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바 니발리스
제196화. 상실
새벽에는 아직 별비의 잔광이 남아 있었다. 밤새 하늘에서 쏟아진 별들이 지붕과 처마 끝에 내려앉아, 아침이 되어도 다 녹지 못한 서리처럼 반짝였다. 형사는 그 잔광을 밟으며 가게 앞에 섰다. 열쇠를 꽂기 전, 그는 문고리를 잠시 쥔 채로 가만히 있었다. 손바닥에 닿는 쇠의 냉기가 평소보다 유난히 차갑게 느껴졌다. 그저 밤사이 기온이 내려간 탓일 텐데도, 그는 그 냉기를 다른 것으로 착각할 뻔했다.
열쇠가 돌아가는 소리는 여느 아침과 똑같았다. 딸깍, 짧고 건조한 소리. 그 익숙함이 오히려 이상했다. 세상에서 가장 큰 존재 하나가 어제 빛으로 흩어졌는데, 자물쇠는 어제와 똑같은 소리를 냈다. 형사는 문을 밀어 열고, 안으로 들어가 불을 켰다. 백열등이 깜빡이다 켜지는 그 잠깐의 지연조차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그는 카운터 안쪽에 서서, 오늘의 첫 손질을 시작했다. 반죽솥에 물을 받고, 파를 다듬고, 계란을 꺼내 개수를 셌다. 손이 그 동작들을 기억하고 있었다— 머리가 아니라 손이 먼저 움직였다. 그 사실이 그를 잠시 붙들어줬다. 슬픔은 아직 형체를 갖추지 못한 채 가슴 어딘가에 뭉쳐 있었지만, 손은 어제와 똑같이 파를 썰고 있었다.
골목을 오가는 사람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빵집 주인은 평소보다 두 배로 반죽을 치대며 팔에 힘을 쏟았고, 우체부는 배달할 편지가 없는데도 자전거 페달을 오래도록 밟으며 골목을 몇 바퀴나 돌았다. 다들 무언가를 하고 있었다— 정확히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견디지 못해서였다. 손을 움직이는 동안에는 울지 않아도 됐다. 도시 전체가 그렇게, 손끝으로 슬픔을 밀어내고 있었다.
간판을 뒤집어 걸 시간이 되었을 때, 그는 문 앞에 서서 잠시 망설였다. 걸어야 하나. 걸지 않아도 아무도 뭐라 하지 않을 것이었다. 도시 전체가 오늘 하루쯤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날이었다. 그러나 그는 결국 간판을 뒤집었다. '영업중'이라는 세 글자가 아침 햇살에 반짝였다.
"영업합니다." 그가 낮게 중얼거렸다. 가게 앞에는 아직 아무도 없었다. 그 말은 손님에게 하는 말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하는 말에 가까웠다. "…그 사람이 만든 규칙이라서요."
그 규칙은 아주 오래전, 이 가게가 문을 연 첫날부터 있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문을 연다. 손님이 오든 안 오든, 세상이 끝나든 안 끝나든, 문은 열려 있어야 한다. 형사는 그 규칙을 들었을 때 처음엔 고집이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안다— 그건 고집이 아니라 약속이었다. 언제 누가 문을 밀고 들어올지 모르니, 항상 열려 있어야 한다는 약속. 그 약속을 세운 사람은 이제 없었다. 그러나 약속은 남아 있었다. 형사는 그 약속을 대신 지키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첫 손님은 정오가 다 되어서야 왔다. 시계방 노인이었다. 그는 문을 밀고 들어와, 평소처럼 카운터 앞 스툴에 앉았다. 그러나 주문은 하지 않았다. 대신 자신의 손목시계를 풀어 카운터 위에 올려놓고, 뚜껑을 열어 태엽 장치를 들여다봤다. 딱히 고장 난 곳도 없는 시계였다. 그는 그저 그 작은 톱니바퀴들이 여전히 돌아가고 있다는 걸 확인하고 싶은 사람처럼, 오래도록 들여다보기만 했다.
형사는 그에게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대신 따뜻한 보리차 한 잔을 조용히 그 옆에 놓아줬다. 노인은 고맙다는 말도 없이 그 잔을 받아 두 손으로 감쌌다. 잔을 쥔 손이 조금 떨리고 있었지만, 그는 그 떨림을 감추려 하지 않았다.
그 뒤로 사람들이 하나둘 들어왔다. 군밤 할머니는 화로를 챙기다 말고 잠깐 들러 스툴 끝에 걸터앉았고, 마고 센느와 반 홀로는 나란히 창가 자리에 앉아 아무 말 없이 서로의 손등만 만지작거렸다. 이리스는 오후 늦게야 조용히 들어와 구석 자리에 앉았다. 가게에 오기 전, 그녀는 자신의 연습실에 들렀다 온 참이었다— 무대 위가 아니라, 텅 빈 객석 한가운데에 한참을 앉아 있다가. 조명이 꺼진 자신의 무대를 관객의 자리에서 올려다보는 건 낯선 일이었다. 무대는 생각보다 작았고, 생각보다 조용했고, 그 조용함 속에서 그녀는 자신을 그 무대까지 데려다준 목소리 하나를 오래 되새겼다. 지금 그녀는 빈손으로 스툴에 앉아, 그 객석의 감각을 아직 어깨 어딘가에 얹은 채였다.
가게 안은 붐볐지만 조용했다. 주문서를 적는 소리도, 국물이 끓는 소리도, 사람들이 젓가락을 부딪는 소리도 없었다. 대신 사람들은 저마다 손에 무언가를 쥐고 있었다— 찻잔, 시계, 앞치마 자락, 서로의 손. 그 손들이 저마다 조금씩 오래 머물렀다. 마고 센느는 자신의 찻잔을 다 마신 뒤에도 잔을 내려놓지 않고, 빈 잔의 온기가 완전히 식을 때까지 계속 쥐고 있었다. 그녀의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될 정도로. 형사는 그 모습을 곁눈질로 보다가, 자신도 모르게 국자를 집어 들었다. 이미 깨끗한 국자였다. 그는 그것을 다시 한번 헹구고, 마른행주로 닦고, 걸이에 걸었다가 다시 내려 한 번 더 닦았다. 눈물이 나려는 걸 참는 대신, 그는 그렇게 손을 움직였다. 표정을 관리하는 것보다, 손을 바쁘게 두는 편이 훨씬 쉬웠다.
'…운다고 뭐가 달라지나.' 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국자를 다시 걸었다. 그러나 그 생각 자체가, 이미 무언가를 참고 있다는 증거였다.
낮이 가장 높은 시각, 형사는 가게 통유리 너머로 낯익은 실루엣 하나를 발견했다. 길 건너편, 가로등 아래에 유혹의 신이 서 있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누군가의 노예였던 존재. 이제는 자유로운 몸이었으나, 그 자유를 어떻게 써야 할지 아직 모르는 얼굴로, 그는 가게 쪽을 오래도록 건너다보고 있었다.
그는 안으로 들어오지 않았다. 몇 번인가 발끝을 이쪽으로 옮기려다, 그때마다 멈춰 섰다. 유혹을 팔던 존재가 처음으로 무언가를 망설이고 있었다— 그것도 자기 자신의 발걸음을. 형사는 그 모습을 곁눈질로 지켜보다가, 문을 열고 나가 말을 걸어볼까 잠시 고민했다. 그러나 곧 그만두었다. 지금 저 신에게 필요한 건 초대가 아니라 시간인 것 같았다.
한참을 그렇게 서 있던 소므니움은, 결국 가게 쪽으로 짧게 고개를 숙였다— 인사인지 사과인지 분명치 않은 몸짓이었다. 그러고는 몸을 돌려 골목 안쪽으로 사라졌다. 그가 남긴 발자국이 잠깐 눈밭 위에 찍혔다가, 지나가던 사람들의 걸음에 곧 지워졌다. 형사는 그 빈 가로등 밑을 잠시 바라보다가, 다시 카운터로 돌아왔다. '너, 갈 데 없으면 가끔 와라.' 비아가 그 신에게 남긴 말을 형사도 전해 들어 알고 있었다. 오늘은 아닌 모양이었다. 그러나 언젠가는 저 발걸음이 가게 문턱을 넘어올 것 같다는 예감이, 이상하게도 그를 조금 안심시켰다.
수연이 가게에 들어선 건 오후가 한참 지나서였다. 그녀는 후드를 깊게 눌러쓴 채, 아무 말 없이 카운터 구석 자리로 가 앉았다. 형사도, 다른 손님들도 그녀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 그저 눈으로만 안부를 물었다.
그녀는 자리에 앉아, 무의식적으로 후드 끝을 손끝으로 매만졌다. 오래된 습관이었다— 낯선 세계를 떠돌던 그 원정 내내, 이 후드는 그녀에게 방향을 알려주는 유일한 나침반이었다. 온기가 손끝에 닿으면, 그건 다음 수호자가 있는 쪽을 가리키는 신호였다. 냉랭한 온기는 결단의 방향을, 서늘한 온기는 지혜의 방향을, 아주 미세한 흔들림조차 그녀에게 다음 걸음을 알려줬다. 그녀는 그 온기를 따라 걸었고, 싸웠고, 마침내 돌아왔다.
그런데 지금, 손끝에 닿는 후드는 그냥 차가웠다.
그녀는 처음엔 그게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후드는 원래 천이었고, 천은 원래 차가운 게 당연했다. 그러나 손끝을 조금 더 오래 대고 있으면서, 그녀는 그 차가움이 평소와 다르다는 걸 깨달았다. 지금까지 이 후드가 차가웠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아무리 추운 밤에도, 아무리 먼 세계를 걷고 있어도, 이 후드 안쪽에는 늘 미세한 온기가 있었다. 그 온기가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으니까. 지금은 그 온기가 없었다. 방향도 없었다. 가리킬 곳이 없어졌으니까.
그녀는 손끝을 후드 안쪽 깊숙이 밀어 넣어봤다. 아무것도 없었다. 정말로 아무것도. 그건 단순히 차가운 게 아니라, 텅 빈 것이었다. 지금까지 그녀는 이 후드가 따뜻할 때마다 그 온기의 근원을 정확히는 몰랐다— 그저 어딘가에 그가 있고, 그 존재가 이 세계 어딘가에 실처럼 남아 그녀를 이끌고 있다고 믿었다. 그 실이 지금 완전히 끊겼다는 걸, 그녀는 손끝의 냉기로 실감했다. 눈으로 본 것도, 귀로 들은 것도 아니었다. 그냥 손끝이 알았다.
그녀는 후드에서 손을 떼고, 그 손을 무릎 위에 가만히 내려놓았다. 손가락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지금까지 싸워온 모든 전투에서, 그녀를 붙잡아준 건 이 후드의 온기였다. 무섭고 막막할 때마다, 손끝에 닿는 그 작은 온기가 '아직 갈 곳이 있다'고 말해줬다. 이제 그 온기가 사라졌다는 건, 갈 곳이 없어졌다는 뜻이었다. 싸움이 끝났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그건— 그녀가 그토록 원하던 결말이면서도, 동시에 가장 두려워하던 결말이기도 했다.
그녀는 카운터 위 자신의 두 손을 오래도록 내려다봤다. 손끝이 저릿했다. 신살의 힘을 쓴 뒤에 남던 그 마비된 감각과는 다른 종류의 저림이었다. 이건 그냥, 잡을 게 없어진 손의 감각이었다. 무언가를 계속 붙잡고 있던 손이, 갑자기 아무것도 쥐지 않게 됐을 때 남는 그 허전한 무게. 그녀는 손가락을 천천히 쥐었다 폈다. 아무것도 걸리지 않았다.
비아가 그 옆에 조용히 와서 앉았다. 평소라면 뭐라도 한마디 했을 텐데, 오늘은 아무 말도 없었다. 그저 스툴을 살짝 끌어당겨, 수연과 어깨가 닿을 만큼 가까이 붙어 앉았을 뿐이었다.
두 사람은 한참을 그렇게 나란히 앉아 있었다. 카운터 위 낡은 나뭇결을 눈으로 훑으며,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로. 가게 안의 다른 손님들도 저마다의 침묵 속에 잠겨 있었으므로, 그 침묵은 이상하게도 외롭지 않았다. 다 같이 울지 않으려 애쓰는 침묵이었다.
비아는 문득 손을 뻗어, 수연의 손을 가만히 잡았다. 그 손은 따뜻했다. 사람의 온기라기보다는, 아주 오래된 어떤 것이 아직 살아 있다는 증거 같은 온기였다. 수연은 그 손을 뿌리치지 않고, 오히려 손가락을 마주 걸었다.
"…춥다." 수연이 낮게 중얼거렸다. 후드 이야기인지, 다른 뭔가의 이야기인지 스스로도 분명치 않았다.
비아는 그 말에 잠시 침묵하다가, 나직이 답했다. "내가 옆에 있다……이다."
그 한마디에 다른 설명은 붙지 않았다. 비아 특유의 그 말투가, 오늘따라 유난히 단단하게 들렸다. 수연은 그 손을 꽉 마주 쥐며 고개를 살짝 숙였다. 눈물이 나올 것 같았지만, 나오지 않았다. 대신 목 안쪽이 뻐근하게 조여왔다. 그녀는 그 뻐근함을 그냥 삼켰다. 광장에서 한 번 바닥까지 쏟아낸 뒤로, 그녀는 다시 울지 않고 있었다. 지금은 울 때가 아니라고, 스스로에게 말해줬다— 그러나 사실은, 울 자격이 없어서가 아니라 또 울면 이번에야말로 정말 끝이 될 것 같아서였다.
오후가 저물고 저녁이 되어도 가게 안 분위기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사람들은 오고, 앉고, 아무것도 시키지 않고, 다시 돌아갔다. 형사는 그 하루 종일 국자를 세 번 더 다시 닦았다. 이미 깨끗한 그릇들을 다시 헹궜고, 필요도 없는데 카운터를 몇 번이고 마른행주로 훔쳤다. 그의 손은 쉬지 않고 움직였지만, 그 움직임에는 목적이 없었다— 그저 손을 가만히 두면, 그 손이 대신 무너질 것 같았다.
이리스는 저녁이 되어서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는 외투 깃을 여미며, 형사에게 작게 목례했다. "…내일 또 올게요." 평소라면 밝게 웃으며 했을 그 말이, 오늘은 그저 담담하게 흘러나왔다. 형사는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답했다.
마고 센느와 반 홀로도 저녁 무렵 자리를 떴다. 마고 센느는 나가기 전, 자신이 그렇게 오래 쥐고 있던 빈 찻잔을 형사에게 직접 건넸다. "…잘 마셨어요." 그녀가 말했다. 그 말이, 그날 가게 안에서 나온 몇 안 되는 완결된 문장 중 하나였다.
저녁이 깊어질 무렵, 가게 구석의 낡은 라디오에서 뮤나 페브의 방송이 흘러나왔다. 그녀는 평소처럼 사연 하나를 읽기 시작했다— 어느 시민이 보내온, 광장의 그 밤에 대한 짧은 편지였다. 그런데 두 번째 문장의 중간에서, 그녀의 목소리가 갑자기 무너졌다. 마이크 너머로, 그녀가 우는 소리가 그대로 흘러나왔다. 감추지도, 끊지도 못한 채— 도시 전체가 손을 움직이며 필사적으로 밀어내고 있던 바로 그것이, 전파를 타고 모든 골목의 라디오에서 동시에 울렸다. "…죄송합니다, 여러분. 잠시만요." 그녀는 겨우 그렇게 말하고 한참을 침묵했다. 그러나 그 방송을 듣던 사람들 중 누구도 채널을 돌리지 않았다. 오히려 몇몇은, 라디오 앞에서 비로소 자기 눈가를 훔쳤다. 온 도시가 참고 있던 하루의 한가운데서, 소리 내어 운 것은 그녀가 유일했다— 그리고 그 한 번의 울음이, 참고 있던 모두의 숨통을 아주 조금 틔워줬다.
밤이 깊어지고 가게 문을 닫을 시간이 되었을 때, 파빌라가 주방 안쪽에서 붉은 테두리의 그릇을 꺼내 왔다. 오랫동안 이 가게의 여러 순간을 지나온 그릇이었다— 누군가 그 안에 세상에서 제일 맛없는 콜라비빔면을 처음 먹고 울었던 밤부터, 지금 이 순간까지. 파빌라는 그 그릇을 개수대에 담고, 물을 틀었다.
그녀는 원래 기다림에 익숙한 사람이었다. 아주 오랜 시간, 그녀는 기다림 속에서 수백 번 죽어본 적이 있었다— 구해지기 전, 매번 똑같은 어둠 속에서 똑같은 발소리를 기다리며. 그 시절의 기다림은 두려움이었다. 그러나 지금 그녀가 하는 기다림은 그것과는 다른 종류였다. 무섭지 않은 기다림, 언젠가는 끝날 걸 아는 기다림. 그녀는 그 차이를 온몸으로 알고 있었다.
그녀는 그릇을 헹구고, 수세미로 테두리를 따라 천천히 문질렀다. 이미 다 깨끗해진 자리를 그녀는 한 번 더 문질렀다. 물소리만이 조용한 주방을 채웠다.
형사가 그 옆으로 다가와 섰다. 그는 아무 말 없이, 그녀가 씻은 그릇을 받아 마른행주로 닦았다. 두 사람은 한동안 그렇게, 말없이 그릇 하나를 주고받았다.
"…기다리는 건 제가 제일 잘해요." 파빌라가 문득 그렇게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그 담담함 밑에 다른 것이 깔려 있다는 걸 형사는 알아챘다. "그러니까 오늘은, 제가 대신 기다릴게요. 다들 너무 힘들어하지 않아도 되게."
형사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다 닦은 그릇을 조심스럽게 선반에 올려놓았다. "…그렇게 하죠." 그가 나직이 답했다. "그런데 파빌라 양도, 가끔은 남한테 기다려달라고 해도 됩니다."
파빌라는 그 말에 잠시 손을 멈췄다. 손끝을 타고 흐르던 물줄기가, 그 순간 갑자기 차게 느껴졌다. 그녀는 곧 다시 그릇을 씻으며 작게 웃었다. "…생각해볼게요."
문을 닫으려던 참에, 위나 홀이 야식 바구니를 든 채 조용히 들어왔다. 그녀 역시 평소의 불면증 환자답게, 이런 늦은 시각에 돌아다니는 게 낯설지 않은 사람이었다. 그녀는 바구니를 카운터에 내려놓으며 형사를 바라봤다.
"오늘은, 잠이 안 올 것 같아서요." 그녀가 말했다.
"저도입니다." 형사가 짧게 답했다.
두 사람은 그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위나 홀은 스툴에 걸터앉아, 바구니 속 온기가 다 식을 때까지 그저 그 자리에 머물렀다. 형사도 그녀를 재촉하지 않았다. 불면을 나눌 상대가 있다는 것만으로, 오늘 같은 밤은 조금 견딜 만해졌다.
그녀가 돌아간 뒤, 형사는 카운터에 앉아 빈 그릇들을 바라보며, 오늘 하루 자신이 몇 번이나 국자를 다시 닦았는지 헤아려봤다. 세다가 그만두었다. 세는 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창밖으로, 어제 쏟아졌던 별들의 잔광이 여전히 지붕 위에 남아 반짝이고 있었다. 도시는 오늘 하루, 울지 않으려고 다 같이 무던히도 애를 썼다. 그리고 그 애씀이, 오히려 모두를 더 아프게 했다. 형사는 그 사실을 알면서도, 등불을 끄지 않은 채 조금 더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누군가 밤늦게라도 문을 밀고 들어올지 모른다는, 이제는 이유 없는 습관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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