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바 니발리스

제191화. 끝이 적히는 동안

펜촉이 종이에서 떨어진 순간, 잉크는 이미 말라 있었다.

"Writer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난다."

그 한 줄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나 그 위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일이 일어났다. 문장을 이루던 금빛 획들이 종이 위에서 스스로 몸을 일으켰다. 잉크가 아니라 실이었다는 듯이, 글자의 테두리를 따라 가느다란 빛의 선이 스르르 풀려 나와 허공으로 떠올랐다. 그것은 지금까지 그가 수백만 번 세계에 새겨 넣었던 바로 그 문장의 필체였다 — 다만 이번엔, 적히는 대상이 세계가 아니라 그 자신이었다.

빛의 실이 그의 손목을 한 바퀴 감았다. 뒤이어 팔을, 어깨를, 목덜미를 타고 올라가며 몸 전체를 천천히 휘감기 시작했다.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았다. 오히려 그 감촉은 아주 오래전, 누군가 그의 어깨에 담요를 덮어주었을 때와 닮아 있었다 — 무게가 있는데 무겁지 않은, 그런 온도.

광장에 서 있던 모두가 숨을 죽였다. 하늘을 가르며 진을 치고 있던 오방의 수호자들도, 형사도, 소므니움도, 도시 사람들도. 그리고 그 침묵의 한가운데서, 금빛 문장은 그의 몸을 완전히 한 바퀴 휘감은 뒤 — 밖으로 흘러나가기 시작했다.

그것은 회수가 아니라 반환이었다.

그가 지워온 모든 세계, 모든 선택, 모든 사소하고 거대했던 순간들이 — 그 실 끝을 따라, 원래 있어야 했던 자리로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삭제의 시대가 시작된 이래 처음으로, 지운 것이 아니라 돌려주는 방향으로 문장이 움직이고 있었다.


가장 먼저 하늘이 반응했다.

노바 니발리스의 밤은 오랫동안 어두웠다. 별이 있어야 할 자리에 별이 없는 하늘, 지워진 이야기들이 남긴 그 텅 빈 자리를 도시는 익숙하게 견뎌왔다. 그런데 지금, 그 어둠의 안쪽에서부터 빛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처음엔 한 점, 다음엔 수십 점, 이내 셀 수 없이 많은 점들이 동시에 켜지며 하늘 전체가 아래에서부터 차오르는 물처럼 밝아졌다. 도시 사람들은 저마다 고개를 젖히고 그 빛의 범람을 올려다봤다. 몇 년째 어둠에 익숙해 있던 눈들이, 갑작스러운 빛 앞에서 눈물을 흘렸다. 슬퍼서가 아니라, 그저 눈이 그 밝기를 받아들이지 못해서였다.

그리고 그 빛과 함께, 지워졌던 세계들의 장면이 하늘 위로, 마치 거대한 유리창에 비친 그림자처럼 스쳐 지나가기 시작했다. 짧게, 순서대로, 그러나 하나하나가 분명하게.

첫 번째로 스친 것은, 굴뚝마다 흰 연기가 똑같은 각도로 피어오르던 그 작은 마을이었다. 매일 같은 다섯 개의 빵을 진열하며 고르는 척만 하던 빵집 주인의 손이, 이번엔 진짜로 멈췄다. 그는 다섯 개 중 한 번도 집어본 적 없던 여섯 번째 빵— 그러니까, 오늘 아침 새로 반죽한 빵을 향해 손을 뻗었다. 광장 저편 벤치에서는, 반쯤 기억하는 노인이 품속의 빛바랜 사진을 다시 꺼내 들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그 사진 속 여인의 이름이 그의 입술 위로 떠올랐다. 노인은 그 이름을 소리 내어 부르며 울었다— 잃어버린 걸 되찾은 사람의 울음이었다. 골목 저편에서는, 매일 같은 궤적으로 공을 주고받던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처음으로 어긋났다. 한 아이가 공을 다른 방향으로 던졌고, 다른 아이가 그걸 잡으려 허둥지둥 뛰었다. 그 어긋남이, 그날 마을에서 가장 큰 웃음소리를 만들었다.

두 번째로 스친 것은, 싹튼 채로 멈춰 있던 밀밭이었다. 청룡의 숨결이 세계를 통째로 얼려두었던 그 들판에서, 초록빛 새싹 하나가 단 한 번의 숨결 사이에 허리께까지 자라올랐다. 세 살에서 자라지 못하던 강아지가, 아이의 품 안에서 갑자기 훌쩍 커져 아이를 밀어 넘어뜨렸다. 아이는 넘어진 채로 깔깔 웃었다. 우물가에 앉아 매일 같은 자세로 같은 인사만 나누던 노부부는, 그 순간 처음으로 서로 다른 말을 주고받았다— 할아버지가 문득 옛날에 못다 한 농담 하나를 떠올려 말했고, 할머니가 정말로 그 농담을 처음 듣는 사람처럼 웃음을 터뜨렸다. 마을 전체에 봄이, 한꺼번에가 아니라 나무 한 그루 한 그루마다 제 속도로, 뒤늦게 도착했다.

세 번째로 스친 것은, 결단이 끊겨 있던 그 능선 아래 마을이었다. 곱빼기와 보통 사이에서 세 시간째 굳어 있던 노인의 이야기는 이미 백호의 해방과 함께 끝난 뒤였지만, 그 뒤로도 이 세계 어딘가에는 여전히 완성되지 못한 채 멈춰 있던 문장들이 남아 있었다. 어느 집 창가에서, 오랫동안 편지를 쓰다 만 채 방치되어 있던 종이 위로 펜이 다시 움직였다— "사랑한다"는 문장이, 삼 년 만에 마침표를 찍었다. 항구 근처 낡은 작업실에서는, 캔버스 구석에 서명 없이 세워져 있던 그림 한 점에 화가의 손이 다시 닿았다. 그는 붓을 씻지도 않은 채, 오랫동안 미뤄온 자신의 이름을 캔버스 아래에 적어 넣었다. 병영을 나온 뒤 몇 년째 제대 신청서를 채우다 만 남자가, 그 밤 마침내 마지막 칸에 서명했다.

네 번째로 스친 것은, 탄내도 온기도 없던 그 도시였다. 화덕도 심지도 없이 조개껍데기 가루로만 밤길을 밝히던 그 마을에서, 처음으로 진짜 불씨가 태어났다. 젊은 어머니가 몰래 켜두었던 초 한 자루의 빛이 사그라들지 않고 오히려 밝아졌고, 그 옆에서 여관 노파는 자신의 손이 쥔 낡은 쇠 손잡이가 갑자기 따뜻해지는 것을 느끼며 손을 뗄 뻔했다. "따뜻하다"는 말이 옛날얘기가 아니게 된 첫 번째 밤. 대장간의 늙은 대장장이는 몇 대째 갈아내기만 하던 원석 앞에서, 처음으로 화로에 불을 지폈다. 불꽃이 일어서는 순간, 그는 자기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며 손을 쬐었다— 태어나서 처음 느끼는 감각인데도, 몸이 그것을 정확히 알아보고 있었다.

수연은 그 모든 장면이 하늘을 스쳐 지나가는 걸, 광장 한가운데서 지켜봤다. 자신이 직접 걸었던 길, 자신이 직접 본 얼굴들이었다. 그녀는 그 빛의 파노라마 속에서 자신이 지나온 여정 전체가 한꺼번에 되감기는 걸 느꼈다. 청룡의 잠든 숨소리, 백호의 얼어붙은 눈물, 주작의 꺼진 날개, 녹사의 봉인된 입술— 그 모든 것이 지금 이 순간을 위해 쌓여온 것 같았다.

이리스는 광장 구석에서 고개를 완전히 젖힌 채, 자신이 다시 켜둔 열 개의 별자리 위로 그 낯선 빛의 강이 겹쳐 흐르는 걸 보고 있었다. 실패를 끄면 안전해질 줄 알았다던 그녀의 오래된 말버릇이, 오늘 밤만은 완전히 틀린 말이 되어 있었다— 실패도, 성공도, 지워졌던 모든 순간도 지금은 전부 빛이 되어 같은 하늘을 채우고 있었다. 볼도는 품속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려다, 손이 떨려 펜을 두 번 떨어뜨렸다. 그는 결국 아무것도 적지 못한 채, 그저 하늘을 올려다보는 것으로 오늘의 시를 대신하기로 했다— 어떤 순간은, 받아 적기보다 그냥 겪어야 한다는 걸 그는 알고 있었다.


"……안 돼."

그녀가 낮게 중얼거렸다. 목소리가 갈라져 있었다.

빛이 그의 몸을 완전히 감싸고 있었다. 그 빛 너머로 그의 형체가 서서히 옅어지는 게 보였다— 아니, 옅어진다기보다는, 그 실루엣의 테두리가 조금씩 빛의 입자로 풀려 나가고 있었다. 수연은 그 광경을 보는 순간 다리에 힘이 빠졌다. 지금까지 그녀가 상대해온 것은 늘 무언가를 부수는 힘이었다. 세계를 지우는 힘, 신을 묶는 실, 사람을 마취시키는 문장. 그런데 지금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은 그 어느 쪽도 아니었다. 이건 단지— 끝이었다.

그녀는 뛰기 시작했다.

광장을 가로지르는 그 몇 걸음 사이, 그녀의 머릿속에서 수백 개의 문장이 동시에 떠올랐다 사라졌다. 화가 났다. 억울했다. 방금까지도 그는 손끝으로 만년필을 쥐고 있었고, 방금까지도 형사에게 "한 그릇의 온기로"라고 답했고, 방금까지도— 방금까지도, 그는 여기 있었다. 그런데 이제 그가 스스로 마지막 문장을 적었다는 이유로, 그가 사라지는 걸 지켜만 봐야 한다는 사실이, 그녀는 견딜 수가 없었다.

"……안 돼."

그녀는 다시 한번 그 말을 뱉었다. 그리고 그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참아왔던 것이 한꺼번에 터졌다.

"이런 식으로 끝내는 게 어딨어요!"

목소리가 광장 전체에 울렸다. 존댓말이었다. 그녀는 지금 소리를 지르고 있었고,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리고 있었고, 세상에서 가장 화가 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그 말끝은, 처음 이 도시에 벽을 부수고 들어왔던 그날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무너뜨린 적 없는 그 존댓말 그대로였다. 화가 나서 반말이 튀어나올 법도 했지만, 그녀의 몸에 밴 그 존중은 분노보다 더 오래된 습관이었다. 그녀는 늘 이 사람 앞에서만은, 아무리 무너져도 그 선 하나만은 넘지 않았다.

"당신 좋을 대로만 정하는 게 어딨어요! 나한테 한마디도 안 물어보고, 이렇게—"

그녀는 그 자리에 멈춰 섰다. 빛의 소용돌이 안에서, 그가 그녀를 향해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는— 웃었다.

수연이 지금까지 이 남자에게서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얼굴이었다. 그는 늘 무표정했다. 놀랄 힘을 아껴야 한다며, 웃을 이유가 있을 때조차 입꼬리 한 번 올리는 법 없이 살아온 사람이었다. 그런데 지금, 빛으로 풀려나가는 자신의 손끝을 앞에 두고, 그는 처음으로— 정말로 처음으로— 웃고 있었다.

수연은 그 웃음을 보는 순간 숨이 턱 막혔다. 화를 내야 하는데, 화를 낼 수가 없었다. 그 웃음이 너무 순하고, 너무 편안했기 때문이었다. 마치 지금껏 짊어지고 있던 무언가를 마침내 내려놓은 사람의 얼굴 같았다. 그녀는 그 순간 깨달았다— 이건 슬픔에 잠긴 채 억지로 지어낸 웃음이 아니었다. 이건 정말로, 그가 지금 이 순간 편안하다는 뜻이었다.

그 사실이 그녀를 더 아프게 했다. 차라리 그가 두려워했다면, 차라리 그가 마지막까지 발버둥 쳤다면, 그녀는 그 손을 붙잡고 어떻게든 끌어당길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가 저렇게 편안한 얼굴로 웃고 있다면— 그를 붙잡는 것은, 그가 처음으로 스스로 고른 것을 다시 빼앗는 일이 될 것 같았다. 그녀는 그 자리에 선 채로, 손을 뻗다가 멈췄다. 뻗은 손과 멈춘 손 사이, 그 짧은 거리에 그녀가 지금까지 이 남자를 사랑하며 배운 모든 것이 담겨 있었다.

그녀는 문득 아주 오래전, 이 남자가 자신에게 해준 말을 떠올렸다. 문은 열어줄 수 있어도, 넘는 것은 각자의 몫이라던 이 가게의 원칙. 자신이 벽을 부수고 들어온 그날 밤, 아무도 그녀를 재촉하지 않았고 아무도 그녀를 밀지 않았던 그 배려. 그녀는 그 배려를 받은 사람이었다. 그런데 지금, 그녀는 그 배려를 이 남자에게 돌려줄 수 있을까— 그가 스스로 고른 이 끝을, 그녀가 존중해줄 수 있을까.

그 물음 앞에서, 그녀는 오랫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녀는 지난 몇 달의 여정을 다시 떠올렸다. 청룡의 목줄을 끊을 때도, 백호의 산에서 다리가 얼어붙었을 때도, 녹사의 봉인된 입 앞에서 검을 겨누지 못해 밀리던 순간에도— 그녀는 늘 무언가를 되찾기 위해 힘을 썼다. 지워진 것을 돌려놓기 위해, 묶인 것을 풀어주기 위해. 그런데 지금 이 순간, 그녀 앞에 놓인 선택은 그 어느 쪽도 아니었다. 그를 되찾을 수도 없었고, 그를 풀어줄 수도 없었다. 남은 건 단 하나— 그가 스스로 고른 것을, 그녀가 얼마나 존중해줄 수 있는가 하는 문제뿐이었다.

그것은 지금까지 그녀가 배운 그 어떤 싸움의 방식보다 어려웠다. 검으로 벨 수도, 신살의 힘으로 결과를 강제할 수도 없는 문제였다. 신살은 원인과 과정을 무시하고 결과를 세우는 힘이었다— 그녀 마음만 먹으면, 그를 지금 이 자리에 붙잡아둘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붙잡은 그는, 더 이상 그가 아닐 것이었다. 붙잡힌 결말은, 그의 것이 아니라 그녀의 것이 될 테니까. 그녀는 그 사실을 깨닫는 순간, 자신이 오랫동안 쓰지 않기로 다짐해온 그 힘의 무게를 다시 한번 실감했다. 신을 죽이는 힘이라는 그 이름 그대로의 무게를, 오늘도 쓰지 않기로— 그녀는 다시 한번, 스스로 정했다.


"네가 가르쳐줬다."

그가 말했다. 목소리는 평소와 다름없이 낮고 담담했지만, 그 안에는 그녀가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부드러움이 섞여 있었다.

"틀린 선택도, 자기가 고르면 자기 것이라고."

수연은 그 말에 명치가 저릿해졌다. 콜라비빔면. 그 이름이 그녀의 머릿속에서 선명하게 떠올랐다. 아무도 시키지 않았고, 아무도 권하지 않았던 그 최악의 조합. 맛없는 걸 알면서도 부었던 콜라, 울면서도 끝까지 다 먹었던 그 그릇. 그때 그녀는 이 남자에게 이렇게 말했었다— 아무도 나한테 이거 만들라고 안 했어, 아무도 이거 먹으라고 안 했어, 내가 골랐어, 맛없는 것도 내가 골랐다고.

그는 그 말을 몇 년째 기억하고 있었다.

"나는 창조하지 못한다." 그가 말을 이었다. "적을 수 있을 뿐이다. 그런데 지금, 나는 처음으로— 적히는 게 아니라 고르고 있다. 어떻게 끝날지를, 내가 정한다."

그녀는 그 순간 깨달았다. 그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은 패배가 아니었다. 항복도 아니었다. 그는 자신이 지금까지 세계에 강요해온 그 모든 삭제와 정확히 반대되는 일을— 자기 자신에게 하고 있었다. 남이 정한 결말이 아니라, 자신이 선택한 결말. 그것이 설령 소멸이라 해도, 그것이 그의 것이 되는 방식이었다.

"……맛없어도 자기 거였잖아요." 그녀가 젖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근데 이건, 진짜 맛없는 결말이에요."

"그래도 내 거다." 그가 답했다.

수연은 그 대답에 결국 웃음인지 울음인지 모를 소리를 냈다. 화가 나는데, 동시에 그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이해하고 싶지 않은데, 이해가 돼버렸다.


빛의 파노라마는 여전히 하늘 위를 흐르고 있었다. 밀려오는 빛의 물결 아래, 도시 전체가 오랫동안 어둠에 익숙해 있던 눈으로 그 밝음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형사는 광장 한쪽에서 그 모든 장면을 조용히 지켜보며, 코트 안주머니 속 낡은 메모를 손끝으로 매만졌다. 소므니움은 비아 옆에 선 채,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 눈빛에 아직은 정리되지 않은 무언가가 남아 있었다. 세레나는 두 손을 가슴 앞에 모은 채, 도시의 하늘이 되찾는 빛의 밀도를 하나하나 확인하고 있었다. 자신이 오랫동안 지켜온 도시가, 지금 이 순간 가장 밝은 밤을 맞고 있었다.

수연은 그의 앞에 서서, 여전히 풀려나가고 있는 그 손끝을 바라봤다. 손가락 끝에서부터 시작된 그 빛의 흩어짐이, 이제 손등까지 번져 있었다. 그녀는 그 손을 잡고 싶었다. 그러나 손을 뻗으면, 그 빛이 손끝에서 부서질까 봐— 아니, 정확히는, 자신이 그 손을 잡는 순간 이 남자가 마지막으로 지키고 있는 그 편안함을 깨뜨릴까 봐, 그녀는 손을 다 뻗지 못했다.

"……얼마나 남았어요." 그녀가 물었다.

그는 자신의 손을 내려다봤다. 손끝이 이미 빛의 입자로 흩어지고 있었다. 그 광경을 보면서도, 그의 얼굴에는 조금의 동요도 없었다.

"모른다." 그가 답했다. "근데 얼마 안 남은 것 같다."

수연은 그 대답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저 그 손끝에서 빛이 흩어지는 걸, 하늘 가득 되돌아오는 별빛 아래서, 오래도록 바라볼 뿐이었다.

하늘은 여전히 밝아지고 있었다. 몇 년 만에 처음으로, 노바 니발리스의 밤하늘 전체가 빈틈없이 빛으로 채워지고 있었다. 그 빛이 만드는 거대한 반전 속에서, 단 한 사람의 몸에서만은— 빛이 반대 방향으로, 조용히 흩어지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