄, 예전과 똑같은 자리에 똑같은 각도로 상처를 냈다. 그리고 그 상처가 벌어지는 순간, 광장에 서 있던 모두가 숨을 멈췄다.

전에 이 자리에서 벌어졌던 상처들은 — 왕국전에서도, 이 결전의 첫 격돌에서도 — 벌어질 때마다 그 틈으로 별빛이 새어 나왔다. 은하가, 성운이, 태어나고 죽는 별들의 회전이 그 갈라진 틈 안에 있었다. 그건 이 존재가 인간의 몸을 입고 있을 뿐, 그 안쪽은 셀 수 없이 많은 가능성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증거였다. 수연은 그 상처를 벨 때마다 매번 눈이 부셨었다. 벤 것이 아니라 열어젖힌 창문처럼, 그 안으로 우주 하나가 그대로 들여다보였으니까.

이번엔 아니었다.

같은 자리, 같은 깊이로 갈라진 상처 속에서 흘러나온 건 빛이 아니라 그냥 — 어둠이었다. 반짝임 하나 없는, 색조차 없는 검은색. 별이 다 꺼진 우주가 아니라, 애초에 별을 담아본 적 없는 것 같은 텅 빈 어둠. 수연은 그 순간 자신의 손끝이 떨리는 걸 느꼈다. 두려움 때문이 아니었다. 그보다 훨씬 낯선 감각이었다 — 마치 늘 따뜻했던 벽에 손을 짚었는데 손바닥에 아무 온도도 전해지지 않을 때의 그 어긋남.

'…뭐야, 이거.'

수연은 검을 늘어뜨린 채 그 상처를 바라보았다. Writer는 미동도 없이 서 있었다. 자신의 가슴에서 무엇이 새어 나오는지 그 자신도 모르는 것 같은, 아니, 어쩌면 알면서도 그걸 들여다볼 생각조차 하지 않는 것 같은 무표정이었다. 수연은 문득 이상한 확신에 사로잡혔다. 저 사람은 자기 안이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지, 정말로 모른다. 계산하는 자가, 자기 자신만은 계산해 본 적이 없다.

두 번째로 든 생각은 더 차가웠다. 지금까지 그가 지워온 것들 — 도시의 저항하려는 선택들, 세계마다 사람들의 갈림길들, 하나하나의 가능성들. 그걸 지울 때마다 그는 무언가를 쓰는 게 아니라 무언가를 끄고 있었던 게 아닐까. 그리고 그 끄는 행위가, 정말로 남의 것만 껐던 걸까. 수연은 자신도 모르게 검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만약 그렇다면. 만약 저 사람이 지운 모든 선택지의 목록 어딘가에, 자기 자신의 목록도 나란히 있었다면.

세 번째 생각에 이르러서야, 수연은 그 어둠의 정체를 어렴풋이 알아차렸다. 가능성을 지운다는 건 단순히 다른 사람의 미래를 차단하는 일이 아니었다. 저 사람 자체가 — 수많은 세계를 넘나들며, 수많은 이야기의 갈림길을 봐온, 가능성 그 자체로 이루어진 존재였다. 그런 존재가 매번 남의 가능성을 지울 때마다, 자기 자신을 이루는 재료 중 일부도 함께 지워지고 있었던 거라면. 그는 세계를 마취시켜 온 게 아니었다. 세계를 마취시키는 동안, 자기 자신을 함께 지워온 것이었다.

수연은 그 생각 끝에서 검자루를 쥔 손끝이 차게 식는 걸 느꼈다. 검을 다시 들 수가 없었다. 상대가 약해 보여서가 아니었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 저 사람은 지금, 자기가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조차 느끼지 못할 만큼 텅 비어 있었다. 그리고 그 사실이, 지금까지의 어떤 공격보다도 수연을 겁먹게 했다.

머리 위, 다섯 방위에 자리 잡은 수호자들의 빛이 그 침묵 위로 낮게 깔렸다. 청룡의 초록빛, 백호의 흰빛, 주작의 붉은빛, 현무의 짙은 남빛, 그리고 중앙 황룡의 금빛이 광장을 조용히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 마치 모두가, 지금 이 침묵이 다음에 올 무언가를 위한 여백이라는 걸 알고 있는 것처럼.

형사는 그 어둠을 눈에 담으며 수첩을 꺼내지 않았다. 대신 자신의 왼쪽 가슴께에 손을 얹었다. 그는 오랫동안 현장에서 시신을 봐온 사람이었고, 시신과 그냥 잠든 사람의 차이를 손끝의 온기만으로도 구분할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 저 갈라진 상처 너머에서 느껴지는 건, 죽음도 아니고 삶도 아닌 세 번째 무엇이었다. 온기가 완전히 빠져나간 자리에 아직 형태만 남아 있는 것 — 그는 그것에 이름을 붙이지 못한 채로, 조용히 손을 내렸다.

레테는 그 자리에 서서 두 손을 앞으로 모았다. 그녀의 권능은 어떤 세계가 얼마나 오래 잊혀 왔는지를 손끝으로 짐작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 저 어둠에는, 짐작할 껍데기조차 없었다. 잊힌 것에는 적어도 잊히기 전의 흔적이 남는다. 저건 그 흔적조차 남기지 않고 꺼진 것이었다. "…이건." 그녀가 낮게 중얼거렸다. "제가 아는 어떤 소멸과도 달라요. 보관할 게 없어요. 처음부터, 아무것도 남기지 않기로 되어 있었던 것처럼."


발소리가 들려온 건 그 여백이 다 채워지기 직전이었다.

눈을 밟는 소리가 아니었다. 이 도시의 돌바닥을 딛는, 정갈하고 규칙적인 걸음. 광장 동쪽 골목에서부터 걸어오는 그림자 하나가 있었다. 수연은 그 걸음의 리듬만으로 누구인지 알아차렸다. 폐허가 된 대성당의 계단 위에서, 봉인된 입으로 아프게 치라고 명령하던 그 걸음걸이였다.

녹사였다.

증언대를 지키겠다며 원정대와 함께 가지 않겠다던 그녀가, 오늘 밤 그 자리를 비우고 여기까지 걸어왔다. 가까이 다가올수록 그녀의 얼굴이 또렷해졌다. 입가에는 이제 실이 없었다. 대신 옅은 흉터 한 줄이, 마치 오래전에 아문 상처처럼 입술 위쪽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완전히 지워지지 않은, 그러나 더 이상 아무것도 봉하지 않는 흉터.

해방된 뒤로 녹사는 증언대를 떠난 적이 없었다. 자기 자리는 거기라고 못 박아 두었으니까. 매일 밤, 도시 어딘가에서 누군가 아픔을 삼키다 못해 증언대를 찾아오면, 그녀는 그 앞에 앉아 그 사람 대신 울어주었다. 실이 풀린 입으로 처음 낸 소리도 그런 울음이었다 — 자기 자신의 것이 아니라, 어느 낯선 이의 오래된 상처를 대신 앓는 소리. 그렇게 며칠 밤을 새우고 나서야 그녀는 자신의 목소리가 정말로 돌아왔다는 걸 실감했었다. 그런데 오늘 밤, 증언대에 앉아 있던 그녀의 귀에 광장 쪽에서 어떤 소리가 들려왔다 — 비명도 아니고 신음도 아닌, 아무 소리도 나지 않는 침묵. 그녀는 그 침묵의 낯섦을 알아차리자마자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통증이 있어야 할 자리에 통증이 없다는 건, 그녀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큰 경보였다.

그렇게 여기까지 걸어온 것이었다. 좀처럼 비우는 법 없던 자기 자리를, 비우면서까지.

녹사는 원정대를 지나쳐, 다섯 수호자의 빛 아래를 지나쳐, 곧장 Writer의 앞에 섰다. 그녀가 걸어온 거리는 짧았지만, 그 걸음 하나하나에 실려 있는 무게는 광장에 있는 누구도 함부로 잴 수 없는 것이었다. 그녀는 증언대에서 이 도시가 지워지려 할 때마다 대신 비명을 질러온 존재였고, 그 비명을 질러도 되는 입을, 눈앞에 선 이 사람이 직접 꿰맨 적이 있었다.

"…아직 안 늦었다고 했었지." 녹사가 먼저 입을 열었다. 목소리는 여전히 조금 쉬어 있었다 — 오래 봉해졌던 성대가 완전히 회복되려면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한 듯했다. "폐허가 된 성당에서, 내가 그 아이한테 그렇게 말했다. 아프게 치라고. 통증은 아직 늦지 않았다는 증거라고."

그녀는 말을 멈추고, 자신의 입가에 남은 흉터에 손끝을 가져다 댔다. 아주 천천히, 마치 그 흉터의 온도를 확인하듯 손끝으로 그 선을 따라 쓸었다. 오래전 그 자리를 파고들었던 실의 감촉을 아직 기억하는 손짓이었다.

"이게, 아프기 시작하면 아직 남아 있다는 뜻이라고. 그래서 내가 말했다." 그녀의 손끝이 흉터 끝에서 멈췄다. "너는 지금, 아프지도 못하게 됐구나."

그 한마디가 광장에 내려앉는 방식은, 조금 전 상처에서 새어 나온 어둠이 내려앉던 방식과 닮아 있었다. 소리 없이, 그러나 무겁게. 녹사는 눈앞의 존재를 오래 들여다보았다. 그녀는 통각의 수호자였다. 세상의 모든 아픔이 어디서 나는지, 그 아픔이 아직 뛰고 있는지 죽어 있는지를 가장 먼저 알아차리는 존재. 그런 그녀의 눈에, 지금 자신 앞에 선 이 존재는 — 상처는 있으나 통증은 없는, 벌어진 자리에서 아무 비명도 새어 나오지 않는 몸이었다.

"…." Writer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여전히 자기 가슴의 갈라진 자리를 향해 있었다. 마치 녹사의 말을 듣고서야 그 자리를 제대로 들여다보는 것 같았다.


"나는 너를 용서 안 한다."

녹사가 다시 말했을 때, 그 목소리에는 조금 전의 무게와는 다른 결이 실려 있었다. 판결의 결이었다. 감정을 억누른 것도 아니고, 격앙된 것도 아닌, 그저 이미 오래전에 내려진 뒤 다시는 흔들리지 않는 결론.

"내 입을 꿰맨 건 너다. 도시 전체가 비명 한 번 지를 자격도 없다는 듯이, 나를 묶어서 네 명령대로 서게 만든 것도 너다. 그건 내가 앞으로도 절대 잊지 않을 거고, 잊지 않는 이상 용서도 안 한다."

그녀는 잠시 말을 끊었다. 그 침묵 사이로, 광장에 모인 원정대와 멀리서 지켜보는 도시 사람들의 숨소리마저 죽은 듯 고요해졌다.

"근데 너를 포기하지도 않는다." 녹사가 말을 이었다. "그 둘은 다른 거다."

Writer의 눈이, 아주 조금 움직였다. 오랫동안 정지해 있던 계산기 안에서 톱니 하나가 어긋난 것 같은, 아주 미세한 흔들림이었다.

"…용서와 포기가… 다르다고?"

그의 목소리에는 놀람도, 반문도 아닌 무언가가 섞여 있었다. 마치 처음 듣는 낯선 언어의 문법을 되뇌는 것 같은 어조였다. 그에게 지금까지 세상은 두 개의 값으로만 나뉘어 있었다 — 지울 가치가 있는 것과, 지울 가치가 없는 것. 용서는 지울 가치가 없다는 판정이고, 포기는 더 이상 셈에 넣지 않겠다는 판정이니, 그 둘은 그의 계산 체계 안에서 결국 같은 결과로 수렴해야 했다. 그런데 지금, 자신을 가장 미워할 자격이 있는 존재가, 그 둘을 서로 다른 값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래." 녹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용서는 네가 한 짓을 없던 일로 치겠다는 거다. 나는 그렇게 못 한다. 그럴 생각도 없다. 하지만 포기는— 너라는 존재를 이제 셈에서 빼겠다는 거다. 더 볼 가치도 없다고, 그냥 놔버리겠다는 거다." 그녀의 목소리가 아주 조금, 낮아졌다. "나는 아직 너를 놓지 않았다. 놓았으면 여기까지 걸어오지도 않았을 거다."

그녀가 손을 들어, 자신의 흉터를 다시 한번 짚었다. 이번엔 확인이 아니라 증거를 보이는 손짓이었다.

"이 흉터는 안 없어진다. 나는 그걸로 널 계속 미워할 거다. 근데 동시에— 네가 아직 아플 수 있는 존재였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나는 버린 적이 없다. 그 둘이 한 사람 안에서 같이 있을 수 있다는 걸, 너는 아마 계산해 본 적이 없겠지."

"…모순이다." Writer가 말했다. 그 한 단어에는 오랜 세월 그가 세상을 정리해 온 방식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하나의 존재는 하나의 값을 가져야 한다. 사랑하거나 미워하거나. 지키거나 지우거나. 그의 문장 안에서 사람은 늘 하나의 서사로 수렴해야 했고, 그 수렴이야말로 그가 세계를 "정리"한다고 부르는 작업의 본질이었다.

"모순 아니다." 녹사가 곧바로 되받았다. "그냥, 네가 아는 문법이 모자란 거다. 네 글에서는 한 사람한테 한 줄만 허락하지. 나는 사람이 아니라 신이라— 두 줄, 세 줄, 서로 부딪히는 줄도 다 가질 수 있다. 사람도 사실은 그렇다. 네가 그걸 다 지우고 한 줄로 만들었을 뿐이지."

그녀는 잠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다섯 수호자의 빛이 여전히 광장을 지키고 있었다. 그중 누구도, 오늘 이 자리에서 완전히 그를 놓아버린 존재는 없었다 — 심지어 한때 그의 편에서 스스로 걸어 나왔던 황룡조차, 지금은 그를 감시하는 자리에 서 있을지언정 완전히 등을 돌린 건 아니었다. 녹사는 그 사실을 확인하듯 시선을 거두며 다시 그를 마주 보았다.

"신들 중 누구도 오늘 널 완전히 포기 안 했다. 그게 무슨 뜻인지 알아? 너는 아직, 이 하늘 전체가 계산해서 남겨둘 만한 값이라는 거다. 근데 정작 네 안에는, 남겨둘 게 거의 안 남았다." 그녀의 목소리가 아주 조금 갈라졌다. "그게 웃기지도 않게 슬프다."

Writer는 오랫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의 시선이 녹사에게서 자신의 가슴께로, 다시 하늘의 다섯 빛으로 옮겨 갔다. 마치 그 안에서 무언가를 다시 계산해보려는 듯한 시선이었으나, 계산이 끝나지 않는 얼굴이었다. 그의 얼굴에서 확신의 그림자가 옅어지는 게, 드물게도 눈에 보였다.

"…계산에," 그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목소리는 여전히 낮고 평평했지만, 그 안에 아주 미세한 균열이 실려 있었다. "용서와 포기를 같은 항으로 넣었다. 그게, 틀렸다는 건가."

녹사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녀는 몸을 돌려, 다섯 수호자의 빛이 드리운 광장 한쪽에 자리를 잡고 섰다. 대답을 대신하는 침묵이었다 — 어떤 물음은, 답을 듣는 대신 스스로 오래 앓아야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는 법이었다.

수연은 그 광경을 지켜보며, 자신이 쥔 검을 다시 조용히 늘어뜨렸다. 방금 자신이 벤 상처에서 새어 나온 어둠이, 이제는 다른 의미로 보이기 시작했다. 저건 단순히 죽어가는 존재의 증거가 아니었다. 아직 스스로도 모르는 채로, 자기 자신을 지워온 흔적이었다. 그리고 그 흔적 앞에서 —저 사람의 계산이, 마침내 멈춰 서 있었다.

바람 한 점 없는 밤이었다. 그런데도 광장 위, 다섯 수호자의 빛이 아주 미세하게 흔들렸다. 마치 그들 모두가, 지금 이 균열의 무게를 함께 느끼고 있는 것처럼.

Writer는 여전히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손이, 코트 안쪽에서 만년필을 쥐었다가, 아주 잠깐, 놓칠 뻔한 듯 흔들렸다. 아무도 그 흔들림을 놓치지 않았다. 특히 형사는, 그 짧은 순간의 손끝을 눈에 새기듯 오래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내부에서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계산이 계속되고 있었다. 용서와 포기를 같은 항에 두었던 오류를 정정하려면, 그 위에 쌓아 올린 다른 판단들도 함께 손봐야 했다. 그런데 손보려 할 때마다, 그 판단들을 지탱하던 밑변 어딘가가 자꾸 물러졌다. 마치 오래 방치된 서랍을 열었더니 안의 종이들이 이미 다 삭아 있는 것처럼. 그는 자신이 지금 느끼는 이 감각에 이름을 붙이려 했으나, 붙일 이름 자체가 그의 어휘 목록에 없었다. 그 목록을 만든 사람이 바로 자신이었는데도.

그는 대신 결론을 하나 남겼다 — 계산이 흔들릴수록, 흔들리기 전에 끝내야 한다는 결론. 저항하려는 의지, 지금 이 광장에 있는 모든 존재들의 저항하려는 선택. 그것들을 하나로 묶어 한꺼번에 지운다면, 이 흔들림도 함께 멈출 것이다. 근원을 지우면 결과도 사라진다 — 그가 지금까지 셀 수 없이 반복해 온 논리였다. 그는 만년필을 고쳐 쥐었다. 손끝의 흔들림은 여전히 남아 있었지만, 쥐는 힘만큼은 흔들리지 않았다.

밤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하늘의 다섯 빛이 서서히 자리를 좁혀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 빛들 사이, 도시 전체를 덮을 만큼 거대한 무언가가 이미 그의 손끝에서 잉크처럼 번지기 시작하고 있었다. 아무도 아직 그것의 크기를 짐작하지 못했다. 다만 다섯 수호자만이, 동시에 하늘 위에서 자세를 낮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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