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바 니발리스
제190화. 마지막 집필
라면사장이 만년필을 고쳐 쥐는 순간, 광장의 공기가 다시 팽팽해졌다.
수연의 손이 반사적으로 허리춤으로 향했다. 오랜 시간 몸에 새겨진 반응이었다— 그가 펜을 들 때마다, 그것은 곧 세계 하나가 다시 쓰이거나 지워진다는 신호였다. 그녀의 손끝이 검자루에 닿았다. 얼음의 냉기가 손바닥을 타고 올라왔고, 그 안쪽 깊은 곳에서, 그녀 자신조차 오랫동안 두려워해온 그 힘— 원인도 과정도 무시한 채 결과만을 강제하는 신살의 힘— 이 옅게 술렁였다.
"…또, 뭔가 쓰려는 거예요?" 그녀가 낮게, 그러나 날카롭게 물었다.
라면사장은 그녀를 바라봤다. 그의 눈빛에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무언가가 담겨 있었다. 계산도, 침묵도, 흔들림도 아닌— 아주 오랜만에 마주하는 것 같은 고요함이었다.
"…쓸 거다." 그가 답했다. "그러나 네가 걱정하는 그런 것은 아니다."
수연은 그 말을 완전히 믿지 못한 채, 검자루를 쥔 손에 여전히 힘을 풀지 않았다. 세레나도, 녹사도, 형사도, 모두 숨을 죽인 채 그의 다음 움직임을 지켜봤다. 이 도시 전체가, 그가 펜을 들 때마다 늘 그래왔던 것처럼 다시 한번 팽팽하게 긴장했다.
수연의 손끝에서 얼음의 결정이 미세하게 맺혔다가 사라지길 반복했다. 그녀는 지금까지 이 힘을— 원인도 절차도 무시한 채 결과만을 강제하는 그 신살의 힘을— 두려워하며 스스로 봉인해왔다. 언젠가 다시 무언가를 부술까 봐. 그러나 지금 이 순간, 그녀는 그 힘을 쓸 준비를 하면서도 동시에 알고 있었다— 오늘은, 그 누구도 부수지 않을 거라는 걸. 검을 고쳐 쥔 건 반사였지, 결심이 아니었다. 그녀는 그 사실을 스스로 확인하며, 아주 조금씩 손의 긴장을 풀어나갔다.
파빌라는 그 광경 앞에서 저도 모르게 형사의 소매를 붙잡았다. 이리스는 팔짱을 낀 두 팔에 손톱이 박히도록 힘을 주었고, 볼도는 종이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모두가 지난 여정 속에서 그가 펜을 들 때마다 무엇이 사라지고 무엇이 다시 쓰였는지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의 침묵은, 그 어떤 침묵보다도 무거웠다.
그러나 그가 펼친 것은, 세계가 아니었다.
그는 코트 안쪽에서 낡은 공책 하나를 꺼냈다. 오랜 세월 수많은 세계의 마지막 문장을 적어온, 표지가 다 닳고 모서리가 둥글게 마모된 공책이었다. 그는 그 공책을 조심스럽게 펼쳤다. 페이지를 넘기는 손길이 평소와 달리 아주 느렸다— 마치 그 안에 적힌 모든 문장들에게, 지금 이 순간 작별을 고하듯이.
그는 마지막 장에 도달했다.
그 페이지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채워진 적 없는 백지였다.
수연은 그 백지를 보며 살짝 당황했다. 그녀가 예상한 건 또 다른 세계, 또 다른 문이었다. 그러나 지금 그의 앞에 놓인 건 그저 낡은 공책의 마지막 페이지, 그리고 그 위로 드리운 그의 그림자뿐이었다.
라면사장은 잠시 그 백지를 내려다보다, 낮게 입을 열었다.
"나는 창조하지 못한다." 그가 말했다.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그 담담함 안에는 오랜 세월 눌러온 어떤 체념과, 지금 이 순간 그 체념을 넘어서려는 결심이 함께 담겨 있었다. "처음부터. 적을 수 있을 뿐이다."
그는 잠시 숨을 골랐다.
"—그러니 마지막으로, 한 번도 적어본 적 없는 것을 적겠다."
그 말에, 광장의 공기가 한 겹 얇아졌다— 수백 개의 입김이 일제히 옅어진 것처럼. 지금까지 그가 적어온 것은 언제나 타인의 이야기였다— 세계의 시작, 세계의 끝, 다른 존재들의 선택과 결과. 그러나 지금 그가 하려는 것은, 자기 자신의 이야기를 적는 일이었다. 그가 평생 단 한 번도 주어의 자리에 놓아본 적 없는, 바로 그 이름의 이야기를.
그는 만년필을 고쳐 잡았다. 손끝이 아주 미세하게 떨렸지만, 그 떨림은 두려움이 아니라— 오랫동안 쓰지 못했던 진심을 마침내 쓰려는 자의 떨림이었다.
펜촉이 종이에 닿았다.
사각.
그 소리는 크지 않았다. 그러나 광장의 완전한 정적 속에서, 그 작은 마찰음 하나가 도시 전체에 울려 퍼지는 것 같았다. 펜촉이 종이 위를 미끄러지며 만들어내는 그 사각거림은, 마치 시간이 아주 가늘고 예민한 실 위를 지나가는 소리 같았다. 사각, 사각. 획 하나하나가 그어질 때마다, 그 소리는 조금씩 다른 결을 냈다— 어떤 획은 곧고 단호하게, 어떤 획은 살짝 흔들리며.
그는 써 내려갔다.
"Writer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난다."
그 이름이— 지금껏 이 도시 어디에서도 직접 소리 내어 불린 적 없는 그 이름이— 비로소 활자가 되어 세상에 새겨지는 순간, 광장의 공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수연은 그 문장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녀는 그 이름을— 그가 자신에게 결코 밝힌 적 없던 그 이름을— 이제야 이렇게, 그 자신의 손으로 직접 적힌 형태로 마주하고 있었다. 라면사장, 서기관, 그리고 지금 이 페이지 위의 Writer. 하나의 존재가 지녀온 세 개의 이름이, 이 마지막 문장 안에서 비로소 하나로 겹쳐졌다.
그녀는 자신의 검자루를 쥔 손에서 서서히 힘을 뺐다. 지금 이 순간, 그녀가 두려워하던 어떤 파괴도 일어나지 않고 있었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그는 지금, 세상 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에게, 가장 정직한 문장을 쓰고 있었다.
세레나는 그 문장을 보며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녀는 아주 오래전, 절벽 위에서 그가 자신의 손에 힘을 건네주던 그 순간을 떠올렸다. 그 손짓의 주인이 지금, 자신이 건넨 그 힘의 마지막을 스스로 적고 있었다.
녹사는 하늘을 올려다봤다. 그녀 자신의 진짜 모습— 붉은 실 같은 머리카락으로 하늘을 채우고, 대신 비명 질러주던 그 거대한 얼굴이 있는 자리를. 그녀는 나직이 중얼거렸다. "…이번엔, 네가 네 몫의 비명을 직접 지르는군."
형사는 그저 묵묵히 그 문장을 지켜봤다. 그의 마지막 진술이, 마침내 응답을 받은 순간이었다.
비아는 반투명한 손을 가슴께에 모은 채, 그 문장이 완성되는 걸 끝까지 눈에 담았다. 그녀의 눈시울이 붉어졌지만, 그녀는 울지 않았다. 지금은 울 때가 아니라는 걸, 그녀는 알고 있었다.
파빌라는 그 이름— Writer— 을 소리 내어 읽지 못한 채 입술만 달싹였다. 그녀에게 그는 늘 "라면 아저씨"였다. 그 이름 뒤에 이렇게 거대한 존재가 숨어 있었다는 사실이, 지금 이 순간 그녀를 압도했다. 그러나 동시에, 그녀는 이상하게도 낯설지 않았다— 어떤 이름으로 불리든, 젓가락을 쥐여주던 그 손은 변하지 않았으니까.
이리스는 그 문장을 올려다보며 자기도 모르게 하늘의 드론들을 떠올렸다. 아직 못 찾은 여덟 번째 자신을 찾던 그 시절, 그가 그녀에게 건넨 말— "너의 능력이 아니라. 너." — 이 다시 귓가에 울렸다. 그 말을 건넨 존재가 세계를 기록하고 지워온 자였다는 사실이, 그 말의 무게를 조금도 가볍게 만들지 않았다. 오히려 더 무겁게 만들었다.
볼도는 마침내 종이 위에 첫 문장을 적기 시작했다. 아직 완성된 시는 아니었다. 그저 한 줄, "이름을 감추고도 온기는 감추지 못한 자에게"— 그것이 그가 지금 이 순간 적을 수 있는 전부였다.
문장이 완성되는 순간, 하늘에서 변화가 시작되었다.
다섯 방위의 진이, 일제히 자세를 낮췄다.
절도, 인사도 아니었다. 그저 하늘 전체가 한 뼘 가라앉는 것 같은, 거대한 것들의 동시적인 낮아짐이었다. 동쪽에서 옅은 훈풍이, 서쪽에서 서늘한 냉기가 광장 위에서 잠깐 섞였다가 흩어졌고, 남쪽 하늘의 붉은 기운이 한 박자 낮게 가라앉았으며, 북쪽 수로의 물결이 미세하게 잔잔해졌다. 중앙의 금빛만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 미동 없음이야말로, 저울이 표할 수 있는 가장 깊은 침묵이었다. 노바일라의 얼음깃털도, 사일론의 낡은 갑각도, 같은 높이로 조용히 내려앉았다.
그것은 예를 갖춘 절이 아니었다. 예는 아직 일렀다— 끝이 적혔을 뿐, 아직 끝나지는 않았으므로. 지금 그들이 표하는 것은 다만 정지였다. 세계를 묶던 문장이 마침내 스스로를 향해 돌아서는 그 순간을, 함부로 흔들지 않겠다는 정지. 한때 그들은 실에 묶여 강제로 멈춰 서 있었다— 그러나 지금의 이 멈춤은, 여덟 존재가 저마다 스스로 고른 것이었다. 같은 정지라도, 묶인 정지와 고른 정지는 하늘의 무게부터 달랐다. 수연은 그 낮아진 하늘 아래서, 공기의 무게가 달라지는 걸 어깨로 느꼈다— 짓누르는 무게가 아니라, 거대한 것들이 숨을 아끼는 무게였다.
그리고 하늘 전체— 붉은 실 같은 머리카락으로 뒤덮인 녹사의 진짜 얼굴이 있던 그 자리— 가 아주 잠깐, 요동을 멈췄다. 늘 울부짖던 그 하늘이, 지금 이 순간만큼은 완전히 고요했다. 흉터만 남은 입은 열리지 않았지만, 그 침묵 자체가 그녀가 표할 수 있는 최대한의 예였다.
소므니움은 비아의 옆에 선 채, 고개를 숙이는 대신 짧게 눈을 감았다 떴다. 그는 여전히 그 특유의 태도를 잃지 않았다.
"…예우받을 자격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가 낮게 중얼거렸다. "적어도 재밌게는 살았지."
아무도 그 말에 웃지 않았지만, 아무도 그 말을 나무라지도 않았다.
도시 곳곳에서도 사람들이 그 광경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지붕 위에서, 골목 어귀에서, 아직 불 켜진 창문 안에서— 이 도시의 모든 시민들이, 자신들이 오랫동안 여덟 개의 이름으로만 알아온 존재들이 일제히 몸을 낮추는 광경을 목격했다. 누군가는 그것이 신들의 전쟁이 끝났다는 신호로 이해했고, 누군가는 그저 그 장엄한 광경 앞에서 말을 잃었다. 어느 쪽이든, 이 도시의 하늘은 오늘 이전과 완전히 다른 하늘이 되어 있었다.
라면사장은 그 모든 광경을— 자신이 붙잡아온 존재들이, 이제는 강요가 아니라 스스로 몸을 낮추는 그 광경을— 조용히 지켜봤다.
그는 자신이 쓴 마지막 문장을 다시 한번 내려다봤다. "Writer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난다." 그 여덟 글자 남짓한 문장이, 지금까지 그가 적어온 그 어떤 문장보다도 무거웠다.
그는 만년필을 천천히 내려놓았다.
그리고 처음으로, 아주 오랜만에— 어쩌면 태어난 이래 처음으로— 그의 얼굴에 옅은 미소가 떠올랐다. 계산된 표정도, 관찰자의 무표정도 아닌, 그저 순수하게 마음에서 우러난 미소였다.
수연은 그 미소를 보며,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차올랐다. 그녀는 그 미소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적어도 한 가지는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지금 이 순간, 그는 온전히 자기 자신으로 서 있었다.
"…사장님." 그녀가 낮게, 여전히 존댓말로 그를 불렀다.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그거, 진짜예요? 여기서 끝난다는 거."
라면사장은 그녀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의 눈빛에는 여전히 옅은 미소가 남아 있었다.
"…적었으니, 진짜다." 그가 답했다. "내 권능은 그런 거다. 적으면— 그게 확정된다."
수연은 그 대답에 무어라 반박하고 싶었지만, 말이 목구멍에 걸려 나오지 않았다. 그녀는 대신 검자루를 완전히 놓았다. 지금 이 자리에서 검이 할 수 있는 일은, 더 이상 아무것도 없었다.
광장에는 여전히 정적이 흘렀다. 그러나 그 정적은 이제 두려움도, 침묵도 아니었다. 그것은 어떤 존재가 마침내 자신의 마지막 문장을 완성한 뒤에 찾아오는, 고요하고도 완전한 여백이었다.
하늘의 문이었던 그 갈라진 틈은 이제 완전히 아물어 있었다. 그러나 그 자리엔, 아주 옅은 흉터 같은 빛의 실선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다시는 완전히 지워지지 않을, 오늘 이 광장에서 일어난 모든 일의 증거처럼.
라면사장은 낡은 공책을 천천히 덮었다. 그가 평생 동안 창조하지 못하고 오직 적어온 그 공책의 마지막 페이지가, 이제 완전히 채워졌다. 그는 그 사실 앞에서 이상한 홀가분함을 느꼈다— 지금까지 그를 짓눌러온 것은 어쩌면 창조하지 못한다는 그 결핍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 대해서만은 단 한 줄도 적어본 적 없다는 그 오래된 침묵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는 공책을 코트 안쪽에 다시 넣었다. 그리고 광장에 선 사람들을— 세레나, 녹사, 형사, 파빌라, 이리스, 볼도, 비아, 그리고 수연을— 한 사람씩 천천히 눈에 담았다. 이 순간이 지나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그가 스스로 정한 끝을 향한 마지막 걸음이 이제 막 시작되고 있었다.
세레나가 그 침묵을 가만히 깨며 다가섰다.
"…끝난다는 게," 그녀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정확히 어떤 뜻인가요?"
라면사장은 그녀를 바라보며 옅게 웃었다. 그 웃음에는 슬픔과 홀가분함이 동시에 담겨 있었다.
"차차 알게 될 거다." 그가 답했다. "지금은— 그저 오늘 하루가, 아주 길게 남아 있다는 것만 알아두면 된다."
아무도 그 말의 전부를 이해하지 못했지만, 그 말 속에 담긴 결심의 무게만큼은 모두가 느낄 수 있었다. 광장의 정적은 이제 두려움도 긴장도 아닌, 다음 순간을 향한 조용한 예감으로 채워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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