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바 니발리스

제198화. 장부 정리

형사는 그날 밤늦게, 가게 뒷정리를 마친 뒤 외상장부를 꺼내 들었다.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는 아니었다. 그저 손이 가는 대로, 카운터 서랍 안쪽에 늘 꽂혀 있던 그 낡은 공책을 꺼내 펼쳤을 뿐이었다. 표지는 오랜 손때로 반들거렸고, 모서리는 여러 번 접혔다 펴진 흔적으로 둥글게 닳아 있었다.

그는 첫 장부터 천천히 넘겨봤다. 이 도시에 처음 온 사람들의 이름, 그들이 갚기로 한 것들, 그리고 그 옆에 짧게 덧붙은 메모들. 벽값을 갚은 사람, 자기소개 대신 능력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증명해야 했던 사람, 완벽하지 않아도 되는 법을 배우는 중인 기사. 이리스의 이름이 적힌 페이지도 있었다— 처음 이 페이지가 열린 날, 그녀는 아직 자신이 무엇을 갚아야 할지도 몰랐을 것이다. 비아가 원칙을 어겼던 단 하루의 기록도, 짧은 몇 줄로 남아 있었다. 페이지마다 이 도시가 지나온 계절이 고스란히 적혀 있었다.

형사는 그 낡은 문장들을 하나하나 눈으로 훑으며, 이 장부가 단순한 회계 기록이 아니었다는 걸 새삼 실감했다. 그는 예전에, 사람이 남긴 물건과 기록만으로 그 사람의 마지막을 재구성하는 일을 오래 해왔다— 유품 하나, 메모 한 줄에서 그 사람이 살아온 방식을 읽어내는 일. 이 장부를 넘기는 지금도 그는 비슷한 감각을 느꼈다. 다만 이번엔 재구성해야 할 죽음이 아니라, 지켜야 할 삶의 흔적이라는 게 달랐다. 그는 그 차이가 자신에게 얼마나 낯설고도 다행스러운 일인지 새삼 깨달았다. 이건 이 가게가 사람을 기억하는 방식이었다.

그렇게 넘기던 중, 뒤쪽 어느 페이지에서 그의 손이 멈췄다. 다른 항목들과 달리, 그 페이지에는 단 한 줄만 적혀 있었다. 필체는 분명 낯익은 것이었다— 이 장부의 거의 모든 페이지를 채워온 그 손. 그러나 그 한 줄만은, 다른 항목들과 결이 달랐다. 손님의 이름을 적고 그 옆에 사연을 붙이는 방식이 아니라, 마치 자기 자신에게 남긴 메모 같았다.

"라면 한 그릇 — 나중에 갚겠음. 돌아오면."

형사는 그 문장을 몇 번이고 다시 읽었다. 처음엔 무슨 뜻인지 바로 와닿지 않았다. 그러나 두 번, 세 번 읽으면서, 그는 그 문장이 누구를 향한 것인지 서서히 깨달았다. 이건 다른 손님을 위한 외상이 아니었다. 그 자신이 스스로에게 진 빚이었다. 언젠가, 자기가 이 가게를 떠나야 할 순간이 오면— 그리고 만약 돌아올 수 있다면, 그때 갚겠다는 약속. 형사는 그 문장 앞에서 한참을 움직이지 못했다.

'…이 사람은, 이걸 언제 적었을까.' 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페이지 구석을 살폈다. 날짜는 적혀 있지 않았다. 다만 잉크의 상태로 미루어, 아주 오래전에 쓰인 것 같았다. 잉크는 이미 갈색에 가깝게 바래 있었고, 글자의 획 몇 군데는 물기나 손자국에 살짝 번져 있었다— 오랜 시간, 이 페이지가 몇 번이고 펼쳐졌다가 다시 덮인 흔적이었다. 종이의 가장자리도 다른 페이지들보다 유난히 해져 있었다. 형사는 문득 궁금해졌다. 이 페이지를 그가 얼마나 자주 펼쳐봤을지. 이 도시에서의 모든 하루하루를 살아가면서, 그는 몇 번이나 이 한 줄로 돌아와 자신의 약속을 다시 확인했을지.

그는 그 페이지를 덮지 않았다. 대신 장부를 카운터 위에 펼쳐둔 채, 그 옆 스툴에 앉았다. 잠시 눈을 붙일 생각이었다.

'…나중에 갚겠다니.' 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팔짱을 꼈다. 이 도시에서 가장 많은 외상을 받아준 사람이, 결국 자기 몫의 외상 하나를 스스로에게 남기고 떠났다. 형사는 그 아이러니가 우습기도 하고 서글프기도 했다. 평생 남의 사정을 들어주고 셈을 미뤄주던 사람이, 정작 자기 자신에게는 셈을 미룰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런 그가 딱 한 번, 자기 앞으로 외상을 하나 달아둔 것이었다— 아마 스스로도 그게 얼마나 이례적인 일인지 알면서.

그는 문득 이 페이지가 언제 쓰였을지 다시 가늠해봤다. 글씨의 필압이 유독 흔들려 있었다. 평소 그가 손님들의 이름을 적을 때 보여주던 단정한 필체와는 달리, 이 문장의 획은 서두르듯, 혹은 무언가를 참으며 쓴 것처럼 미세하게 떨려 있었다. 형사는 그 떨림을 오래 들여다봤다. 이 도시를 떠나기로 결심했던 어느 밤, 그는 아마 이 문장을 쓰면서도 자신이 정말 돌아올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도 그는 그 불확실함 속에서 굳이 이 한 줄을 남겼다. 확신이 없어도 약속은 할 수 있다는 것을, 그 흔들린 글씨가 말해주고 있었다.

그러나 몸이 무거웠던 만큼, 그는 자신도 모르게 깊이 잠들어버렸다. 펼쳐진 장부 위로, 밤새 가게의 낡은 등불이 은은하게 빛을 드리웠다.


새벽, 비아가 홀로 눈을 떴다. 그녀는 요 며칠 늘 그랬듯, 가장 먼저 가게 안을 조용히 둘러봤다. 형사가 카운터에 엎드려 잠든 모습이 보였다. 그의 팔 아래로, 펼쳐진 장부가 살짝 삐져나와 있었다.

그녀는 그를 깨우지 않고, 발소리를 죽여 다가갔다. 팔 밑에서 조심스럽게 장부를 빼내어, 카운터 반대편으로 옮겨 놓았다. 그러고는 그 페이지를 오래도록 들여다봤다.

"라면 한 그릇 — 나중에 갚겠음. 돌아오면."

비아는 그 문장을 눈으로 몇 번이나 되짚었다. 그녀는 이 필체를 누구보다 잘 알았다. 아주 오랜 시간, 이 필체가 적어 내려간 모든 페이지를 그녀는 지켜봐 왔다. 이 문장은 그중에서도 유난히 낯선 종류였다— 그가 손님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남긴 유일한 외상이었다.

그녀는 손끝으로 그 글자들을 가만히 쓸어봤다. 잉크는 이미 오래전에 마른 채였지만, 그녀의 손끝에는 아직도 그 문장을 쓰던 순간의 온기가 남아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착각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녀는 손을 떼지 않았다.

'…그때, 그는 정말로 돌아올 생각이었을까.' 그녀는 그렇게 생각했다. 아니면 그 문장은 그저 스스로를 다독이기 위한 것이었을까— 언젠가 다시 이 가게에 앉아, 이 카운터 너머가 아니라 이쪽에서, 손님으로 한 그릇을 받아먹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그녀는 그 마음이 진심이었는지, 아니면 자기 위안이었는지 이제는 확인할 길이 없다는 걸 알았다. 그러나 어느 쪽이든 상관없었다. 중요한 건 그가 그 문장을 남겼다는 사실이었고, 남겨진 문장은 남겨진 대로 지켜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녀는 오래도록 그 페이지 앞에 서 있었다. 새벽빛이 창밖에서 서서히 밝아오고 있었지만, 그녀는 그 빛의 변화를 거의 눈치채지 못할 만큼 그 한 줄에 붙들려 있었다. 이 도시에서 그녀가 지켜온 가장 오래된 원칙 하나가, 지금 이 문장 앞에서 다시 또렷해지고 있었다.

"외상은… 갚아야 한다……이다." 그녀가 나직이 중얼거렸다. "이 도시 규칙이다."

그 말은 누구에게 하는 말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하는 다짐에 가까웠다. 그녀는 그 규칙을 오랫동안 이 가게의 근간으로 여겨왔다— 누구든 이 가게에서 진 빚은, 반드시 언젠가 갚아야 한다는 것. 그건 돈의 문제가 아니라 약속의 문제였다. 그리고 지금, 이 가게의 주인이었던 존재 자신이 그 규칙 아래 빚을 하나 남기고 떠났다. 비아는 그 사실이 이상하게도 그녀를 붙들어줬다. 빚이 남아 있다는 건, 아직 이야기가 완전히 끝나지 않았다는 뜻이었으니까.


그녀는 장부를 조심스럽게 덮어 제자리에 꽂아두고, 주방으로 향했다. 커다란 반죽솥을 꺼내 물을 받고, 화구에 불을 올렸다. 아무도 그녀에게 그렇게 하라고 시키지 않았다. 손님이 오려면 아직 몇 시간이나 남아 있었고, 오늘 첫 손님이 정말 올지도 알 수 없었다. 그런데도 그녀의 손은 자연스럽게 그 순서를 밟고 있었다— 물을 올리고, 온도를 확인하고, 거품이 이는 지점을 눈으로 가늠하는 순서.

이건 원래 그녀의 습관이 아니었다. 오랫동안 그녀는 이 가게의 손님이자 지킴이였을 뿐, 직접 국물을 끓이는 일은 늘 다른 사람의 몫이었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그녀는 이 물 올리는 동작을 자연스럽게 몸에 익히고 있었다— 매일 아침 그가 가장 먼저 하던 그 동작을, 옆에서 지켜보며 자기도 모르게 따라 하게 된 것이었다. 습관이라는 건 그렇게, 누군가를 오래 지켜본 사람의 몸에 저절로 스며드는 것이었다.

물이 서서히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작은 기포들이 솥 바닥에서부터 올라와 표면을 흔들었고, 피어오르는 김이 그녀의 손등에 닿아 낮은 온기를 남겼다. 비아는 그 온기를 손등으로 받으며, 자신이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새삼 자각했다. 이건 손님을 위한 준비가 아니었다. 정확히 말하면, 아직 오지 않은 누군가를 위한 준비였다. 그가 진 빚을 갚으러 돌아올 그날을 위해— 혹은 그 빚이 영영 갚아지지 않더라도, 매일 아침 이 물을 올리는 행위 자체가 그녀에게는 이제 필요한 일이 되어 있었다.

비아는 그렇게 물이 끓기를 기다리며, 문득 자신이 언제부터 이 동작을 이렇게 자연스럽게 몸에 익혔는지 되짚어봤다. 처음엔 그저 곁에서 지켜보는 게 다였다. 그가 물을 올리고, 온도를 가늠하고, 거품이 이는 시점을 정확히 알아채는 그 손짓을— 그녀는 별 뜻 없이 눈으로 좇았을 뿐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 손짓이 그녀 자신의 손에도 옮겨와 있었다. 누군가를 오래 지켜본다는 건 그런 것이었다. 말로 배우지 않아도, 몸이 먼저 그 사람의 습관을 받아 적는 것.

그녀는 그 사실이 새삼 이상하게 느껴졌다. 그녀는 원래 이 도시의 문이었고, 순례자였고, 오래전부터 존재해온 무언가였다. 그런 그녀에게 남은 그의 흔적이, 거창한 힘이나 권능이 아니라 이렇게 사소한 손동작 하나라는 게— 우습기도 하고, 동시에 가장 그다운 유산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는 언제나 큰 것보다 작은 것을 더 소중히 여기던 사람이었으니까.

형사가 잠에서 깨어난 건 그 무렵이었다. 그는 눈을 비비며 몸을 일으키다가, 카운터 위에 자신이 남겨두고 잠들었던 장부가 반대편에 가지런히 놓여 있는 걸 발견했다. 펼쳐진 페이지는 그대로였다. 그는 주방 쪽을 바라봤다. 비아가 등을 돌린 채, 솥 앞에 서서 물의 온도를 살피고 있었다.

"…일찍 일어나셨네요." 그가 말했다.

"응." 비아가 돌아보지 않은 채 답했다. "물 올렸다……이다."

형사는 그 짧은 대답에서, 그녀가 밤새 그 장부를 봤다는 걸 짐작했다. 그는 굳이 그것에 대해 묻지 않았다. 대신 그도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 곁으로 다가가 파를 다듬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그렇게, 아무 말 없이 나란히 서서 오늘의 첫 준비를 시작했다.

"…이따가, 저 페이지는 어떻게 할까요." 형사가 파를 썰며 물었다.

비아는 잠시 손을 멈추고 생각하다가 답했다. "그냥 둬라……이다. 외상은 지우는 게 아니다……이다. 갚을 때까지 남겨두는 거다……이다."

형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겠죠." 그가 나직이 말했다. "그럼 저 페이지는, 이 장부에서 가장 오래 펼쳐져 있을 페이지가 되겠군요."

"그래도 된다……이다." 비아가 답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조급함이 없었다.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다……이다. 나는 원래 그런 존재다……이다."

그 말을 끝으로, 두 사람은 다시 말없이 손을 움직였다. 물이 끓는 소리, 도마 위에서 파가 잘리는 소리, 그리고 창밖에서 서서히 밝아오는 새벽빛— 그 모든 것이 어제와 다르지 않은 아침을 만들고 있었다. 다만 이제 이 가게에는, 아직 갚아지지 않은 외상 하나가 페이지 사이에 조용히 남아 있었다. 그리고 그 페이지가 남아 있는 한, 이 가게의 이야기는 아직 완전히 끝난 것이 아니었다.


아침이 완전히 밝고, 첫 손님이 들어올 시간이 다가올 무렵, 형사는 그 장부를 다시 한번 펼쳐 확인했다. 잉크의 갈색빛, 번진 획, 해진 종이 가장자리— 그 모든 흔적이 이제는 단순히 오래됐다는 증거가 아니라, 얼마나 오랫동안 이 문장이 이 가게를 지탱해왔는지를 보여주는 증거로 보였다.

그는 장부를 덮으며 짧게 생각했다. 언젠가 이 페이지 옆에, 새로운 한 줄이 더해질 날이 올지도 모른다고. 빚을 갚으러 온 손님의 도장이 찍히듯, 이 외상에도 언젠가는 마침표가 찍힐지 모른다고. 그러나 그날이 오늘은 아니었다. 오늘은 그저, 이 오래된 약속을 페이지 그대로 지키는 하루였다.

그는 장부를 서랍에 조심스럽게 다시 꽂아 넣었다. 그리고 앞치마를 고쳐 매며, 오늘의 첫 손님을 맞을 준비를 했다. 주방에서는 비아가 끓는 물 앞에 서서, 조용히 그 온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문에 달린 종이 울린 건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첫 손님은 시계방 노인이었다. 그는 어제처럼 스툴에 앉아, 오늘도 자신의 손목시계를 꺼내 뚜껑을 열었다. 그러나 오늘은 조금 달랐다.

"…이 시계, 어젯밤부터 삼 분이 늦소." 노인이 뚜껑 안쪽의 태엽 장치를 들여다보며 말했다. 형사가 고개를 들자, 노인은 시계를 고치는 대신— 뚜껑을 그대로 닫았다. "평생 남의 시계든 내 시계든, 어긋난 건 그날로 다 맞춰놓고 살았는데. 이건 그냥 두려고 하오."

"…고치지 않으시고요?" 형사가 물었다.

"그 밤에 멎었다가 다시 가면서 이리된 거요." 노인이 답했다. 목소리는 담담했다. "세상엔 말이오, 좀 늦게 가야 맞는 시간도 있는 법입디다. 이 삼 분은— 그 사람 몫으로 늦는 거로 치지."

형사는 그 말에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도시의 모든 시계를 평생 정확하게 맞춰온 손이, 난생처음 어긋난 시계 하나를 어긋난 채로 품기로 한 것이었다. 노인은 그 시계를 다시 손목에 차고는, 카운터 위에 놓인 낡은 장부를 흘깃 바라봤다.

"…그거, 오래된 장부인가 보오." 노인이 물었다.

형사는 잠시 망설이다가 답했다. "네. 이 가게가 사람들을 기억하는 방식입니다."

노인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자신의 시계로 시선을 돌렸다. "…그럼 그 안엔, 아직 안 갚은 것도 있겠구먼."

"있습니다." 형사가 담담히 답했다. "딱 하나요."

노인은 더 캐묻지 않았다. 대신 손목의 삼 분 늦는 시계를 손끝으로 한 번 쓸며 짧게 웃었다. "…그럼 그건 놔두시오. 안 갚은 게 있어야, 다시 올 이유도 있는 법이니까."

형사는 그 말을 곱씹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주방에서는 비아가 첫 반죽솥의 물을 확인하며, 오늘의 첫 그릇을 준비하고 있었다. 창밖으로 아침의 잿빛 밝음이 서서히 골목 안까지 스며들었고, 가게의 낡은 등불은 그 밝음에 밀려 조용히 꺼졌다. 어제와 다르지 않은 아침이었다— 다만 그 안에는, 아직 갚아지지 않은 외상 하나가 여전히 조용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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