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바 니발리스
제48화. 세레나의 질문
그날 밤, 세레나는 순찰을 마치고 늦게까지 가게에 남아 있었다.
손님이 모두 빠져나가고, 수연과 소예도 마감을 마치고 각자의 집으로 돌아간 시각이었다. 가게 안에는 라면사장과 세레나, 그리고 카운터 뒤에서 졸고 있는 비아만이 남아 있었다.
세레나는 오랫동안 물잔을 앞에 두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라면사장도 그 침묵을 굳이 깨지 않고 묵묵히 뒷정리를 이어갔다.
"저기."
세레나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라면사장이 손을 멈추고 그녀를 돌아보았다.
"질문 하나 해도 될까요."
"해라."
세레나는 오래도록 말을 고르다가, 낮고 신중한 목소리로 물었다.
"기다리는 것과 방관하는 것의 경계는 어디일까요."
가게 안의 공기가 순간 무겁게 가라앉았다.
라면사장은 그 질문에 바로 답하지 못했다. 그의 손이, 냄비 손잡이 위에서 아주 잠깐 멈췄다.
"……갑자기 왜 그런 걸 묻나."
"그냥 궁금해서요."
"그냥 궁금해서 묻는 표정이 아닌데."
세레나는 그 지적에 옅게 웃었다. 그러나 그 웃음에는 평소의 여유가 담겨 있지 않았다.
"재하 씨 얘기예요."
"재하가 왜."
"몇 달 동안 그가 방에서 못 나올 때, 저는 그냥 기다렸어요. 매일 안부만 확인하고, 억지로 끌어내지 않았죠. 그게 옳다고 생각했어요."
"그게 맞다."
"근데……." 세레나의 목소리가 조금 낮아졌다. "만약 그 몇 달 동안, 그가 정말로 위험한 상태였다면요? 제가 기다린다는 명목으로, 사실은 그냥 방관하고 있었던 거라면요?"
라면사장은 그 질문에 오래도록 침묵했다.
"결과적으로 재하는 스스로 걸어 나왔다."
"결과가 좋았으니까 다행이었던 거죠. 근데 만약 안 나왔으면요? 그 방 안에서 혼자 완전히 무너졌으면요?"
"……"
"저는 그때도 똑같이, 기다리는 게 맞았다고 말할 수 있었을까요?"
라면사장은 그 질문에 답하지 못했다. 처음으로, 그의 침묵이 대답을 고르는 침묵이 아니라 정말로 답을 갖고 있지 않은 침묵이었다.
"사장님도 모르시는군요."
세레나가 낮게 중얼거렸다.
"……모른다."
"이 가게의 원칙, '기다린다, 밀지 않는다'는 거요. 저도 늘 그 원칙을 믿었어요. 근데 요즘 자꾸 그 경계가 흐려져요."
"왜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드나."
세레나는 그 질문에 잠시 망설이다 답했다.
"오늘이 그날이라서요. 서른다섯 번째, 그 기억이 유독 선명해지는 날."
라면사장의 표정이 순간 굳었다.
"……그 얘기를 지금 하려는 건가."
"아니요, 아직 다 말할 준비는 안 됐어요. 근데 하나는 말할 수 있어요."
"뭔가."
"그 서른다섯 번의 실패 중, 몇 번은…… 제가 기다리는 걸 선택해서 생긴 실패였어요. 명령을 내렸어야 하는 순간에, 저는 기다리는 걸 택했거든요."
가게 안이 순간 조용해졌다.
"그 존재는…… 지금 어떻게 됐나."
라면사장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세레나는 그 질문에 오래도록 시선을 내렸다.
"모르겠어요. 어느 순간부터 완전히 자취를 감췄어요. 이 도시 어딘가에 있을 수도 있고, 아예 다른 곳으로 사라졌을 수도 있고."
"찾아본 적은 있나."
"있어요. 근데 못 찾았어요. 아니……" 그녀는 잠시 말을 정정했다. "정확히는, 찾으려는 시도 자체가 조심스러웠어요. 제가 또 잘못된 개입을 할까 봐."
라면사장은 그 말에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게 언제 얘기인가."
"오래됐어요. 이 도시가 아직 지금 같은 모습이 되기 한참 전이에요."
"그럼 지금 우리가 아는 사람 중에는 없나."
세레나는 그 질문에 답하지 못했다.
"모르겠어요. 어쩌면 있을 수도 있어요. 그때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그리고 결과가 나빴다는 거군."
라면사장이 낮게 말했다.
"네. 어떤 존재는, 제가 기다리는 사이에 완전히 무너졌어요. 제가 조금만 더 빨리 개입했다면, 다른 결과가 있었을 수도 있어요."
"……그건 결과론이다. 그 순간엔 최선의 선택이었을 거다."
"최선이었는지도 확신 못 해요. 그게 문제예요."
세레나의 목소리가 처음으로 떨렸다.
"저는 명령하지 않는 걸 원칙으로 삼았어요. 그게 옳다고 믿었으니까. 근데 요즘 자꾸 의심이 들어요. 이 원칙이, 사실은 제가 책임지기 싫어서 만든 핑계였던 건 아닐까 하고."
라면사장은 그 고백에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당신도 그렇지 않나요?"
세레나가 문득 그를 향해 물었다.
"뭐가."
"이 가게의 원칙. 열어두되 밀지 않는다는 거. 재하 씨 케이스처럼, 그게 정말 늘 옳은 걸까요?"
라면사장은 그 질문에 순간 말문이 막혔다.
"……옳다고 믿어왔다."
"저도 그랬어요. 근데 믿는 것과 확신하는 건 다르잖아요."
두 사람 사이에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이 가게를 지탱해온 두 개의 기둥 — 기다림의 원칙과 자유의지의 존중 — 이, 처음으로 그 밑바닥에서부터 흔들리고 있었다.
"당신은 왜 이 원칙을 만들었나요?"
세레나가 문득 물었다.
"이 도시가 생기고 나서, 아주 오래전에 깨달았다. 억지로 뭔가를 시키면, 그 사람은 절대 진짜 자기 자신이 되지 못한다는 걸."
"그건 언제 깨달은 거예요?"
라면사장은 그 질문에 순간 손을 멈췄다.
"……내가 직접 겪은 일이 있었다."
"어떤 일이요?"
"말할 수 없다. 아직은."
세레나는 그 대답에 씁쓸하게 웃었다.
"결국 우리 둘 다, 각자의 아픈 경험에서 이 원칙을 만든 거군요. 근데 그 원칙이 정말 보편적으로 옳은 건지는, 아무도 검증한 적이 없어요."
"……그렇다."
"어쩌면 우리는, 우리 각자의 상처를 이 도시 전체의 규칙으로 만들어버린 걸지도 몰라요."
그 말은 라면사장의 마음 깊숙한 곳을 찔렀다.
"세레나."
라면사장이 낮게 그녀를 불렀다.
"네."
"만약…… 그 원칙이 틀렸다면, 우리가 지금까지 해온 모든 게 잘못됐다는 뜻이 되나."
세레나는 그 질문에 오래도록 침묵했다.
"모르겠어요. 근데 적어도, 완전히 옳지만은 않았다는 건 이제 알겠어요."
"근데 만약 우리가 이 원칙을 바꾸면요?"
세레나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바꾸면 어떻게 되나."
"모르겠어요. 근데 지금까지 이 원칙 덕분에 살아난 사람도 있고, 반대로 이 원칙 때문에 늦어진 구원도 있었을 거예요. 재하 씨는 운이 좋아서 스스로 걸어 나왔지만, 다음 사람도 그럴 거라는 보장은 없어요."
"그럼 우리가 개입해야 한다는 건가."
"아니요, 그것도 답은 아닌 것 같아요. 개입했다가 실패한 게 제 서른다섯 번이잖아요."
라면사장은 그 말에 마음이 복잡해졌다.
"그럼 결국 어느 쪽도 완벽한 답이 아니라는 거군."
"그런 것 같아요. 근데 그 사실을 인정하는 것부터가, 오늘 제가 하고 싶었던 얘기예요."
"완벽한 원칙은 없다는 걸 인정하는 거."
"네. 우리가 지금까지 이 원칙을 절대적인 것처럼 지켜왔잖아요. 근데 어쩌면, 매번 다르게 판단해야 하는 게 맞을지도 몰라요."
라면사장은 그 말에 오래도록 침묵했다. 그것은 그가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 전체를 다시 생각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라면사장이 물었다. 평소라면 그가 먼저 답을 찾아 제시했을 텐데, 지금은 오히려 그가 묻고 있었다.
"모르겠어요. 그래서 오늘 이 질문을 드린 거예요."
"나도 답이 없다."
"저도 그럴 거라고 생각했어요."
두 사람은 그렇게 서로가 답을 갖고 있지 않다는 걸 확인한 채, 오래도록 침묵했다. 이 도시의 가장 근본적인 원칙 하나가, 오늘 처음으로 완전한 확신을 잃은 순간이었다.
비아가 그 무거운 침묵 속에서 슬며시 잠에서 깼다.
"……무슨 얘기 하냐……이다?"
그녀가 졸린 눈을 비비며 물었다. 그러나 가게 안의 공기를 느끼고는, 순간 눈이 커졌다.
"……왜 이렇게 무겁냐……이다?"
"아무것도 아니다."
라면사장이 애써 그렇게 답했다. 그러나 비아는 그 말을 믿지 않는 눈치였다.
"세레나, 괜찮냐……이다?"
세레나는 그 질문에 옅게 웃었다.
"괜찮아, 비아야. 그냥…… 어려운 질문을 하나 던졌을 뿐이야."
"답 나왔냐……이다?"
"아니, 아직."
"그럼 언제 나오냐……이다?"
세레나는 그 순진한 질문에 오래도록 대답하지 못했다.
"모르겠어. 어쩌면 아주 오래 걸릴지도 몰라."
비아는 그 대답에 불안한 얼굴이 되었다.
"근데…… 답 없어도 가게는 계속 여는 거지……이다?"
라면사장은 그 질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변하지 않는다. 답을 찾을 때까지, 문은 계속 연다."
세레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마지막으로 말했다.
"오늘 이런 무거운 얘기 꺼내서 미안해요."
"미안할 거 없다. 나도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저는 당분간, 이 질문을 계속 안고 다닐 것 같아요."
"혼자 짊어지지 마라."
세레나는 그 말에 옅게 웃었다.
"당신도 지금 그러고 있잖아요."
라면사장은 그 지적에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세레나가 떠난 뒤, 가게 안에는 라면사장과 비아만이 남았다.
"사장님."
비아가 조심스럽게 불렀다.
"왜."
"오늘 뭔가 시작된 거냐……이다?"
라면사장은 그 질문에 오래도록 창밖을 바라보았다.
"……그럴지도 모른다."
"무섭냐……이다?"
라면사장은 그 순진한 질문에, 아주 오랜만에 솔직한 대답을 내놓았다.
"조금은."
비아는 그 고백에 조용히 다가와 그의 옆에 앉았다.
"그래도 괜찮다……이다. 무서운 것도 다뤄야 한다고, 탄지한테 그랬잖냐……이다."
라면사장은 그 말에 옅게 웃었다.
"내가 한 말을 나한테 돌려주는군."
"그게 맞는 말이니까……이다."
그는 비아의 머리를 살며시 쓰다듬으며 창밖의 어둠을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오늘 밤 던져진 그 질문이, 이 가게와 이 도시의 앞날에 어떤 그림자를 드리울지, 그는 아직 알 수 없었다. 그러나 한 가지만은 분명했다. 이제는 아무것도, 예전과 완전히 같을 수 없다는 것.
"비아."
그가 문득 낮게 불렀다.
"왜……이다?"
"너는 어떻게 생각하나. 그 문의 원칙. 열되 밀지 않는다는 거."
비아는 그 질문에 오랫동안 고민했다.
"나는…… 그게 맞다고 믿는다……이다. 근데 세레나 말도 이해된다……이다."
"둘 다 맞을 수 있나."
"모른다……이다. 근데 사장님이랑 세레나가 오늘 그렇게 고민하는 거 자체가, 뭔가 좋은 일 같다……이다."
라면사장은 그 말에 의아한 얼굴을 했다.
"왜 그게 좋은 일인가."
"완벽하다고 믿었던 걸 다시 의심하는 거, 그거 성장 아니냐……이다? 나도 문 원칙 처음 만들 때, 그게 완벽하다고 생각 안 했다……이다. 근데 계속 다듬어갔다……이다."
라면사장은 그 순진하면서도 정확한 통찰에 옅게 웃었다.
"……맞는 말이다."
"그러니까 오늘 흔들린 것도, 나쁜 게 아니다……이다. 다시 다듬을 기회다……이다."
라면사장은 그 말에 조금은 마음이 가벼워지는 걸 느꼈다. 완벽한 답을 찾지 못했다는 사실이, 더 이상 온전히 두려움으로만 다가오지 않았다.
가게 문을 잠그기 전, 그는 외상장부를 꺼내 아주 조심스럽게 새로운 페이지를 펼쳤다. 그리고 그곳에, 처음으로 확신 없는 문장 하나를 적었다.
『기다림과 방관의 경계 — 아직 모른다. 답을 찾을 때까지, 문은 연다.』
그는 그 문장을 오래도록 바라보다가, 그 아래에 한 줄을 더 적었다.
『세레나의 서른다섯 번 — 언젠가 함께 마주해야 할 이야기.』
라면사장은 그 문장을 적으며, 오늘 밤의 대화가 단순히 지나가는 고민이 아니라는 걸 다시금 실감했다. 세레나가 짊어진 그 오래된 실패들, 그리고 그중 몇 번은 자신과도 얽혀 있다는 사실. 언젠가 그 전모가 드러나는 날, 이 가게는 지금과는 다른 시험대에 오르게 될 것이었다.
그는 서랍을 닫고, 마지막으로 가게 불을 끄기 전 창밖을 내다보았다. 밤하늘은 여전히 고요했지만, 그 고요함 뒤에 어떤 균열이 조용히 자라나고 있다는 걸, 그는 이제 부정할 수 없었다.
"내일도 문은 연다."
그가 낮게 중얼거렸다. 그 말은 이제, 단순한 다짐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이기도 했다. 이 원칙이 언제까지 옳을 수 있을지, 그 답을 찾을 때까지 그는 계속 이 자리를 지켜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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