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바 니발리스

제180화. 수연 vs Writer (2)

수연이 다시 파고들었다. 이번엔 곧게 내지르는 검이 아니라, 몸을 낮춰 옆구리로 파고드는 궤도였다. 그가 손목을 가볍게 틀어 그 궤도를 흘려보내려 했지만, 그녀의 검끝이 예상보다 한 뼘 더 깊이 파고들며 그의 어깨를 스쳤다. 옅은 마찰음과 함께, 코트 위로 서리가 얇게 내려앉았다가 곧 증발하듯 흩어졌다. 그가 반보 물러서며 반격으로 손을 펼치자, 그 손끝에서 뻗어 나온 빛의 실이 채찍처럼 휘어져 수연의 발목을 노렸다. 그녀는 뒤로 크게 도약하며 그 채찍을 피했고, 착지와 동시에 발밑의 돌바닥이 얼음으로 뒤덮이며 미끄러운 경사를 만들어냈다. 그 경사를 타고 그녀가 다시 미끄러지듯 파고들었다— 이번엔 소리도 냄새도 없이, 오직 얼음이 갈라지는 파삭임만이 유일한 예고였다.

그리고 그 근접전의 머리 위로는, 쉴 새 없이 포격이 오가고 있었다. 그녀가 검을 휘두르는 사이사이, 허공에 남겨둔 얼음 창들이 스스로 궤도를 잡아 그를 두드렸고, 그가 흘려보내는 손짓 하나하나가 금빛 문장의 벽을 세워 그 창들을 받아냈다. 창이 꽂히고, 벽이 깨지고, 그 파편이 미처 지면에 닿기도 전에 새 창과 새 벽이 그 자리를 채웠다. 검의 거리와 포격의 거리, 두 개의 전장이 동시에 돌아가고 있었다. 광장 가장자리 어디선가, 뮤나 페브의 방송이 그 쏟아지는 검과 창의 비를 아직도 장마라 부르고 있었다. 두 사람이 한 합씩 주고받을 때마다 광장의 공기 전체가 낮게 울렸다— 거대한 종의 안쪽에 들어와 서 있는 것처럼, 지켜보는 사람들의 가슴뼈까지 그 진동이 그대로 전해졌다.

그 포격의 틈에, 수연은 수를 하나 섞었다. 머리 위 높은 곳에 운석 하나가 새로 맺혔다— 낙하 궤도도, 마찰열도, 지면에 드리우는 그림자까지도 완벽했다. 그러나 그는 고개조차 들지 않았다. 만년필은 움직이지 않았고, 운석은 그의 어깨 위를 지나며 소리도 없이 흩어졌다. 실체 없는 환영— 회피를 유도해놓고 진짜를 그 회피 지점에 꽂기 위한 미끼였다. 그러나 저자의 눈에는, 적힌 문장과 적히지 않은 문장이 처음부터 다르게 보였다. 환영은 그에게 초고조차 아니었다— 아예 종이에 없는 줄이었다.

"리허설! 방금 건 리허설이었습니다, 여러분!" 뮤나의 목소리가 뒤늦게 터졌다. "실체 없는 환영을 먼저 던져 몸을 피하게 만들고, 진짜를 그 피한 자리에 꽂는— 본방 전에 한 번 굴려보는, 그 수입니다! …그런데 상대가, 본방과 리허설을 구분합니다…!"

수연이 낮게 혀를 찼다. "…읽혔네." 가짜를 먼저 굴려보는 수는, 대본을 읽는 존재 앞에서는 처음부터 성립하지 않는 패였다.

그 파고듦과 흘려보냄이 몇 차례 반복된 끝에, 둘은 동시에 서로를 밀어내며 잠시 거리를 벌렸다. 숨을 고를 틈이었다. 그러나 그 정적은 휴전이 아니었다. 서로가 서로에게 묻고 싶었던 말들이, 그 짧은 틈 사이로 비집고 나왔다.

"왜 싸우나." 그가 먼저 물었다. 여전히 감정이 담기지 않은 목소리였지만, 그 물음 자체는 순수한 계산의 결과였다. "너는 나를 못 죽인다."

그것은 도발이 아니었다. 그는 정말로 그렇게 계산하고 있었다. 그녀 안에 잠든 신살의 힘이라면 자신을 끝낼 수도 있다는 것을, 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러나 동시에, 그녀가 그 힘을 오늘 이 자리에서 쓰지 않으리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 확신의 근거가 무엇인지는, 그 자신도 정확히 설명하지 못했다.

수연은 검을 고쳐 쥔 채, 숨을 한 번 골랐다. 얼굴에 흐르던 땀이 서릿바람에 얼어붙어 있었다.

"죽이러 온 게 아니에요." 그녀가 답했다. 존댓말이었다. 격렬한 전투의 한복판에서도, 그 말투만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데리러 온 거예요."

그 대답에 그는 아주 잠깐 침묵했다. 계산에 없던 답은 아니었다. 다만 그 답을 들었을 때 자신의 내부에서 일어나는 반응이, 매번 예상보다 조금 더 컸다.

"나는 돌아갈 곳이 없다." 그가 말했다. 사실을 진술하는 어조였다. 그에게는 그것이 감정이 아니라 하나의 좌표 데이터였다. 세계 어디에도, 그가 돌아갈 자리는 계산상 존재하지 않았다.

"있어요." 수연이 곧바로 답했다. 그 대답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사장님이 만드셨잖아요."


그 한마디가, 광장의 공기를 잠깐 멈춰 세웠다.

수연은 그 말을 뱉으며, 자신의 안에서 오래 눌러왔던 것들이 한꺼번에 치밀어 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이 사람이 만든 그 가게에서, 처음으로 이 도시의 한 사람이 되었다. 붉은 테두리 그릇에 담긴 첫 라면, 서투르게 건네받던 나무젓가락, 카운터 너머로 오가던 무뚝뚝한 안부들. 그 모든 것이 이 존재가 세상에 남긴 흔적이었다. 그 흔적이 존재하는 한, 그가 돌아갈 곳이 없다는 말은 성립할 수 없었다.

그녀는 문득, 그 사람이 인간이기를 그만두던 그 밤을 떠올렸다. 골목 어귀에 숨어 지켜보던 그날, 그녀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그저 눈물만 흘렀었다. 그때는 그를 붙잡을 방법도, 붙잡을 자격도 없다고 믿었다. 그러나 지금은 달랐다. 지금 그녀는 검을 들고 그의 앞에 서 있었다. 붙잡기 위해서, 이번엔 정말로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자리에 서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이 순간 자신이 정말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확인했다. 그를 벌하는 것도, 그를 이기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그가 다시 저 문을 열고, 저 카운터 뒤에 서서, 서투른 손으로 국물을 젓는 모습을 보고 싶을 뿐이었다. 그 소망이 이렇게까지 크고 무거운 것인 줄, 그녀는 오늘 이 자리에 서고 나서야 다시 한번 절감하고 있었다.


그가 그 말에 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의 손끝에서 다시 금빛 문장이 피어올랐다. 대화는 끝났고, 계산은 다시 실행으로 넘어갔다.

문장이 그물처럼 펼쳐지며 수연을 에워쌌다. 그녀는 그 그물의 결을 눈으로 좇으며, 가장 성긴 매듭을 찾아 검을 찔러 넣었다. 그물이 찢어지는 소리는 종이가 아니라 유리가 갈라지는 소리에 가까웠다— 쨍, 하는 파열음과 함께 금빛 파편이 흩어졌다. 그 틈으로 그녀가 몸을 던지듯 파고들었다. 그가 반사적으로 팔을 들어 막았고, 두 사람의 팔이 부딪히는 순간 서로 다른 두 개의 냉기와 열기가 정면으로 충돌했다— 수연의 팔에서는 살얼음이 스쳐 지나가는 시린 감각이, 그의 팔에서는 종이가 타들어 가는 듯한 마른 열기가 동시에 느껴졌다. 두 사람 모두 그 충돌의 반동으로 반걸음씩 물러섰다.

그 반동의 여파가 광장 전체로 퍼져나갔다. 그녀가 사람들 머리 위에 상시로 펼쳐둔 다층 방패들— 이 도시가 무대막이라 부르는 그 막들이 일제히 잔금을 일으켰고, 겹겹의 반구 표면 위로 가느다란 균열이 방사형으로 번지며 빛을 산란시켰다. 그 산란된 빛이 광장 바닥에 어른거리는 무늬를 드리웠다— 공연장의 조명이 객석 위를 훑고 지나갈 때의 그 무늬와 똑같았다. 사람들은 머리 위에서 갈라지는 방패를 올려다보면서도 물러서지 않았다. 방패가 갈라진다는 것은 그만큼 받아내고 있다는 뜻이라는 걸, 이 도시의 관객들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균열이 한계에 이른 층은 소리 없이 잘게 흩어졌고, 그 아래에서 새 층이 곧바로 자라 올라 빈자리를 메웠다.

수연은 그 반걸음을 딛고 다시 앞으로 나섰다. 이번엔 크게 휘두르는 대신, 짧고 낮게 찌르는 궤도였다. 그가 그 궤도를 완전히 피하지 못했다.

그가 급히 가슴 앞에 금빛 문장 한 줄을 세워 그 찌르기를 받았다. 수연이 그 문장을 향해 검을 마저 밀어 넣었다. 검과 빛이 맞부딪히는 순간, 그의 팔이 크게 휘둘러지며 그 반동으로 코트 자락이 펄럭였다. 그 펄럭임 속에서, 수연의 검끝이 아주 살짝, 그의 코트 가슴께를 스쳤다.

그저 스치는 정도였다. 옷감이 살짝 갈라지는 정도의, 얕은 궤적이었다. 그러나 그 갈라진 자리에서, 코트 안쪽이 드러났다.

그곳은 예전에도 한 번 갈라졌던 자리였다. 왕국의 폐허에서 벌어졌던 그 전투에서, 처음으로 벌어졌던 그 상처. 그때는 그 갈라진 틈 사이로 은하가 보였었다. 무수한 별빛이 소용돌이치던, 그 자신 안에 담긴 우주의 단면이었다.

그러나 지금, 같은 자리가 다시 갈라진 그 틈 사이로— 아무것도 새어 나오지 않았다.


수연의 눈이 그 틈에 고정되었다.

별빛이 없었다. 색이 없었다. 그 안은 그저, 어둡고 고요했다. 별들이 다 타버린 자리의 재도 아니었고, 빛이 꺼진 직후의 잔광도 아니었다. 그것은 애초에 아무것도 없었던 것처럼 완전한 정지였다— 소리도, 진동도, 온기도 없는, 순수한 부재의 색이었다. 굳이 색을 붙이자면 그것은 검다기보다, 검음이라는 개념 자체가 아직 만들어지기 전의 무언가에 가까웠다. 살아 있는 어둠이 아니라, 죽어 있지도 못한 정적이었다.

이전의 은하 상처는 늘 온도를 지니고 있었다. 별빛이 흘러나올 때마다 미지근한 온기가 스며 나왔고, 가까이 다가서면 아주 먼 곳에서 울리는 것 같은 낮은 진동음이 함께 느껴졌었다. 그러나 지금 이 틈에서는 그 어떤 것도 새어 나오지 않았다. 수연은 자신도 모르게 그 틈 쪽으로 손을 뻗을 뻔했다가, 문득 소름이 돋아 손을 멈췄다— 그 안에서는 차갑다는 감각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차가움은 적어도 온도의 한 극단이었다. 이건 온도라는 개념 자체가 통째로 빠져나간 자리였다. 냄새도 없었다. 재의 냄새도, 먼지 냄새도, 심지어 아무 냄새도 없다는 것을 알아챌 만한 공기의 흐름조차 그 틈 안쪽에서는 느껴지지 않았다. 마치 그 자리만 세상의 감각 목록에서 통째로 삭제된 것 같았다.

수연은 그 틈을 들여다보며, 등줄기를 타고 오르는 서늘함을 느꼈다. 그것은 신살의 힘을 처음 다시 쥐었을 때 느꼈던 두려움과도, 늘어난 공간 속에서 느꼈던 압도감과도 달랐다. 이건 순수한 공포였다. 살면서 처음 마주하는 종류의 공포.

그녀는 그 정지된 어둠을 바라보며, 문득 예전에 레테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선택지를 지우는 것은 가능성을 지우는 것이라고, 그리고 그 자신이 가능성으로 이루어진 존재라고 했던 그 말. 별빛은 곧 가능성이었다. 무수한 이야기들이 아직 다 쓰이지 않은 채로 반짝이는 자리. 그런데 그 별빛이 완전히 꺼져 있었다. 지워지고 있는 게 아니라— 이미 다 지워진 뒤였다.

그 사실이 그녀를 무엇보다 두렵게 만들었다. 지금까지 그녀는 이 싸움을, 되찾아야 할 무언가와의 싸움으로 여겨왔다. 아직 늦지 않았다는 믿음, 아직 그 안에 사람이 남아 있다는 확신이 그 믿음을 지탱해왔다. 그러나 지금 눈앞의 저 정적은, 그 확신에 처음으로 균열을 냈다. 만약 안이 이미 이렇게까지 비어 있다면, 자신이 되찾으려는 것이 정말로 아직 그 자리에 남아 있기는 한 것인가.

그녀는 그 질문을 떠올리는 것조차 스스로에게 허락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한번 떠오른 질문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이 지금까지 검을 겨눠온 이유를, 다시 한번 마음속에서 더듬어 확인해야 했다. 그것은 복수도, 승리도 아니었다. 오직 하나— 저 사람 안에, 아직 데려올 수 있는 무언가가 남아 있다는 믿음이었다. 그런데 지금 그 믿음의 근거가, 눈앞에서 색도 온도도 없는 정적으로 변해 있었다.

그럼에도 그녀는 검을 놓지 않았다. 오히려 그 정지된 어둠을 마주 보며, 자신 안의 두려움을 하나씩 다시 눌러 담았다. 그녀는 이미 한 번,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고 믿었던 자리에서 다시 무언가를 길어 올린 경험이 있는 사람이었다. 자기 자신의 폐허 속에서, 그녀는 다시 걸음을 배웠다. 그러니 이 정적 앞에서도, 그녀는 물러서지 않기로 했다. 안이 꺼져가고 있다면— 더더욱, 지금이 아니면 늦는다는 뜻이었다.


광장 가장자리에서 그 틈을 목격한 것은 수연만이 아니었다.

볼도는 수첩을 쥔 손을 그대로 멈췄다. 처음으로, 그의 손이 아무 문장도 적어 내리지 못했다. 그는 오랫동안 슬픔조차 언어로 옮길 수 있다고 믿어온 사람이었다. 그러나 저 갈라진 틈 안의 정적은, 그가 아는 어떤 슬픔의 언어로도 옮겨지지 않았다. 그는 그저 수첩을 가슴에 꼭 끌어안은 채, 그 광경을 눈에 담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뮤나 페브의 목소리도 처음으로 끊겼다. 그녀는 송신기를 든 손을 몇 번이나 다시 들어 올렸다가, 끝내 아무 말도 잇지 못했다. 도시 곳곳에서 그녀의 방송을 듣고 있던 사람들은, 그 침묵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굳이 설명을 듣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파빌라는 쥐고 있던 편지를 조금 더 세게 움켜쥐었다.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 만큼. 그녀는 저 어둠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지 못했다. 그러나 본능적으로, 저것이 이 싸움에서 가장 무서운 종류의 것이라는 걸 느꼈다. 검이나 문장보다, 저 정지된 침묵 쪽이 훨씬 더 되돌리기 어려운 것이라는 예감이었다.

같은 순간, 가게 안에서는 형사가 비아를 부축한 채로 창밖 저 멀리 광장 쪽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아무것도 직접 보지 못했다. 그러나 다섯 수호자의 그림자가 만들어내는 빛의 파장이 유리창 너머로 옅게 전해질 때마다, 그의 가슴 한켠이 이유 없이 서늘해졌다. 그는 그 서늘함의 정체를 정확히 짚어내지 못한 채, 그저 부축하고 있던 비아의 어깨를 조금 더 단단히 붙들었다.

비아는 여전히 군데군데 빛이 옅게 흔들리는 몸으로, 그 하늘을 함께 올려다보고 있었다. 완전히 뜯기지 않은 그 절반이, 지금 광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무언가에 공명하듯 미세하게 떨려왔다. "…느껴진다……이다." 그녀가 낮게 중얼거렸다. "저 안에서, 뭔가가… 꺼지고 있다……이다." 그녀는 그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스스로도 다 알지 못한 채, 그저 자신 안에 남은 그 그리움의 조각이 지금 이 순간 유난히 아프게 조여든다는 것만을 느끼고 있었다.


그녀는 검을 늘어뜨린 채, 그 틈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손끝이 떨렸다. 검을 쥔 손이 아니라,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마음이 먼저 떨리고 있었다.

"…사장님." 그녀가 낮게 그를 불렀다. 목소리에 이전과는 다른 것이 실려 있었다. 분노도, 결의도 아닌— 순수한 두려움이었다.

"안이 꺼져가고 있잖아요."

그 말은 비난이 아니었다. 확인도 아니었다. 그것은 그녀가 지금까지 살면서 뱉어본 말 중 가장 순수한 형태의 공포였다. 존댓말의 격식 안에, 억누를 수 없는 떨림이 그대로 배어났다.

그는 그 말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자신의 가슴께, 갈라진 코트 틈 사이를 내려다보지도 않았다. 그저 그 자리에 선 채, 여전히 아무 감정도 담기지 않은 눈으로 그녀를 마주 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그 무표정 뒤에서, 그 자신조차 아직 정확히 알지 못하는 무언가가— 아주 오래도록 외면해온 진실 하나가— 이제 막 그의 계산 표면 위로 떠오르려 하고 있었다.

광장 위, 다섯 수호자의 그림자가 여전히 원을 그린 채 새벽하늘을 지키고 있었다. 그 방패 안에서, 벌어진 코트 틈 사이의 어둠만이 조용히, 그리고 끝없이 정지해 있었다.

수연은 검을 늘어뜨린 채 한 걸음 다가섰다. 그 어둠에 손을 뻗어보고 싶은 충동과, 손을 대는 순간 무언가가 완전히 되돌릴 수 없게 되어버릴 것 같은 두려움이 동시에 그녀를 붙들었다. 그녀의 손끝이 허공에서 멈췄다. 닿을 듯, 닿지 않는 거리였다.

그가 그런 그녀를 내려다봤다. 감정 없는 눈동자 안에서, 아주 오래전에 지워버렸다고 믿었던 무언가가— 두려움이라 불러도 좋을, 아니면 그보다 더 오래된 무언가가— 처음으로 표면 위로 떠오르려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완전히 떠오르기 전에, 그는 눈을 감았다.

바람이 광장을 가로질러 불었다. 다섯 수호자의 그림자 아래, 얼어붙은 돌바닥 위로 아침 첫 햇살이 비스듬히 내려앉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빛이 채 자리 잡기도 전에, 세상은 그 자리에서 한 박자 멈춘 채 다음 순간으로 넘어가지 못하고 있었다.

새벽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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