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바 니발리스

제134화. 결의

다음 날 정오, 가게 안에 이 도시의 거의 모든 핵심 인물이 모였다. 세레나, 녹사, 이리스, 파빌라, 비아, 형사, 레테, 그리고 수연까지. 카운터 하나로는 부족해서, 형사가 창고에서 낡은 접이식 탁자를 하나 더 꺼내 붙였다. 탁자 다리가 바닥에 끌리며 낮은 마찰음을 냈고, 그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릴 만큼 가게 안은 조용했다.

사람들이 하나둘 자리를 채웠다. 세레나는 여느 때처럼 등을 곧게 펴고 앉았지만, 손끝으로 자기 소맷단을 몇 번이나 매만졌다. 녹사는 문가에 가까운 자리에 앉아 팔짱을 끼고 있었고, 이리스는 품에 무언가를 안은 채 구석 자리를 골랐다. 파빌라는 평소보다 비아에게 바짝 붙어 앉았다. 다들 말은 없었지만, 오늘 이 자리에서 결정될 일이 무엇인지는 이미 알고 있었다.

수연이 그 자리에서 가장 먼저 일어섰다. 그녀는 후드를 손에 쥔 채, 모두를 둘러봤다.

"찾으러 간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후드가 나침반이야. 걔가 지나간 자리마다, 이게 반응해. 완전히 식지는 않았어— 아직 온기가 조금 남아 있어. 그 온기가 가는 방향을 따라가면, 걔를 만날 수 있어."

파빌라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근데 그 세계들은… 우리가 아는 곳이 아니잖아요. 어떻게 가요?"

모두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비아에게 쏠렸다. 문을 여는 자, 그것이 그녀의 본질이었으니까. 그러나 비아는 고개를 숙였다.

"…나는 못 연다……이다."

그 말을 하는 그녀의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그녀는 지난 며칠 동안 몇 번이고 혼자 문 앞에 서서 시도해봤다는 걸, 아직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새벽마다 가게 문 앞에 서서 손잡이에 손을 얹고, 예전처럼 원하는 곳으로 열리길 바랐지만— 문은 그저 평범한 문으로만 남아 있었다.

"왜?" 수연이 물었다.

"나는 지금, 문이 아니라 사람이다……이다." 비아가 자기 손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예전엔 그냥 열면 됐다……이다. 근데 지금은— 마음이 생겼다……이다. 마음이 생긴 뒤로는, 아무 데나 못 연다……이다. 열리는 문도 있고, 안 열리는 문도 있다……이다. 왜 그런지는 나도 모른다……이다."

그녀의 목소리 끝이 조금 갈라졌다.

"…나는 원래 이런 일 하려고 있는 존재였다……이다. 근데 지금은 못 한다……이다. 이게 무슨 의미인지— 나도 아직 모르겠다……이다."

형사가 그 말을 듣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는 팔짱을 낀 채, 오래전 어디선가 들었던 말을 곱씹는 얼굴이었다.

"…문을 여는 건," 그가 천천히 말했다. "능력이 아니라 자격이라고 들었습니다."

"자격이요?" 세레나가 되물었다.

"예전에 다른 세계의 문지기에게서 들은 이야기입니다." 형사가 답했다. "문은 아무나 열 수 있는 게 아니라, 그 문 너머로 가야 할 이유가 있는 사람에게만 열린다고요. 비아 씨가 못 여는 건, 능력을 잃어서가 아니라— 지금은 그 문 너머로 가야 할 사람이 비아 씨가 아니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그럼 누가 여는데?" 수연이 물었다.

형사는 대답 대신 자리에서 일어나, 가게 정문으로 걸어갔다. 다들 의아한 얼굴로 그를 지켜봤다.

그는 문 앞에 서서, 잠시 멈춰 섰다. 그의 손이 문고리를 향해 뻗다가, 아주 짧게 멈췄다. 그것은 망설임이라기보다는— 오랫동안 눌러온 어떤 확신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시간처럼 보였다. 그는 코트 안주머니의 낡은 메모를 손끝으로 한 번 스쳤다. 종이의 익숙한 감촉이, 그가 왜 이 문을 열 자격이 있는지를 다시 한번 일깨워주는 것 같았다.

그는 주먹을 가볍게 쥐고, 문을 두 번 두드렸다.

똑, 똑.

그 소리가 가게 안에 낯설게 울렸다. 이 도시에서 누구도 자기 집 문을 두드리지 않는다는 걸, 다들 새삼 깨달았다.

그는 문고리를 잡았다. 평소라면 익숙했을 그 금속의 온도가, 오늘따라 유난히 차갑게 손바닥에 닿았다. 그는 문을 열었다.

문 너머로— 익숙한 가게 앞 골목이 아니라, 낯선 바람이 불어왔다. 축축한 흙냄새와 낯선 꽃향기가 섞인 공기가 가게 안으로 스며들었다. 그 향은 이 도시의 어떤 계절과도 닮지 않았다. 그 문 너머에는, 이 도시 어디에도 없는 붉은 언덕과 낯선 하늘이 펼쳐져 있었다. 저 멀리서 이름 모를 새 울음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비아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어떻게 했냐……이다!"

"노크했습니다." 형사가 담담하게 답하며 문을 다시 닫았다. 문이 닫히자, 그 너머의 낯선 풍경도 함께 사라지고, 다시 익숙한 가게 앞 골목이 유리창 너머로 보였다.

"그게 다예요?" 파빌라가 눈을 크게 뜨고 물었다.

"그게 답니다." 형사가 자리로 돌아오며 말했다. "저는 이 문을 열 자격이 있는 이유를 딱 하나밖에 모릅니다. 저는 지켜야 할 부탁이 있고, 그 부탁을 지키려면 문 너머로 가야 합니다. 그뿐입니다."

비아는 그 말을 듣고도 한동안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문이 열리고 닫히는 그 짧은 순간이, 그녀에게는 자기 자신의 정체성 일부가 다른 사람의 손에서 재현되는 걸 지켜보는 낯선 경험이었다.

"…축하한다……이다." 그녀가 결국 그렇게 말했다. 목소리에는 서운함과 안도가 반반씩 섞여 있었다. "그럼 나는, 여기서 문을 지키겠다……이다."


원정대의 구성은 그날 오후 늦게까지 이어진 논의 끝에 확정됐다.

"수연." 세레나가 먼저 이름을 불렀다. "당신은 나침반이자 전투력입니다. 빠질 수 없어요."

"형사님." 그녀가 이어 말했다. "문을 여실 수 있는 유일한 분입니다. 원정대에 문지기가 없으면, 애초에 출발할 수가 없어요."

"레테." 그녀의 시선이 마지막으로 레테에게 향했다. "당신은 증언과 기록을 맡아주세요. 지워진 것들의 진짜 모습을 알아볼 수 있는 건, 지금 이 자리에서 당신뿐입니다."

레테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이야기가 끝난 것들을 다룹니다. 지워진 세계에서, 무엇이 원래 있었는지 가장 정확하게 볼 수 있는 눈이 저일 겁니다."

그녀는 잠시 자신의 손을 내려다봤다. 그 손끝에는 오랫동안 세계 곳곳의 지워진 기억들을 받아 담아온 흔적이, 눈에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새겨져 있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그녀가 덧붙였다. "저는 이 도시 밖으로 나가는 게 오랜만입니다. 늘 지하 보관층에서, 오는 것들을 받기만 했으니까요. 이번엔 제가 먼저 나가서, 무엇이 사라졌는지 찾으러 갑니다. 받는 사람에서 찾는 사람으로— 그것만으로도 저에게는 큰 변화예요."

"괜찮으시겠어요?" 세레나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괜찮을 겁니다." 레테가 옅게 웃었다. "누군가는 그 세계들이 무엇을 잃었는지, 정확히 이름 붙여줘야 하니까요. 그 일을, 제가 가장 잘할 수 있습니다."

"그럼 나머지는?" 수연이 물었다.

"저는 도시에 남습니다." 세레나가 말했다. "이 도시의 시간과 규칙을 지키는 게 제 역할입니다. 제가 자리를 비우면, 도시 자체가 흔들립니다."

"나는 증언대다." 녹사가 짧게 덧붙였다. "여기서 계속 사람들의 이야기를 받아야 한다. 그리고— 언젠가 그 사람이 나를 부르러 올 거다. 그때는 내가 이 도시에 있어야 한다."

"저는—" 이리스가 잠시 머뭇거리다 말을 이었다. "빛을 맡을게요. 여러분이 어디에 있든, 이 도시의 하늘은 계속 켜둘게요."

"비아랑 나는 가게를 지켜요." 파빌라가 비아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누군가는 돌아올 자리를 지켜야 하니까요."

비아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나직이 덧붙였다.

"…그리고 손님이 오면, 자리를 비워두면 안 된다……이다."

그 말에 다들 잠시 옅게 웃었다. 무거운 논의 끝에 찾아온, 아주 짧은 숨 돌릴 틈이었다.

그러나 그 웃음이 가시기도 전에, 비아는 어느새 수연의 소매를 슬쩍 붙잡고 있었다. 회의 내내 그래왔다— 수연이 발언할 때마다, 비아는 자기도 모르게 그녀 쪽으로 몸을 살짝 기울이거나, 소매 끝을 손끝으로 매만졌다.

파빌라가 그 모습을 곁눈질로 살피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언니, 아까부터 왜 그래요? 계속 수연 언니 옆에 붙어 있으려고 하시네."

"…그런가……이다?" 비아가 그제야 자기 손이 수연의 소매를 붙잡고 있다는 걸 깨달은 듯, 화들짝 손을 뗐다. "나도 잘 모르겠다……이다. 그냥— 자꾸 곁에 있고 싶다……이다."

수연은 그 모습에 옅게 웃으며 비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상한 애네, 오늘따라."

"…그런가……이다." 비아는 그렇게 답하면서도, 여전히 수연에게서 완전히 떨어지지는 않았다. 그녀 자신도 이 낯선 충동의 정체를 알지 못한 채, 그저 그 곁에 조금 더 머무르고 싶어 했다.

회의가 흩어진 뒤, 세레나는 홀로 카운터에 남아 있었다. 녹사가 그 옆에 조용히 앉으며 물었다.

"괜찮나?"

"…모르겠어요." 세레나가 손끝으로 카운터의 나뭇결을 매만지며 답했다. "저는 늘 이 도시를 지키는 사람이었어요. 근데 이번엔, 지킨다는 게 곧 아무것도 안 하고 여기 남는다는 뜻이 됐잖아요. 그게 이상하게— 무력하게 느껴져요."

"남는 것도 싸움이다." 녹사가 낮게 말했다. "나가서 부딪히는 것만 싸움이 아니다. 여기서 무너지지 않고 버티는 것도 싸움이다. 나는 그걸 오래 해왔다."

"…그렇겠죠." 세레나가 옅게 웃었다. "그런데도 가끔은, 저 문을 열고 나가는 사람들이 부러워요. 적어도 그들은, 뭘 해야 할지 눈앞에 보이잖아요. 저는— 도시가 무너지지 않기만을, 그냥 기다려야 하니까요."

녹사는 그 말에 대꾸하지 않고, 대신 자신의 손을 세레나의 손 위에 가만히 얹었다. 창세의 밤부터 함께해온 두 존재 사이에, 굳이 말이 필요하지 않은 위로였다.


회의가 끝난 뒤, 이리스는 수연을 조용히 연습실로 불렀다. 드론들이 늘어선 어두운 방 한구석에, 유난히 빛이 꺼진 드론 하나가 놓여 있었다.

"이거." 이리스가 그 드론을 조심스럽게 들어 수연에게 건넸다. "가져가세요."

수연이 그것을 받아들며 물었다.

"이거 왜?"

"제 제일 아픈 거예요." 이리스가 담담히 말했다. 그녀는 잠시 그 드론이 놓여 있던 선반을 바라봤다— 마치 아직도 그날의 잔상이 거기 남아 있다는 듯이.

"공연 초창기였어요." 그녀가 말을 이었다. "드론 열 대로 첫 야간 비행을 시도하던 날이요. 리허설 없이, 바로 실전으로 갔어요. 자신 있었거든요. 근데 열 번째 드론이— 갑자기 회전이 어긋났어요. 제가 미리 확인 안 한 나사 하나가 풀려 있었던 거예요. 드론이 무대 아래로 떨어지면서, 안전선 밖에 있던 관객 한 명의 팔을 스쳤어요. 큰 부상은 아니었어요. 근데 저는 그 사람이 놀라서 넘어지는 소리를, 아직도 잊을 수가 없어요."

그녀는 드론의 몸체를 손끝으로 가만히 쓸었다.

"그날 이후로, 이 열 번째 드론은 창고 구석에 뒀어요. 다시 켜면— 또 누군가를 다치게 할 것 같아서요. 저는 그 뒤로 이걸 한 번도 못 켰어요. 실패의 증거니까요. 근데—"

그녀는 잠시 말을 고르다 이었다.

"이번에 그 얘기 좀 하면서 알았어요. 이걸 계속 꺼둔다고, 그 일이 없었던 일이 되는 건 아니더라고요. 그냥 제가 그날을 계속 숨기고 있는 것뿐이었어요."

"근데 왜 나한테 줘?"

"걔한테 보여줘요." 이리스가 드론을 쥔 수연의 손을 가만히 감쌌다. "아픈 것도 데리고 사는 거라고요. 걔가 지금 하고 있는 게, 아픈 걸 전부 지우겠다는 거잖아요. 근데 저는— 이 꺼진 별도, 결국 제 하늘의 일부였다는 거, 이제는 알아요. 그러니까 걔한테도 보여줘요. 꺼진 별도 별이라는 거."

수연은 그 드론을 품에 조심스럽게 안았다. 차갑고 가벼운 그 무게가, 이상하게도 마음 한구석을 든든하게 만들었다.

"…알았어. 데려가 볼게."

이리스가 그제야 웃었다.

"그리고 살아 돌아오면, 제 새 공연에 초대할 거예요. 신입이라고 안 부르게 되는 날, 만들어드릴게요."

"그날은 좀 기대되네." 수연이 옅게 웃으며 답했다.


연습실을 나서던 길, 수연은 카운터에서 그릇을 정리하는 파빌라와 마주쳤다. 파빌라는 손을 멈추지 않은 채, 그러나 목소리는 평소보다 낮게 물었다.

"…무서워요?"

수연은 잠시 대답을 고르다, 파빌라 옆에 걸터앉았다.

"조금." 그녀가 솔직히 답했다. "근데 그것보다, 너랑 비아를 두고 가는 게 더 걸려."

"저희는 괜찮아요." 파빌라가 그릇을 마저 닦으며 말했다. "저는 기다리는 거 잘하잖아요. 그리고— 비아 언니도 이제 예전만큼 약하지 않아요."

"그건 알아. 근데 걱정하는 거랑 아는 거랑은 다르잖아."

파빌라가 그 말에 살짝 웃었다.

"그럼 저도 그렇게 말할게요. 저도 언니가 걱정돼요. 근데 그거랑 별개로— 언니는 갔다 올 거잖아요. 그러니까 저는 그냥, 갔다 올 사람 자리를 지키고 있을게요."

수연은 그 말에 파빌라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었다.

"…너, 은근히 어른스러운 말 잘한다."

"형사님 옆에 오래 있었잖아요." 파빌라가 장난스럽게 답했다.

그날 밤, 가게의 등불은 평소보다 오래 켜져 있었다. 다들 각자의 방식으로 내일을 준비하고 있었다— 형사는 짐을 꾸리고, 레테는 조용히 자신의 기록 도구를 점검하고, 수연은 검을 손질하며 드론을 옆에 놓아뒀다. 숫돌에 검날이 스치는 소리가 낮게 이어졌고, 그 소리 사이사이로 창밖의 눈이 소리 없이 쌓이고 있었다. 창밖으로, 원정을 준비하는 도시의 마지막 낮이 저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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