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바 니발리스
제119화. Writer
결심이 확정되던 그 오후로부터, 정확히 며칠이 흘렀다.
형사는 이제 혼자서도 손님의 얼굴을 먼저 볼 줄 아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라면사장이 오래전부터 기다려온 마지막 조건이, 그렇게 완전히 채워졌다.
유예는 끝났다. 남은 것은 실행뿐이었다.
그리고 그가 제대로 된 작별을 남긴 것은, 오직 둘뿐이었다. 비아. 그리고 수연. 나머지에게는 이미 다른 순간들이 작별을 대신하고 있었다. 형사의 앞치마, 파빌라의 정면 질문, 세레나의 "동의하지 않습니다." 그는 그 목록 바깥의 사람들에게는, 더 줄 것이 없다고 이미 결론 내려 두었다.
의식의 아침이 밝았다.
눈은 평소보다 조금 더 조용히 내리고 있었다. 가게 문에는 "임시 휴업"이라는 팻말이 걸렸다.
카운터 앞에 비아가 섰다.
"조건을 낸다……이다. 첫째, 아프면 말할 것. 둘째, 다 끝나면 라면 먹으러 올 것. 그리고—"
세 번째 손가락을 세우려던 그녀가 멈췄다.
"셋째는 나중에 말해준다……이다."
"…알겠다."
가게 안에는 형사와 파빌라, 그리고 멀찍이서 지켜보는 세레나가 있었다. 수연은 오지 않았다.
"저 안 들어갈게요. 보면… 못 참을 것 같아서요."
전날 밤 그녀는 그렇게 말했었다. 라면사장은 그 말에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저 고개를 끄덕였을 뿐이었다. 그는 이미, 그녀가 결국은 들어올 것이라는 것까지 계산에 넣고 있었다.
그래서 수연은 가게 밖 골목 어귀에 서 있었다. 토끼 후드를 깊게 눌러쓴 채로, 창문 너머 뭉개진 실루엣이 문고리를 주고받는 순간을 숨죽인 채 지켜봤다.
문고리가 비아의 손에서 라면사장의 손으로 넘어가는 순간, 세계가 잠시 숨을 멈췄다.
빛도, 소리도, 진동도 없었다. 그저 라면사장의 손끝이 놋쇠 문고리에 닿는 순간, 그의 눈동자가 잠깐 초점을 잃었다. 장소와 장소, 기억과 현실, 원인과 결과, 선택과 선택 사이의 모든 경계가 그의 감각에 일제히 열렸다.
그러나 이 순간을 지켜본 사람들은 그 압도적 확장을 보지 못했다. 그들이 본 것은, 한 남자가 문고리를 쥔 채 잠깐 휘청였다는 사실뿐이었다.
그리고 그들이 정말로 기억한 것은, 문고리를 놓은 순간 비아가 중얼거린 말이었다.
"…문이 안 보인다."
비명이 아니었다. 평생 가지고 있던 감각 하나가 사라졌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발음해보는 낯선 목소리였다.
라면사장의 손에 문고리가 남았다. 그의 얼굴에는 승리감도 성취감도 없었다. 상실만이 먼저 왔다.
"…이상하다……이다. 문이, 문으로 안 보인다……이다. 그냥, 문이다……이다."
평생 문 너머를 보던 존재가, 이제는 문 앞에 선 평범한 존재가 되었다.
라면사장은 비아의 빈자리에 자기 인간성을 넣기 시작했다.
심장이라는 말은 은유일 뿐, 실제로 건네지는 것은 기억의 다발이었다. 그는 눈을 감고 하나씩 호명했다.
"라면가게의 기억. 기다리는 마음. 물부터 올리는 습관. 무심한 농담. 미안함."
목소리가 조금씩 떨렸다.
"수연을 사랑했던 감정."
가게 밖 골목에서, 수연은 그 말을 듣지 못했다. 그러나 이유 없이 눈물이 흘렀다. 몸 어딘가가, 빠져나가는 것을 먼저 알아챈 것처럼.
"세레나와 도시를 세운 기억. 이리스의 첫 진짜 웃음. 녹사의 경고를 이해한 마음. 파빌라에게 라면을 내주고 싶던 마음. 비아를 첫 친구로 여긴 기억."
그리고 마지막.
"사람으로 남고 싶던 마지막 조각."
그 조각까지 건네지는 순간, 라면사장의 눈빛에서 온도가 분명하게 낮아졌다.
이것으로 의식은 끝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는 손을 거두지 않았다.
그는 자기 가슴 — 6부 왕국 전투에서 갈라졌던 은하 상처 — 에 손을 넣었다.
그리고 그 안으로 손을 넣었다.
손을 다시 빼냈을 때, 그 손끝에 들린 것은 별빛이 아니었다.
무수한 세계를 기록하고 지워온 세월 동안, 인간성으로 느껴야 했던 모든 비극과 슬픔과 고통이었다. 차마 다 짊어지지 못해 은하 속에 눌러 넣어뒀던 것들 — 후진하는 차, 절차 앞에서 죽어간 여자, 이별을 받아주지 못한 채 닫힌 문, 이름조차 모르는 수천의 얼굴들.
그것이 손끝에 들리는 순간, 가게 안의 공기가 통째로 무너졌다.
녹사가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남을 대신해 비명을 질러주는 존재인 그녀조차, 이 규모는 대신 짊어질 수 없었다. 그녀의 아바타가 신기루처럼 풀려나는 게 아니라, 찢겨나가듯 해체되기 시작했다.
하늘 위로 그녀의 진짜 모습이 드러났다. 도시 전체를 뒤덮는 크기의 얼굴, 붉은 머리카락이 폭풍처럼 하늘을 휩쓸며 퍼져나갔다. 오랫동안 꿰매여 있던 입이 처음으로 터지듯 벌어졌다.
녹사가, 다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을 위해, 처음으로 울부짖었다.
그 울부짖음은 도시 전체에 울렸다. 골목에 서 있던 수연도 그 소리를 들었다. 그녀는 반사적으로 몸을 돌려 뛰기 시작했다.
라면사장은 그 울부짖음 속에서 손에 든 것을 비아에게 건넸다.
비아는 마다하지 않았다. 두 손으로 받아 품에 끌어안았다.
그 순간부터 비아는 울기 시작했다.
수연이 가게 문을 밀어젖히고 들어선 것은, 바로 그 직후였다.
형사는 굳어 있었다. 파빌라는 귀를 틀어막고 있었다. 세레나는 하늘을 올려다본 채 움직이지 못했다. 카운터 위에서, 비아가 무언가를 품에 안고 울고 있었다.
그 앞에 라면사장이 서 있었다.
그가 수연을 본 순간, 그 눈이 아주 잠깐 따뜻해졌다.
며칠 전 그 포옹, 그 사과, 그 흔들림이 아직 남아 있다는 듯한 온기였다. 수연은 그 찰나를 놓치지 않았다. 심장이 잠깐 뛰었다 — 아직 늦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헛된 희망 같은 것이 스쳤다.
그러나 그 온기는 눈 깜짝할 사이에 식었다.
완전히,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수연은 그 눈을 봤다. 늘 그녀를 향할 때만 미세하게 흔들리던 눈. 이제는 흔들리지 않았다. 아무것도 담기지 않은, 완전히 고요한 눈이었다.
"사랑하면 안 되는 이가, 사랑을 했군."
감정이라고는 조금도 섞이지 않은 목소리였다.
"직무유기였다."
그는 그녀에게서 시선을 거뒀다. 그리고 그녀를 밀치고 지나가려 했다.
그러나 수연은 밀리지 않았다.
그녀의 발밑에서 얼음이 퍼져나갔다. 순식간에 바닥을, 카운터를, 창문을, 문틀을 타고 올라갔다. 가게 전체가 그 자리에서 통째로 얼어붙었다.
"내 선택이었어!"
그녀가 소리쳤다. 분노로 갈라진 목소리였다.
"내가! 사랑한 거라고! 그것도 사장님이 정할 거야?"
그녀는 얼음을 두른 주먹을 들어, 그의 얼굴을 그대로 내리쳤다.
둔탁한 소리가 났다.
그러나 라면사장 — 아니, Writer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 일격에, 상처는커녕 옷깃 하나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담담하게 그녀를 내려다봤다.
"신살의 소녀여."
그가 말했다. 목소리에는 조롱도, 경멸도 없었다. 그저 사실을 진술하는 어조였다.
"날 멈추려면, 검을 꺼내라."
수연은 숨을 몰아쉬며 그를 노려봤다. 주먹은 여전히 얼어붙은 채, 아무 상처도 남기지 못하고 떨렸다.
Writer는 손을 들어, 그녀의 머리 위에 가만히 올렸다.
그것은 다정한 손짓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 순간, 수연의 눈앞이 흐려졌다. 무릎이 꺾였다.
그녀는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Writer는 쓰러지는 그녀를 붙잡지 않았다. 형사가 대신 뛰어와 그녀를 받아 안았다.
그는 그 광경을 잠시 내려다보다가, 몸을 돌려 문으로 걸어갔다.
문이 열렸다. 그는 아무 인사도 없이, 문 너머로 사라졌다.
가게 안에는 얼어붙은 벽과, 비아의 울음소리와, 정신을 잃은 수연만 남았다.
이것은 아름다운 작별이 아니었다. 더 이상의 고통을 막기 위해 세계 전체를 뒤엎어버리겠다고 결심한 존재의 신화였다. 다정했던 사람의 흔적은, 그 신화 속에서 이제 과거형으로만 남았다.
수연은 정신을 잃기 직전, 마지막으로 깨달았다.
언젠가 자신이 마주해야 할 것은, 데려와야 할 사람이 아니라 — 멈춰 세워야 할, 어쩌면 죽여야 할 무언가라는 것을.
비아는 그 뒤로 하루 종일 울었다. 다른 말은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수연은 그 하루 동안, 가게 구석에 앉아 후드를 눌러쓴 채 움직이지 않았다.
하루가 지나서야, 비아는 겨우 가라앉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이런 건…… 들 수 있는 게 아닌…… 것이다……"
그리고 다시 울었다.
하늘은 이미 한 번 찢어졌었다. 녹사의 진짜 얼굴이 그 위에 새겨졌고, 도시 전체가 그 울부짖음을 들었다. 그러나 정작 그가 사라지던 순간에는, 그런 소란이 조금도 없었다.
문이 열리고, 닫혔다. 그뿐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다정했던 존재가, 자기 안의 가장 사람다웠던 부분을 이 가게에 남겨두고, 가장 조용한 방식으로 — 그러나 가장 잔인하게 — 사라졌다.
Writer의 탄생이었다.
수연이 발견한 것은, 그날 밤이었다.
토끼 후드가 유난히 따뜻했다. 그녀는 그 후드를 들고 비아에게 다가갔다.
"이거. 이상하게 따뜻해."
"…내 잔여물이 네 후드다……이다. 문이었던 시절의 마지막 조각. 그 사람이 못 가져간 것."
수연은 후드를 움켜쥐었다. 손끝이 떨렸다.
"그럼 이건—"
"그 자식을 찾을 수 있는 나침반이네."
그녀는 그 나침반을, 재회를 위한 것이라 믿고 싶었다. 그러나 그녀의 손끝은 이미 알고 있었다 — 어쩌면 이건, 마지막으로 마주쳐야 할 것을 찾기 위한 나침반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그날 밤, 수연은 후드를 벗지 않고 잠들었다.
라면사장이 떠난 뒤 첫 개점은, 어색하게 시작되었다.
형사가 문을 열고, 물을 올리고, 첫 손님을 받았다. 국물의 간은 미묘하게 달랐다. 그러나 가게는 열렸다.
"가게는 안 바뀐다."
그 말의 절반은 지켜졌다. 나머지 절반 — 안에 앉아 있던 사람 — 은 이제 이 세상 어디에도 없었다.
도시는 그 상실을 저마다의 방식으로 소화했다.
세레나는 평소보다 오래 걸었다. 녹사는 평소보다 오래 앉아 있었다 — 다시 온전한 아바타로 돌아왔지만, 예전과 똑같은 모습은 아니었다. 이리스는 연습을 두 배로 했다. 볼도는 시를 쓰지 못했다.
뮤나 페브의 라디오는 그날 첫 멘트로 이렇게 말했다.
"…오늘은, 사연 없이 음악만 틀겠습니다."
수연은 울지 않았다. 화내지도 않았다. 그저 매일 가게에 왔고, 매일 후드를 손질했고, 매일 검을 벼렸다.
"괜찮으세요?"
이리스가 물었다.
수연이 답했다.
"응. 데리러 갈 거라서."
그 말에는 이제 두 가지 뜻이 겹쳐 있었다. 데려오는 것과, 멈춰 세우는 것. 그녀는 아직 그 둘을 완전히 분리하지 못하고 있었다.
비아가 밤에 열이 났다. 인간성의 부작용, 처음 앓는 감기였다.
"…사장님이 그랬다……이다. 옛날에, 꿈에서… '내 토끼를 부탁해'라고…"
간호하던 형사의 몸이 굳었다. 그의 코트 주머니 속에는, 같은 문장이 적힌 낡은 메모가 있었다.
평생 지켜온 부탁의 발신인이, 그 순간 처음으로 닿았다.
다음 날, 형사는 레테를 찾아갔다.
"제 잃어버린 기억 — 이제 들 수 있습니다."
"…무거울 겁니다."
"압니다."
레테는 기억을 돌려주었다. 형사는 가게로 돌아와, 오래된 간판을 한참 바라보다가 말했다.
"…그랬군요. 처음부터, 여기로 오는 길이었어."
파빌라는 그 무렵, 오래 미뤄뒀던 편지를 완성했다. 수신인 칸에는 "라면 아저씨"라고만 적었다.
부치는 방법은 없었다. 그녀는 편지를 붉은 테두리 그릇 밑에 넣어두었다.
"돌아오면 읽으라고."
그릇의 역할이 뒤바뀌었다. 늘 기다려지던 아이가, 이제는 기다리는 쪽이 되었다.
8부의 마지막 밤, 형사는 불을 끄려다 멈췄다. 그리고 등 하나만 낮게 남겨둔 채 가게를 나섰다.
"…밤에 오는 손님도 있으니까."
그날부터 라면가게의 등은 밤새 꺼지지 않았다.
그 불빛이 새어 나오는 창문 너머, 시선이 하늘 위로 빠져나가면 — 도시 밖, 어느 세계의 하늘에서 별 하나가 소리 없이 지워지고 있었다.
아무도 그 별의 이름을 몰랐다. 그러나 그 별이 지워질 때마다, 이 도시의 등불이 아주 잠깐 흔들렸다.
Writer의 일은, 이미 시작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일에는, 끝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