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바 니발리스

제25화. 반짝이는 소문

소문은 처음엔 그저 우스갯소리처럼 시작됐다.

"밤하늘에 별을 띄우는 사람이 온다는데."

시장 좌판에서 야채를 팔던 아주머니가 지나가는 말로 흘린 이야기였다. 처음엔 아무도 진지하게 듣지 않았다. 이 도시엔 늘 이런저런 소문이 돌았고, 대개는 며칠 지나면 흐지부지 사라지곤 했으니까.

그런데 이번엔 좀 달랐다.

폐극장 거리, 오랫동안 방치되어 있던 낡은 극장 건물 앞으로 며칠째 정체 모를 짐들이 도착하고 있었다. 커다란 나무 상자들, 은빛으로 반짝이는 원통형 장비들, 그리고 정교하게 포장된 무언가들. 도시의 물류를 담당하는 이들조차 그것들이 어디서 온 건지, 누가 주문한 건지 정확히 알지 못했다.

"저거 다 뭐예요?"

수연이 배달을 돌다가 폐극장 앞에 쌓인 상자들을 보고 지나가던 인부에게 물었다.

"낸들 아나. 그냥 정해진 곳에 갖다 놓으라고만 지시받았어."

"누가 지시했는데요?"

"몰라. 편지로만 왔더라고. 극장 앞에 놓아두라고."

수연은 그 대답에 더 궁금해졌다. 상자 하나엔 얼핏 별 모양의 각인이 새겨져 있었고, 다른 상자에서는 미세한 기계음 같은 것이 흘러나왔다.


가게로 돌아온 수연은 그 이야기를 라면사장에게 전했다.

"폐극장에 짐이 계속 쌓이고 있어. 뭔가 큰 게 오려나 봐."

라면사장은 손을 멈추지 않은 채 대답했다.

"그런가."

"또 그 반응이야? 알고 있는 거 아니야?"

"모른다. 진짜로."

수연은 그 말에 살짝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평소 이 도시에서 벌어지는 웬만한 일은 다 알고 있는 듯했던 라면사장이, 이번엔 정말로 모르는 눈치였다.

"신기하다. 사장님도 모르는 게 있네."

"이 도시에 오는 모든 것들을 내가 다 알 필요는 없다."

"그래도 좀 걱정 안 돼? 뭔지도 모르는 게 오는 건데."

"걱정할 이유가 있으면 그때 걱정한다."

수연은 그 태연함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러나 그녀 자신은 그 정체 모를 짐들이 자꾸만 신경 쓰였다.


다음 날, 그녀는 배달을 마치고 일부러 폐극장 거리를 한 바퀴 돌았다.

"그냥 궁금해서 지나가는 것뿐이야."

그녀는 스스로에게 변명하듯 중얼거렸다. 폐극장 앞에는 어제보다 더 많은 상자들이 쌓여 있었다. 그중 하나는 뚜껑이 살짝 열려 있었는데, 안에서 은은한 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그녀는 살짝 다가가 들여다보려 했지만, 그 순간 인부 하나가 다급히 다가와 상자를 다시 닫았다.

"이거 함부로 보시면 안 됩니다."

"아, 죄송해요. 그냥 궁금해서……."

"이해합니다. 다들 궁금해하시더라고요. 근데 아직 공개할 때가 아니라서."

"언제 공개되는데요?"

"저도 정확히는 모릅니다. 주인공이 도착해야 시작되는 거라서요."

"주인공이요? 그럼 사람이 오는 거예요?"

인부는 살짝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웃었다.

"그건 제 입으로 말씀드리기가……. 곧 아시게 될 거예요."

수연은 그 대답에 더 궁금증이 커졌지만, 결국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한 채 자리를 떠야 했다.


군밤 할머니도 그날따라 화롯불 앞에서 유독 말이 많았다.

"내가 젊었을 때 저런 걸 본 적 있어. 나라 잔치에 불꽃놀이 하는 사람들이 왔었거든."

"진짜요?"

수연이 지나가다 걸음을 멈추고 물었다.

"그럼. 근데 그 사람들, 화려한 걸 보여주고 나면 꼭 그다음 날 훌쩍 떠나버리더라고. 마을엔 그 화려함의 잔상만 남기고."

"왜 그런 거예요?"

"화려한 걸 보여주는 사람들은, 대개 자기 자신은 잘 안 보여주거든. 무대 뒤는 안 보여주고 앞만 보여주는 거지."

수연은 그 말에 문득 뭔가 짚이는 게 있었다. 화려함과 진심 사이의 거리. 그녀 자신도 검을 휘두를 때, 진짜 자신을 감추고 겉모습만 보여준 적이 여러 번 있었다.

"그래도 좋은 사람일 수도 있잖아요."

"그럼, 그럴 수도 있지. 난 그냥 옛날 생각이 나서 하는 말이야. 너무 겁먹진 말고."

수연은 할머니의 그 말에 옅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시장에서도 그 소문은 점점 부풀어 올랐다.

"별을 띄운다는 게, 진짜 하늘에 별을 만든다는 거야?"

"에이, 말도 안 되지. 아마 폭죽이나 조명 쇼 같은 걸 거야."

"아니야, 내가 듣기로는 진짜 드론으로 별자리를 만든다던데."

"드론? 그게 뭔데?"

"나도 정확히는 몰라. 하늘을 나는 작은 기계라나."

수연은 그 대화들을 스치며 지나갔다. 이 도시 사람들 대부분은 드론이라는 개념 자체를 낯설어했다. 그녀 자신은 원래 세계에서 익숙했던 물건이었지만, 굳이 나서서 설명하지는 않았다.

세레나도 순찰 도중 잠시 가게에 들러 그 소문에 대해 짧게 언급했다.

"오늘 도시 경계 쪽에 신규 정착 신호가 잡혔어요."

"그게 그 별 만든다는 사람이에요?"

수연이 물었다.

"아마도요. 정확한 신원은 아직 확인 안 됐지만, 화물 규모로 봐서는 상당한 준비를 하고 온 것 같아요."

"위험한 사람은 아니겠죠?"

세레나는 잠시 생각하다 답했다.

"위험 여부는 아직 판단할 수 없어요. 다만 이렇게 대규모로, 화려하게 등장하는 경우는 흔치 않아요. 대개는 조용히, 혼자, 아무것도 없이 오니까요."

"그럼 이번엔 다르다는 거예요?"

"다르죠. 그게 좋은 신호인지 나쁜 신호인지는 아직 몰라요. 그냥…… 지켜봐야 할 것 같아요."

세레나는 그 말을 끝으로 다시 순찰을 이어가러 나섰다. 수연은 그녀의 신중한 말투에서 옅은 긴장감을 느꼈다.

그날 저녁, 가게에서 손님들이 그 이야기로 한창 떠들썩했다.

"이번엔 진짜 뭔가 큰 게 오나 봐."

"소문이 사실이면 완전 축제 분위기 되겠는데."

"근데 그 사람 정체가 뭘까? 마법사인가?"

"아니면 예술가려나."

라면사장은 그 소란 속에서도 태연히 그릇을 나르며 물었다.

"별로 관심 없나 보다, 수연은."

"관심 없어."

"근데 오늘 세 번째로 폐극장 앞을 지나갔다고 들었는데."

수연은 순간 얼굴이 붉어졌다.

"그, 그건 그냥 배달 경로였어!"

"오늘 배달 경로엔 그쪽이 없었던 걸로 아는데."

"……딱히 궁금해서 그런 거 아니야. 그냥 좀 스쳐 지나간 거지."

라면사장은 그 변명에 옅게 웃으며 더 캐묻지 않았다. 소예가 그 옆에서 킥킥거리며 끼어들었다.

"언니 완전 신경 쓰이는구나."

"아니라니까."

"세 번이나 갔으면서."

"우연이야, 우연."

수연은 애써 태연한 척했지만, 사실 마음속으로는 그 정체 모를 존재에 대한 궁금증이 점점 커지고 있었다.


비아도 그 소문에 관심이 많았다. 그녀는 카운터 뒤에 앉아 발을 동동 구르며 물었다.

"진짜 별 만드는 사람이 오냐……이다?"

"그런가 봐."

"어떻게 생겼을까……이다? 반짝반짝할까……이다?"

"글쎄. 나도 아직 못 봤어."

"빨리 보고 싶다……이다!"

라면사장은 그런 비아를 보며 옅게 웃었다.

"곧 알게 될 거다. 어차피 이 도시에 도착하는 존재는 언젠가 이 문턱을 넘게 되어 있으니까."

"진짜냐……이다?"

"그동안 그랬다. 다들 처음엔 각자의 방식으로 도시를 돌아다니지만, 결국은 여기로 온다."

수연은 그 말에 문득 자신이 처음 이 가게에 도착했던 순간을 떠올렸다. 벽을 부수고 들어와 콜라비빔면을 만들어 울었던 그날. 그때는 예상하지 못했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이 가게는 이상하게도 이 도시의 모든 이야기가 모이는 곳처럼 느껴졌다.


그날 밤, 수연은 잠들기 전 문득 창밖을 내다보았다. 폐극장 거리 쪽 하늘이 어딘지 모르게 유독 밝게 빛나는 것처럼 느껴졌다.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뭔가 큰 변화가 다가오고 있다는 예감이 강하게 들었다.

"뭘 그렇게 봐?"

소예가 잠들기 전 마지막 정리를 하며 물었다.

"그냥. 저쪽 하늘이 좀 이상하게 밝은 것 같아서."

"그러게요. 저도 느꼈어요. 뭔가 곧 일이 터질 것 같은 느낌."

"좋은 쪽으로?"

"모르겠어요. 근데 이 도시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대개 그렇잖아요. 처음엔 낯설고 무섭다가, 결국은 좋은 쪽으로 흘러가는."

수연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녹사가 그랬듯, 이 도시에 도착하는 낯선 존재들은 대개 처음엔 오해를 받다가도 결국은 이 가게의 문턱을 넘어 자기 자리를 찾아갔다.

"이번에 오는 사람도 그럴까?"

"글쎄요. 근데 별을 만든다는 거 자체가 뭔가 화려하잖아요. 오해받을 일보단 환영받을 일이 많을 것 같은데."

수연은 그 말에 왠지 모를 불안을 느꼈다. 화려함 뒤에 감춰진 것들을 그녀는 이미 여러 번 겪어본 적이 있었다.


다음 날 아침, 라면사장이 유독 이른 시간부터 냄비에 물을 올리고 있었다.

"오늘 뭔가 특별한 날이야?"

수연이 물었다.

"아니. 그냥 평소보다 손님이 많을 것 같아서."

"왜?"

"폐극장 쪽 짐이 오늘 다 도착한다고 들었다."

수연은 그 말에 순간 심장이 뛰었다.

"그럼 오늘 그 사람이 온다는 거야?"

"아마도."

"어떻게 알았어?"

"장사하다 보면 소문이 자연히 들어온다."

수연은 서둘러 아침 배달 준비를 마쳤다. 평소보다 조금 더 서두르는 자신의 손길을 느끼며, 그녀는 애써 태연한 척했지만 사실 마음속으로는 은근한 기대감이 차오르고 있었다.

"오늘 배달 갈 때 폐극장 쪽으로 돌아서 갈까 봐."

"또?"

"이번엔 진짜 경로가 그쪽이야."

"경로 하나는 참 자주 그쪽으로 나는구나."

수연은 그 놀림에 얼굴을 붉히며 서둘러 가게를 나섰다.


폐극장 거리에 도착했을 때, 그녀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 다들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극장 앞을 기웃거리고 있었다. 상자들은 대부분 정리되어 극장 안으로 옮겨진 상태였고, 마지막 몇 개만이 아직 밖에 남아 있었다.

"오늘 진짜 오나 봐요."

옆에 서 있던 한 주민이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 것 같네요."

수연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도 모르게 극장 입구 쪽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아직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지만, 공기 중에 뭔가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멀리서 인부들이 마지막 상자를 옮기며 나누는 대화가 얼핏 들려왔다.

"오늘 저녁에 도착하신다고 하더라고."

"드론 몇 대나 가지고 오신대?"

"열 대라던데. 하나같이 최고급이라고."

"완전 화려하겠네."

수연은 그 대화를 들으며 묘한 긴장감을 느꼈다. 열 대의 드론을 대동하고 나타난다는 존재. 그것은 분명 이 조용하고 소박한 도시에는 어울리지 않는 규모의 등장이었다.

그녀는 결국 오후 배달까지 마친 뒤, 조금 더 늦게까지 폐극장 근처를 서성이다가 결국 가게로 발길을 돌렸다. 오늘 밤, 뭔가 큰 이야기가 시작될 것이라는 예감을 안은 채로.


마왕도 그날 오후 폐극장 근처를 지나다 우연히 수연과 마주쳤다.

"뭘 그렇게 뚫어져라 보나."

"그냥…… 궁금해서요."

"별 만드는 자가 온다고 다들 난리던데, 나는 별로 반갑지 않구나."

"왜요?"

마왕은 팔짱을 끼며 씁쓸하게 웃었다.

"내가 다스리던 시절에도 저런 부류가 종종 찾아왔었지. 화려한 재주로 백성들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는 자들. 처음엔 다들 열광하지만, 나중엔 그 화려함 뒤에 뭐가 있는지 알고 나서 실망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에도 그럴 거라고 생각해요?"

"모른다. 그냥 내 경험상 그렇다는 거지. 화려한 것들은 대개 그 화려함만큼의 그림자를 갖고 있더라."

수연은 그 말에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래도 처음부터 색안경 끼고 보는 건 안 좋을 것 같아요."

"그건 맞는 말이다. 나도 그냥 노파심에 하는 말이지, 확신은 아니다."

마왕은 그렇게 말하고서 자리를 떴다. 수연은 그의 뒷모습을 보며, 이 도시의 오래된 존재들이 저마다 새로운 존재에 대해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는 이유를 어렴풋이 짐작했다. 다들 한 번쯤은 화려함에 속아본 경험이 있는 게 아닐까.


가게로 돌아온 수연은 그 이야기를 라면사장에게 전했다.

"오늘 저녁에 진짜 온대. 열 대나 되는 드론이랑 같이."

라면사장은 그 말에 손을 멈추고 잠시 창밖을 바라보았다.

"화려하게 오는군."

"뭔가 걱정돼?"

"걱정이라기보단…… 그런 존재는 대개 겉과 속이 좀 다르다."

"무슨 뜻이야?"

"두고 보면 안다."

수연은 그 알쏭달쏭한 대답에 고개를 갸웃했다. 비아가 카운터 뒤에서 눈을 반짝이며 다가왔다.

"오늘이다……이다?"

"응, 오늘 밤일 것 같아."

"나도 보고 싶다……이다! 별 만드는 거 보고 싶다……이다!"

"밤 되면 창가에서 같이 보자."

비아는 그 말에 신이 나서 폴짝폴짝 뛰었다. 라면사장은 그런 비아를 보며 옅게 웃었지만, 그의 눈빛 어딘가에는 알 수 없는 신중함이 깃들어 있었다.

수연은 그날 밤, 창가에 서서 폐극장 거리 쪽 하늘을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이 도시에 곧 새로운 이야기가 도착하리라는 확신만은 뚜렷했다. 그 이야기가 어떤 색깔일지, 그녀는 아직 알 수 없었다.

라면사장이 그녀 곁으로 다가와 나란히 창밖을 바라보았다.

"신경 쓰이나."

"조금."

"왜."

"모르겠어. 그냥…… 뭔가 큰 게 온다는 느낌이 들어서. 좋은 건지 나쁜 건지도 모르겠고."

"좋고 나쁨은 미리 정해지는 게 아니다. 만나보고 나서야 아는 거다."

"그럼 마냥 기다리기만 하면 돼?"

"기다리는 것도 하나의 준비다. 겁먹고 미리 문을 걸어 잠그는 것보다는 낫다."

수연은 그 말에 옅게 웃었다. 며칠 전 밤, 골목 끝의 울음소리에 겁먹어 문을 걸어 잠그던 사람들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 뒤에 벌어진 모든 일들 — 녹사와의 만남, 오해가 풀리던 순간들. 이번에도 비슷한 흐름이 될지 몰랐다.

"그러고 보니 사장님은 이 가게 오는 사람들, 처음부터 다 반갑게 맞아주는 거야?"

"반가운 척하는 게 아니라, 진짜로 반갑다. 여기 오는 모든 존재는 다 자기만의 이야기를 갖고 온다. 그게 화려하든 초라하든."

"이번에 오는 사람 이야기는 어떨까?"

"두고 보자."

두 사람은 그렇게 한동안 말없이 창밖의 어두운 하늘을 바라보았다. 비아도 슬며시 다가와 그 사이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셋은 그렇게 나란히, 아직 오지 않은 손님을 위해 조용히 자리를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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