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바 니발리스
제83화. 소므니움의 정찰
미다 로웬은 도시 재봉소를 운영하는 여인이었다. 손끝이 야무져 도시 사람들 옷은 대부분 그녀의 손을 거쳤지만, 정작 그녀 자신은 늘 어딘가 부족하다는 인상을 풍겼다.
"미다 씨, 이 옷 정말 잘 만드셨어요."
"고맙습니다. 근데 사실 이 정도 솜씨는, 어디서든 흔해요."
그녀는 늘 그런 식으로 칭찬을 흘려보냈다.
사실 미다는 이 도시에 오기 전, 훨씬 큰 도시에서 이름난 재봉사가 될 뻔했었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 스스로 그 기회를 포기하고 이곳으로 흘러들어왔다. 이유는 아무에게도 말한 적이 없었다.
그날 밤, 소므니움은 그 미련의 결을 정확히 짚어냈다.
꿈속에서 미다는, 그 큰 도시의 화려한 공방 한가운데 서 있었다. 그녀의 옷을 입은 귀족들이 줄을 서 있었고, 그녀의 이름이 간판에 걸려 있었다.
"당신이 포기했던 것입니다."
소므니움이 조용히 말했다.
"여기서라면, 다시 그 자리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이 도시에서의 삶을 등지지 않고도, 이 꿈 안에서는 얼마든지."
미다는 그 화려한 풍경을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낯설지 않은 그리움이었다. 그러나 동시에, 뭔가 이상한 위화감이 함께 밀려왔다.
"제가 왜 그 자리를 포기했는지, 당신도 아세요?"
"압니다. 이름이 나면 날수록, 사람들은 당신의 옷이 아니라 당신의 이름을 사려 했죠. 당신은 그게 싫었습니다."
"맞아요. 근데 지금 이 꿈속 풍경도 똑같잖아요. 다들 제 이름을 보고 줄을 서 있는 거죠. 옷이 아니라."
소므니움은 그 지적에 잠시 침묵했다.
"당신은, 다른 사람들과 조금 다른 방식으로 제 힘을 봅니다. 대부분은 그리운 결과만 보는데, 당신은 그 결과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까지 함께 봅니다."
"제 직업이 원래 그래요. 겉감만 보면 안 되고, 안감까지 봐야 하거든요."
미다는 그렇게 말하며 화려한 공방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이 도시에 와서, 저는 처음으로 제 옷이 아니라 제 손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만났어요. 소예 씨 작업복, 이리스 씨 무대 의상, 아이들 겨울옷. 이름값이 아니라 필요로 저를 찾는 사람들이요."
"그게 이 화려함보다 더 낫다는 겁니까?"
"낫고 덜하고의 문제가 아니에요. 그냥, 지금 이게 제가 원하는 삶이에요."
소므니움은 그 대답에 옅은 흥미를 드러냈다.
"흥미롭군요. 그럼 이 화려함엔 전혀 미련이 없으신 겁니까?"
미다는 그 질문에 잠시 솔직하게 침묵했다.
"미련은 있어요. 가끔, 제 이름이 걸린 간판을 상상하기도 해요. 근데 그 미련 때문에 지금 여기서 만드는 옷들을 소홀히 하고 싶지는 않아요."
"그 두 가지를 같이 가져가시겠다는 거군요."
"네. 미련이 있다고 해서, 지금이 가짜가 되는 건 아니잖아요."
그 대답과 함께, 화려한 공방의 풍경이 서서히 흐려지기 시작했다. 미다는 눈을 뜨고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창밖에는 여전히 눈이 내리고 있었다.
다음 날, 그녀는 상담소를 찾아 녹사에게 그 밤의 일을 전했다.
"저는 다른 사람들이랑 좀 다른 이유로 안 넘어간 것 같아요. 그리움을 부정한 게 아니라, 그냥 둘 다 인정한 거예요."
녹사는 그 이야기를 들으며 수첩에 새로운 갈래를 적었다.
'미다 로웬 — 미련과 현재를 대립시키지 않는 방식. 저놈의 이분법을 벗어난 첫 사례.'
"이거, 다른 사례들보다 중요할 수도 있겠다."
"왜요?"
"지금까지는 다들 그리움이냐 현재냐, 둘 중 하나를 택했다. 근데 당신은 둘 다 가져갔다. 저놈 힘의 전제 자체를 흔든 거다."
그 소식은 곧 라면사장에게도 전해졌다.
"미다 로웬의 방식, 흥미롭군."
"저놈한테 위협이 될까요?"
세레나가 물었다.
"위협이라기보다는, 다른 길을 보여준 거다. 지금까지 사람들은 저놈의 유혹을 '거부'하는 방식으로만 이겨냈다. 근데 거부하지 않고도, 휘둘리지 않는 방법이 있다는 걸 보여줬다."
"그게 왜 다른 거예요?"
이리스가 물었다.
"거부는 결국 저놈이 던진 질문 안에서 답하는 거다. 근데 미련과 현재를 둘 다 인정하는 건, 애초에 저놈이 만든 질문 자체를 벗어나는 거지."
라면사장은 그렇게 설명하며 옅게 웃었다.
"이 도시 사람들, 생각보다 훨씬 영리하군."
그날 저녁, 녹사가 이 새로운 통찰을 사람들과 나눴다.
"미다 로웬의 방식을 상담소 기본 안내에 추가한다. 그리움을 억지로 없애려 하지 마라. 대신, 그 그리움과 지금을 나란히 두는 법을 찾아라."
수연이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저도 그렇게 할 수 있을까요? 사장님에 대한 마음이랑, 지금 이대로도 괜찮다는 거랑."
녹사는 그 질문에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답했다.
"이미 하고 있다. 며칠 전 밤에."
수연은 그 지적에 문득 깨달았다. 소므니움의 손을 놓았던 그 순간, 그녀는 자신의 마음을 부정한 게 아니라 그저 그것이 이용당하는 걸 거부했을 뿐이었다. 마음은 여전히 그대로 간직한 채로.
같은 무렵, 도시 외곽 눈 덮인 벌판 한가운데 소므니움이 홀로 서 있었다.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었지만, 지금은 굳이 그 모습을 다듬지 않은 채였다.
그는 지난 며칠간의 결과를 돌이켜보고 있었다. 홀트는 흔들렸지만 끝내 돌아갔다. 헤라도, 소예도, 마왕도, 부관도, 미다도, 저마다의 방식으로 그의 손을 놓았다. 수연은 아예 처음부터 그 손을 잡지 않았다.
"흥미로운 도시야."
그가 나직이 중얼거렸다.
"보통은 이쯤 되면, 최소한 서넛은 완전히 잠식됐을 텐데."
그는 그 원인을 이미 알고 있었다. 상담소라는 이름의 그 작은 방. 그리고 그 방에 앉아 있는, 짧고 무뚝뚝한 존재.
"녹사."
그는 그 이름을 입에 담으며 옅게 웃었다. 모를 리 없는 이름이었다. 생명이 다쳐 쓰러지기 직전, 스스로 지르지 못하는 비명을 대신 지르는 존재. 그와 마찬가지로 사람의 시간 밖에 서 있는, 아주 오래된 축에 속한 이였다.
"당신이, 이 도시의 진짜 방벽이었군요."
같은 부류끼리는 서로를 속이기 어려운 법이었다. 그는 녹사가 정확히 무엇을 하는 존재인지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 사람들에게 답을 미리 정리하게 만들고, 그 정리된 답으로 자신의 유혹을 무디게 만드는 이. 다만 이 도시에서, 같은 격의 존재와 이렇게 정면으로 부딪히게 될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을 뿐이었다.
그는 잠시 도시 쪽을 바라보았다. 불빛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그 작은 풍경이, 이상하리만치 단단해 보였다.
"근데 저 방벽에도, 아직 안 뚫린 곳이 있지."
그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몇몇 얼굴을 떠올렸다. 이리스. 아직 완전히 정리되지 않은 미련을 안고 있는, 그러나 그 미련의 결이 유독 짙은 사람.
"그리고, 세레나."
그 이름을 떠올리는 순간, 그의 표정에 처음으로 뚜렷한 흥미가 어렸다.
"이 도시 전체를 짊어지려 하는 사람. 그런 사람일수록, 정작 자기 자신을 위한 미련은 가장 깊이 숨겨두는 법이지."
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도시를 향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가게 근처, 녹사는 마침 그 기척을 느끼고 걸음을 멈췄다.
"거기 있는 거 안다."
그녀가 어둠을 향해 말했다. 소므니움이 그 부름에 모습을 드러냈다.
"역시, 눈치채셨군요."
"이 근처엔 늘 있었다. 그냥 오늘은 좀 더 가까이 왔을 뿐이지."
"서로 모르는 척할 사이는 아니죠. 당신도 저처럼, 사람의 시간 밖에서 온 존재니까요."
"그래서 인사치레는 생략한다."
두 존재는 눈 덮인 골목 한가운데서 서로를 마주했다.
"당신, 정확히 뭘 원하는 거지."
"저는 그저, 사람들에게 선택지를 드릴 뿐입니다. 당신은 그들에게 경고를 하죠. 서로 비슷한 일을 하는 것 아닙니까?"
"비슷하지 않다. 나는 지금을 지킨다. 너는 다른 삶을 판다."
"판다는 표현은 좀 억울하네요. 저는 대가를 받지 않습니다."
"대가는 받는다. 그 사람의 시간, 그 사람의 현재. 그게 대가가 아니면 뭔가."
소므니움은 그 지적에 잠시 침묵했다.
"흥미로운 관점이네요. 근데 그렇게 따지면, 당신이 사람들에게 심어주는 그 확신도 결국은 그들의 불안을 가져가는 대가 아닌가요?"
"다르다. 나는 아무것도 가져가지 않는다. 그저 그들이 이미 가진 걸 보게 할 뿐이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저 역시 그들이 이미 가진 미련을 보여줄 뿐이죠."
"근데 너는 그 미련의 대가는 숨긴다. 나는 아무것도 숨기지 않는다."
두 존재의 대화는 팽팽하게 이어졌다. 어느 쪽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래서 사람들이 당신을 좋아하고, 저는 좋아하지 않는 거겠죠."
소므니움이 옅게 웃으며 말했다.
"좋아하는 것과 필요한 것은 다르다."
녹사의 그 짧은 대답에, 소므니움은 처음으로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당신은, 제가 만난 존재들 중에서 가장 흔들리지 않는 분이군요."
"나는 흔들릴 게 없다. 미련이 없으니까."
"그럼 이 대화도 무의미하겠군요."
"무의미하지 않다. 네가 뭘 하려는지 아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된다."
소므니움은 그 대답에 잠시 침묵하다가, 이내 몸을 돌렸다.
"오늘은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근데 한 가지만 말씀드리죠."
"뭔가."
"저는 아직, 이 도시에서 가장 깊은 미련을 만나지 못했습니다. 그 미련을 찾으면, 당신의 방벽도 소용없을지 모릅니다."
그 말과 함께, 그는 눈발 속으로 사라졌다.
녹사는 그 뒷모습이 완전히 사라진 뒤에도 한참을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그리고 곧장 가게로 향했다.
"라면사장."
"저놈이 방금 다녀갔다."
라면사장이 손을 멈추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뭐라고 하던가."
"아직 가장 깊은 미련을 못 만났다고 했다. 다음 목표를 정찰하는 것 같았다."
라면사장은 그 말에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짐작 가는 사람이 있나."
"이리스. 아니면 세레나."
"세레나는 이제 자기 미련을 꽤 정리했다. 근데 이리스는……."
라면사장은 말끝을 흐렸다. 이리스의 그 오래된 갈망 — 완전히 확신하지 못한 채로도 무대에 서고 싶어 하는 그 마음 — 이 여전히 정리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는 걸, 그도 알고 있었다.
"이리스한테 미리 알려야겠다."
"녹사, 자네는 저놈이랑 얘기하면서 흔들린 적 없었나."
라면사장이 문득 물었다.
녹사는 그 질문에 잠시 침묵했다.
"없다. 근데."
"근데?"
"저놈 말이 완전히 틀린 것도 아니었다. 나도 사람들한테서 뭔가를 가져가는 건 맞다. 그들의 불안을."
"근데 그 불안 대신 확신을 준다. 그건 착취가 아니라 교환이다."
라면사장의 그 말에, 녹사는 옅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나는 흔들리지 않는다. 내가 뭘 하는지 아니까."
두 사람은 그렇게 서로의 확신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그날 밤, 라면사장은 이리스를 따로 불러 소므니움의 정찰 소식을 전했다.
"저놈이 다음엔 저를 노릴 수도 있다는 거네요."
이리스가 긴장한 얼굴로 물었다.
"그래. 미리 알아둬라. 네 안의 그 미련, 부끄러워하지 말고 미리 정리해둬라."
"어떻게요?"
"녹사한테 가서 얘기해라. 상담소가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이리스는 그 조언에 고개를 끄덕이며 상담소로 향했다. 그러나 그날 밤, 그녀는 아직 자신의 미련이 정확히 얼마나 깊은지 알지 못했다.
가게 안, 라면사장은 홀로 남아 창밖을 바라보았다.
'……가장 깊은 미련이라.'
그는 그 말을 곱씹으며 옅게 눈을 감았다. 소므니움이 다음에 무엇을 보여줄지, 그는 아직 알 수 없었다. 그러나 그것이 이 도시가 겪은 것 중 가장 큰 시험이 되리라는 것만은, 분명히 예감하고 있었다.
이리스는 그날 밤, 상담소에서 나눈 이야기를 안고 잠자리에 들었다. 녹사가 마지막으로 해준 말이 마음에 남아 있었다.
"네 미련은 무대 위의 그 순간이다. 근데 그게 부끄러운 게 아니다. 얼마나 깊은지, 스스로 알고 있으면 된다."
그러나 그녀는 아직, 그 깊이를 정확히 가늠하지 못한 채였다.
꿈은 조용히 시작되었다. 이리스는 익숙한 무대 위에 서 있었다. 그러나 이번엔 열 초가 아니었다. 공연이 끝날 때까지, 시작부터 끝까지, 그녀는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관객들은 환호했다. 그녀는 도망치지 않았다. 그 감각은 지난번 그 짧은 순간보다 훨씬 크고 벅찼다.
"어떤가요, 이 느낌은."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소므니움."
"오늘은 좀 더 오래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열 초가 아니라, 이 무대 전체를요."
풍경이 바뀌었다. 이리스는 이제 극장 거리 전체를 총괄하는 감독이 아니라, 도시에서 가장 사랑받는 배우가 되어 있었다. 그녀의 이름이 걸린 공연 포스터가 광장 곳곳에 붙어 있었다.
"이건, 제가 원했던 미래인가요?"
"당신 안에 있던 것입니다. 뒤에서 만들기만 하던 시절, 늘 상상했던 모습이죠. 무대 중앙에서, 모두의 시선을 받는 사람."
이리스는 그 풍경을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낯설지 않았다. 오히려 지나치게 익숙했다.
그러나 소므니움은 이번엔 서두르지 않았다. 그는 그 꿈을 하루, 이틀, 사흘로 늘려갔다. 이리스가 눈을 뜨면 다시 잠들 때까지 현실의 시간이 흘렀지만, 꿈속에서는 훨씬 더 긴 시간이 쌓여갔다.
무대 위의 그녀는 매일 밤 공연했다. 매일 밤 박수를 받았다. 그리고 매일 밤, 도망치지 않았다.
"이 느낌, 좋으시죠."
"……좋아요."
이리스는 이제 그 감정을 부정하지 않았다. 열망을 인정하기 시작한 뒤로, 그녀는 이 벅찬 순간들을 오히려 더 선명하게 느끼고 있었다.
"그럼 왜 아직 여기 완전히 머무르지 않으시나요?"
소므니움이 물었다.
이리스는 그 질문에 곧바로 답하지 못했다. 그녀 안에서, 처음으로 진짜 흔들림이 시작되고 있었다.
'……이대로, 계속 여기 있으면 안 될까.'
무대 위의 박수, 매일 밤의 환호, 그 모든 것이 그녀가 오랫동안 갈망해온 것이었다. 그리고 지금, 그것이 손에 닿을 듯 가까이 있었다.
"현실에서는, 이 정도 순간이 아주 가끔씩만 옵니다. 열 초, 스무 초. 근데 여기서는, 매일 밤 이 정도의 시간이 당신 겁니다."
소므니움의 목소리는 그 어느 때보다 다정했다.
"그리고 이건 거짓이 아닙니다. 당신 안에 이미 있던 재능이고, 이미 있던 열망이니까요."
이리스는 그 말에 반박할 수 없었다. 그것은 사실이었다. 그녀는 정말로 그 순간을 원했다. 무대 중앙에서, 도망치지 않고, 끝까지 서 있는 그 순간을.
'……근데.'
그녀는 그 벅찬 감정 속에서도, 문득 무언가 허전함을 느꼈다.
관객석을 둘러보았다. 낯익은 얼굴들이 환호하고 있었다. 그러나 자세히 보니, 그 얼굴들은 어딘가 조금씩 흐릿했다. 코모도, 솔도, 파올라도. 마치 배경처럼 그 자리에 놓여 있을 뿐이었다.
"이 사람들, 진짜 관객이 아니네요."
이리스가 나직이 말했다.
"기억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존재들이죠. 하지만 그들의 환호, 그 감정만큼은 당신에게 진짜로 느껴질 겁니다."
"근데 이 사람들은 저를 몰라요. 진짜로 응원하는 게 아니라, 그냥 반응하도록 만들어진 거잖아요."
이리스는 그렇게 말하며 무대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라면사장의 부스도, 수연의 모습도 그 자리에 없었다.
"……수연이는요? 사장님은요?"
그녀가 물었다.
"이 꿈은 당신의 무대에 관한 것입니다. 다른 존재들까지 완벽하게 재현할 필요는 없었죠."
그 대답에, 이리스는 처음으로 이 완벽해 보이던 풍경의 균열을 확실히 느꼈다.
'……이 안엔, 그 사람들이 없어.'
무대 위의 환호가 아무리 벅차도, 그 옆에 수연이 없고, 부스 앞에 라면사장이 없다면, 그것은 그녀가 진짜로 원하던 완성된 순간이 아니었다.
그녀는 그 사실을 깨닫는 순간, 오랫동안 붙잡고 있던 확신 하나를 발견했다.
"저는 무대 위에 서고 싶었어요. 근데 그게 다가 아니었어요."
그녀가 소므니움을 향해 말했다.
"뭐가 더 필요했다는 겁니까."
"저를 보러 와줄 사람들이요. 아무나 말고, 진짜로 저를 아는 사람들. 이 꿈속엔 그 사람들이 없어요. 그럼 이 무대는, 반쪽짜리예요."
소므니움은 그 지적에 잠시 침묵했다.
"흥미롭군요. 지금까지 아무도, 이 풍경의 결핍을 정확히 짚어낸 사람은 없었는데."
"저는 연출자였잖아요. 뭐가 빠졌는지 보는 게 제 일이었어요."
이리스는 그렇게 답하며, 처음으로 이 화려한 무대를 향해 단호한 시선을 던졌다.
"이 순간 전부, 정말 갖고 싶어요. 근데 진짜 사람들과 함께가 아니면, 이건 제가 원하던 게 아니에요."
그 말과 함께, 무대의 조명이 미세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완벽하던 풍경에, 처음으로 균열이 가고 있었다.
소므니움은 그 광경을 바라보며 나직이 중얼거렸다.
"……가장 깊은 미련이 이렇게 쉽게 흔들릴 줄은 몰랐군요."
그러나 그의 목소리에는, 예상 밖의 만족감이 옅게 섞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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