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바 니발리스
제26화. 별을 만드는 사람
그날 밤, 도시 경계 쪽에서 낯선 빛이 떠올랐다.
처음엔 별똥별인가 싶었다. 그러나 그 빛은 떨어지지 않고, 오히려 천천히 도시 쪽으로 이동해왔다. 하나, 둘, 셋…… 점점 늘어나는 빛의 무리가 마치 대열을 이루듯 정연하게 하늘을 가로질렀다.
광장에 모여 있던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저게 뭐야?"
"설마 그 별 만든다는 사람이야?"
수연도 가게 문 앞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열 개의 빛이 점점 가까워지며, 그 아래로 한 사람의 실루엣이 서서히 드러났다.
키가 크고 늘씬한 여자였다. 금발이 밤바람에 부드럽게 흩날렸고, 걸음걸이 하나하나가 마치 무대 위를 걷는 듯 우아했다. 그녀를 둘러싼 열 대의 작은 드론들이 정교한 대형을 이루며 그녀의 머리 위를 맴돌고 있었다.
여자가 광장 한가운데 멈춰 섰다. 그리고 손을 가볍게 들어 올렸다.
그 순간, 드론들이 일제히 빛을 내뿜으며 하늘로 흩어졌다. 잠시 후, 밤하늘에 작은 별자리 하나가 그려졌다. 정교하고 아름다운, 마치 누군가 손으로 직접 그린 듯한 별의 궤적이었다.
광장 전체가 탄성을 터뜨렸다.
"우와……!"
"진짜 별을 만들었어!"
아이들이 손뼉을 치며 환호했고, 어른들도 넋을 잃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여자는 그 반응을 만족스럽게 지켜보며 우아하게 미소 지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그녀의 목소리는 낭랑하고 자신감이 넘쳤다.
"저는 이리스 루멘이에요. 오늘부터 이 도시에서 지내게 됐어요. 잘 부탁드려요."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사람들은 순식간에 그녀에게 매료된 듯했다. 화려한 등장에 걸맞은 화려한 환영이었다.
수연은 그 광경을 조금 떨어진 곳에서 지켜보며, 묘한 감정에 사로잡혔다. 화려함 그 자체에는 감탄했지만, 동시에 뭔가 위화감도 느꼈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하늘의 드론들을 하나씩 세어보았다.
하나, 둘, 셋…… 아홉.
"……아홉 개?"
분명 열 대라고 들었는데, 하늘에 떠 있는 건 아홉 개뿐이었다. 그녀는 눈을 가늘게 뜨고 다시 살폈다. 그리고 곧, 여자의 어깨 위쪽 조금 뒤편에 하나의 드론이 더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 열 번째 드론은 불이 꺼져 있었다.
다른 아홉 대가 밝게 빛나며 화려한 궤적을 그리는 동안, 그 하나는 그저 조용히, 어둡게 그녀의 뒤를 따르고 있을 뿐이었다.
수연은 그것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아무도 그 어두운 드론에 주목하지 않았다. 다들 밝게 빛나는 나머지 아홉 대와, 그것들이 그려내는 화려한 별자리에만 시선을 빼앗기고 있었다.
"저건 왜 꺼져 있지?"
그녀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이리스는 그날 밤, 광장에서 즉석 공연을 이어갔다. 별자리는 몇 번이고 모양을 바꾸며 사람들을 매료시켰다. 하트 모양, 꽃 모양, 심지어 이 도시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라면 그릇 모양까지 만들어내며 관중을 웃겼다.
"저거 봐, 완전 웃기다!"
"진짜 재능 있네!"
이리스는 그 반응 하나하나에 완벽한 리액션으로 화답했다. 놀란 척, 부끄러운 척, 기쁜 척. 모든 표정이 정교하게 계산된 듯 매끄러웠다.
라면사장도 가게 문 앞에 서서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저 사람 어때?"
수연이 다가가 물었다.
"화려하다."
"그게 다야?"
라면사장은 잠시 침묵하다 답했다.
"화려한 것과 진짜인 것은 다르다."
"저 사람이 가짜라는 거야?"
"아니. 아직 모른다. 그냥…… 겉모습만으로는 알 수 없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수연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 꺼진 드론은 여전히 조용히 이리스의 뒤를 따르고 있었다.
마왕도 그 광경을 팔짱 낀 채 지켜보고 있었다.
"화려하군."
그가 낮게 중얼거렸다.
옆에 있던 세레나가 조용히 답했다.
"경계할 필요는 없어요. 아직은요."
"아직은이라는 말은 나중엔 필요할 수도 있다는 뜻이지."
"그건 그때 가서 판단하죠."
마왕은 그 말에 옅게 웃으며 다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별자리는 여전히 화려하게 반짝이고 있었다.
공연이 끝나자, 사람들은 저마다 이리스에게 다가가 인사를 건네고 감탄사를 쏟아냈다. 그녀는 그 모든 이들에게 완벽하게 응대했다. 이름을 물으면 기억하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고, 질문에는 재치 있는 답변으로 웃음을 자아냈다.
"저기, 저 드론들 이름이 있어요?"
한 아이가 물었다.
"물론이지. 얘네는 각자 이름이 있어. 얘는 루체, 얘는 스텔라……"
이리스는 아홉 개의 드론 이름을 하나씩 소개했다. 그러나 열 번째, 꺼져 있는 드론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수연은 그 침묵을 놓치지 않았다.
"저 드론은요?"
그녀가 불쑥 끼어들며 꺼진 드론을 가리켰다.
순간, 이리스의 표정이 아주 잠깐 흔들렸다. 거의 눈치채기 힘들 만큼 미세한 변화였지만, 수연은 분명히 보았다.
"아…… 저건 고장 났어."
이리스가 애써 가벼운 어조로 답했다.
"수리 중이라 그냥 데리고 다니는 거야."
"어쩌다 고장 났어요?"
"오래됐거든. 원래 함께한 지 제일 오래된 애야."
그 대답에는 방금 전까지의 화려한 말투와는 다른, 옅은 쓸쓸함이 배어 있었다. 수연은 그것을 놓치지 않았지만, 더 캐묻지는 않았다.
인파가 서서히 흩어지기 시작할 무렵, 라면사장이 이리스에게 다가갔다.
"저녁은 먹었나."
이리스는 그 뜬금없는 질문에 잠시 당황한 눈치였다.
"아, 아직……."
"저기 가게에서 뭐라도 먹어라. 화려한 공연 한 다음엔 배가 고픈 법이다."
이리스는 그 무뚝뚝한 초대에 살짝 웃음을 터뜨렸다.
"감사합니다. 근데 다들 저한테 이것저것 화려한 걸 기대하시던데, 아저씨는 그냥 밥 먹으라고 하시네요."
"밥이 제일 중요하다."
이리스는 그 대답이 신선했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라면사장을 따라 가게로 향했다. 그녀 뒤로 아홉 대의 밝은 드론과, 그 옆에 조용히 따라붙는 어두운 한 대의 드론이 함께 움직였다.
가게에 도착한 이리스는 카운터에 앉으며 가게 안을 둘러보았다.
"소박하네요."
"소박한 게 맛있다."
라면사장이 그릇을 준비하며 답했다.
이리스는 그 대답에 옅게 웃었다. 소예가 호기심 어린 눈으로 다가와 물었다.
"저 드론들 진짜 신기해요. 어떻게 만든 거예요?"
"오래 연습했어. 원래 이런 걸 좋아했거든."
"어디서 배우신 거예요?"
이리스는 그 질문에 잠깐 시선을 내렸다.
"……원래 살던 세계에서. 사람들을 웃기고, 놀라게 하는 걸 좋아했어."
"지금도 그게 좋아요?"
"당연하지."
대답은 즉각적이었지만, 어딘가 연습된 듯한 매끄러움이 있었다. 수연은 그 미묘한 어긋남을 눈치챘지만, 굳이 지적하지 않았다.
소예가 그 대답에 뭔가 더 물어보려다, 이리스의 표정이 살짝 굳는 걸 보고 말을 삼켰다.
"아, 죄송해요. 너무 캐물었나 봐요."
"아니야, 괜찮아. 다들 궁금해하는 부분이니까."
이리스는 그렇게 말했지만, 목소리에는 옅은 피로가 묻어 있었다. 수연은 그 미묘한 변화를 놓치지 않고 화제를 돌렸다.
"근데 별자리 만드는 거, 진짜 대단했어요. 그건 어떻게 조종하는 거예요?"
이리스의 표정이 다시 밝아졌다.
"이거? 손목에 있는 이 장치로 조종해. 봐봐."
그녀는 손목에 찬 작은 기기를 보여주며 신이 나서 설명을 이어갔다. 드론들의 비행 원리, 대형을 짜는 방법, 조명 패턴을 바꾸는 법까지. 그 이야기를 하는 동안 그녀는 진심으로 즐거워 보였다.
"이거 진짜 재밌어 보여요. 저도 한번 해봐도 돼요?"
소예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그럼! 다음에 시간 되면 알려줄게."
수연은 그 대화를 들으며 생각했다. 방금까지의 어색함과는 다른, 진짜 이리스의 얼굴이 살짝 엿보인 순간이었다고.
라면사장이 그릇을 내밀며 물었다.
"매일 저렇게 화려하게 할 건가."
"네. 그게 제 일이니까요."
"힘들지 않나."
이리스는 그 질문에 순간 멈칫했다.
"……왜 그런 걸 물어보세요?"
"그냥 궁금해서."
이리스는 잠시 침묵하다가, 애써 밝은 목소리로 답했다.
"안 힘들어요. 저는 이게 좋아서 하는 거예요."
그 대답의 톤이 너무 완벽해서, 오히려 부자연스러웠다. 수연은 그 어색함을 느끼며 그녀의 어깨 위, 꺼진 드론을 다시 바라보았다.
"저 드론, 진짜 언제부터 고장 났어요?"
수연이 다시 물었다.
이리스는 그 질문에 젓가락을 잠시 멈췄다.
"……꽤 오래됐어."
"고칠 순 없어요?"
"고칠 수 있는데……." 그녀는 말끝을 흐렸다. "지금은 안 하고 있어."
"왜요?"
이리스는 그 질문에 답하지 않고 그저 식사를 이어갔다. 수연은 더 캐묻지 않았지만, 그 침묵 속에 뭔가 깊은 이야기가 숨어 있다는 걸 느꼈다.
식사를 마친 이리스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오늘 처음 뵀는데 이것저것 캐물어서 죄송해요."
"괜찮아요."
수연이 답했다.
"근데……." 이리스는 잠시 망설이다 덧붙였다. "저 드론 얘기, 아무한테도 물어본 사람 없었거든요. 다들 그냥 아홉 개만 보고 감탄하고 가니까."
"저는 좀 이상한 게 있으면 그냥 못 넘기는 성격이라서요."
이리스는 그 말에 옅게 웃었다.
"나쁘지 않네요, 그런 성격."
그녀는 라면사장에게 계산을 하려 했지만, 그가 손을 저었다.
"첫날은 안 받는다."
"왜요?"
"환영의 의미다."
이리스는 그 말에 눈을 조금 크게 떴다. 화려한 공연에 대한 찬사는 수없이 들었지만, 이런 식의 소박한 환대는 낯선 듯했다.
"……감사합니다."
그녀는 그 말을 남기고 가게를 나섰다. 아홉 대의 밝은 드론과 한 대의 어두운 드론이 다시 그녀의 뒤를 따라 조용히 사라졌다.
볼도가 마침 야간 순찰을 나가기 전 가게에 들렀다가, 문가에서 이리스와 마주쳤다.
"오늘 공연 잘 봤습니다."
그가 무뚝뚝하게 인사를 건넸다.
"고마워요."
"근데……." 볼도는 잠시 머뭇거리다 말을 이었다. "그 꺼진 드론, 제가 순찰하면서 밤하늘 자주 보거든요. 그거 오늘 처음 본 거 아니에요."
이리스가 그 말에 순간 멈칫했다.
"……무슨 뜻이에요?"
"며칠 전부터, 도시 경계 근처에서 작은 불빛 하나가 서성이는 걸 봤어요. 그때도 꺼져 있다가 잠깐씩 깜빡이곤 했거든요. 아마 저거였던 것 같은데."
이리스는 그 말에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볼도는 그런 그녀를 잠시 바라보다가, 더 캐묻지 않고 가볍게 목례를 하고 순찰을 나섰다.
이리스는 그 뒷모습을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아무도 알아채지 못했을 거라 생각했던 것을, 이 도시의 조용한 야간 경비원 하나가 이미 눈치채고 있었다는 사실이 그녀를 묘하게 흔들었다.
이리스가 떠난 뒤, 수연이 라면사장에게 물었다.
"저 사람 어떻게 생각해?"
"아직 모른다."
"근데 뭔가 있는 것 같지 않아? 저 꺼진 드론."
"있을 거다. 화려한 겉모습 뒤에 감춰둔 뭔가가."
"물어봐도 될까?"
"때가 되면 스스로 말할 거다. 억지로 캐물을 필요는 없다."
비아가 카운터 뒤에서 그 대화를 듣고 조용히 끼어들었다.
"오늘 온 사람, 반짝반짝했다……이다."
"그치. 진짜 화려했어."
"근데……." 비아는 잠시 고민하다 덧붙였다. "그 반짝임 뒤에 뭔가 어두운 게 있는 것 같았다……이다."
수연은 그 말에 놀랐다. 비아조차 그 위화감을 느끼고 있었다는 사실이.
"너도 그렇게 느꼈어?"
"응……이다. 다들 밝은 것만 봤지만, 나는 그 꺼진 애가 자꾸 눈에 밟혔다……이다."
수연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 도시에 화려하게 등장한 새로운 존재. 그녀는 그 화려함 뒤에 숨겨진 이야기가 무엇일지, 그리고 그것이 언제쯤 드러날지 궁금해졌다.
그날 밤, 광장 저편 이리스가 머물게 된 폐극장 근처에서, 그녀는 아홉 대의 드론을 정리해 재우고 홀로 남은 열 번째 드론을 손에 들고 오래도록 바라보고 있었다.
"오늘도 다들 좋아했어."
그녀가 낮게 중얼거렸다. 꺼진 드론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어둠 속에서 그녀의 손안에 놓여 있을 뿐이었다.
"……너도 좀 봐줬으면 좋겠는데."
그녀는 그 말을 끝으로 드론을 조심스럽게 상자 안에 눕히고, 극장 창가에 홀로 걸터앉았다. 화려한 공연이 끝난 뒤 남은 것은, 아무도 보지 못한 그녀만의 고요한 밤이었다.
멀리 라면가게의 불빛이 여전히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다. 이리스는 그 불빛을 오래도록 바라보다가, 문득 낮에 라면사장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환영의 의미다." 그 짧은 한마디가, 오늘 그녀가 받은 그 어떤 화려한 찬사보다도 오래 마음에 남아 있었다.
그녀는 다시 꺼진 드론을 상자에서 꺼내 손바닥 위에 올려두었다.
"오늘 그 볼도라는 사람이, 너 봤다고 하더라."
드론은 여전히 대답이 없었다. 이리스는 그 침묵에 씁쓸하게 웃었다.
"아무도 못 알아챌 줄 알았는데. 이 도시 사람들, 생각보다 눈이 밝네."
그녀는 손끝으로 드론의 표면을 가만히 쓰다듬었다.
"조금만 더 기다려줘. 아직은…… 준비가 안 됐어."
무엇을 위한 준비인지, 그녀 자신도 정확히 알지 못했다. 그러나 오늘 이 소박한 가게에서 받은 환대가, 그 준비의 시간을 조금은 앞당겨줄지도 모른다는 예감이 어렴풋이 스쳤다.
멀리서 첫 새벽빛이 도시 경계 위로 옅게 번지기 시작했다. 이리스는 그 빛을 바라보며, 화려하게 시작된 오늘 하루가 사실은 아주 작은 진심 하나로 조용히 저물고 있다는 걸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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