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바 니발리스

제185화. 세레나의 마지막 등불

아무도 알아채지 못한 사이, 세레나는 이미 오래전부터 무너지고 있었다.

도시의 개입이 시작된 순간부터 — 사람들이 무기 없이 광장에 들어서던 그 발소리부터, 레테의 증언과 볼도의 시와 이리스의 별자리와 파빌라의 편지와 사일론의 기억과 노바일라의 갈림길까지 — 그 모든 것이 이 광장 위에서 안전하게 펼쳐질 수 있었던 건, 세레나가 도시의 결계를 한순간도 놓지 않고 붙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Writer의 남은 힘이 언제 다시 이 광장을 향해 뻗어올지 알 수 없었고, 그 순간 도시를 지키는 마지막 방벽은 그녀의 두 손끝에 걸려 있었다. 그녀는 그 사실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말할 틈도 없었고, 말한다 해도 지금 당장 대신 들어줄 손이 없었다.

그녀의 손끝을 감싼 문장은 원래 은은하고 일정한 빛을 냈다. 창건의 밤, 서기관에게서 건네받은 그 빛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흔들린 적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 그 빛이 깜빡이고 있었다. 처음엔 아주 미세하게, 거의 눈치챌 수 없을 정도로. 켜지고 꺼지는 그 주기가 조금씩 느려지고 있었다 — 마치 오래된 심장이 마지막으로 뛰는 속도를 하나씩 늦춰가듯이.

레테의 증언이 펼쳐지는 동안에도, 볼도가 시를 낭독하는 동안에도, 이리스의 별들이 하늘에 오르는 동안에도, 세레나의 손끝은 단 한 순간도 그 결계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파빌라가 편지를 읽는 동안엔 결계의 밝기를 한 단계 더 끌어올려야 했다 — 그 순간 Writer의 내부에서 무언가 크게 흔들렸고, 그 흔들림이 자칫 광장 전체로 튈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사일론이 기억을 펼치는 동안엔 그 방대한 장면들을 광장 위에 붙들어 두는 것 또한 세레나의 결계가 함께 떠받치고 있었다. 노바일라의 갈림길이 하늘에 떠오르는 순간까지, 그녀는 단 한 번도 자신의 몫을 남에게 미루지 않았다. 그 모든 순간이 그녀의 손끝에서 조금씩 힘을 빼앗아 갔다는 걸, 그녀 자신 말고는 아무도 몰랐다.


세레나는 자신의 손끝을 내려다보지 않았다. 내려다보면 그 순간 무너질 것 같았다. 그녀는 대신 광장 위의 사람들을, 신들을, 그리고 그 한가운데 선 Writer를 바라보며 자신이 지금 붙들고 있는 것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 되새겼다. 이 결계가 무너지면, 방금 이 자리에서 쌓아 올린 모든 증언과 고백이 아무 의미도 없어질 것이다. 파빌라의 편지도, 사일론의 기억도, 노바일라의 갈림길도 — 전부 이 얇은 방벽 위에 얹혀 있는 것들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이 도시를 만든 순간을 떠올렸다. 눈밭 위, 아무것도 없던 그 절벽에서 "아픈 그들이 쉬어갈 곳이 있었으면 합니다"라고 말했던 밤. 그때는 이 결계가 이렇게 오래, 이렇게 많은 것을 짊어지게 될 줄 몰랐다. 그저 쉴 곳 하나를 만들고 싶었을 뿐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그 쉴 곳은 지켜야 할 것이 되었고, 지켜야 할 것은 다시 싸워야 할 것이 되었다. 그녀는 그 무게가 늘어가는 걸 한 번도 거부한 적이 없었다. 받은 것을 넘길 의무가 있다고 스스로 말했으니까. 그리고 지금, 그 넘기던 손이 마침내 바닥을 보이고 있었다.

두 번째로 그녀를 붙든 생각은 두려움이었다. 그녀는 지금까지 이 도시의 창조자로서, 무너지지 않는 존재로 스스로를 규정해 왔다. 결계를 붙든 손이 흔들리는 모습을 누구에게도 보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 이 순간, 그 흔들림을 숨길 힘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이 무너지는 모습을 도시 사람들이 본다면, 그들이 방금 얻은 확신마저 흔들릴까 봐 두려웠다. 그 두려움이 그녀를 조금 더 오래 버티게 했다.

세 번째 생각에 이르러서야, 그녀는 오히려 마음이 차분해지는 걸 느꼈다. 무너진다는 것이, 어쩌면 이 싸움의 끝이 아니라 다음 사람에게 넘기는 순간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었다. 그녀는 늘 넘기는 사람이었다. 서기관에게서 힘을 받아 도시를 만들었고, 그 도시를 지켜온 세월 내내 자신이 가진 것을 이 도시의 사람들에게 계속 나눠 주었다. 지금 이 순간도 다르지 않을지 몰랐다 — 그녀가 놓는 순간, 그 무게를 대신 들 손이 이미 이 광장 안에 있었다.

수연은 광장 한쪽에서 세레나의 안색을 지켜보고 있었다. 처음 이 도시에 흘러들어왔을 때부터, 세레나는 늘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었다. 상담소의 서류를 정리하던 손도, 축제를 준비하던 손도, 언제나 여유로워 보였다. 그런데 지금 그 손끝이 가늘게 떨리는 걸 보며, 수연은 세레나에게도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실감했다. 그 실감은 이상하게도 안도감과 함께 왔다 — 완벽해 보이던 사람도 결국 누군가에게 기댈 수 있다는 것이, 어쩐지 이 도시 전체를 조금 더 사람 사는 곳처럼 느끼게 했다.

수연은 문득 결전 전야, 빈 가게에서 혼자 검을 손질하며 되뇌었던 말을 떠올렸다. 신은 이제 안 무섭다고, 그런데 저 사람은 무섭다고, 이유는 저 사람이 제 발로 갔기 때문이라고. 지금 이 순간 그 말을 다시 떠올리자 조금 다른 결로 이해가 되었다. 세레나 역시 제 발로 이 짐을 짊어졌다. 아무도 강요하지 않았는데, 도시가 생기던 그 첫날부터 지금까지, 그녀는 늘 자기 발로 그 자리에 서 있기를 택했다. 그런 사람이 무너지는 모습을 본다는 것은, 수연에게 두려움이 아니라 오히려 마음 한구석을 조용히 데우는 일이었다 — 짊어지는 사람도 결국 사람이라는 것, 그리고 그런 사람 곁에는 마땅히 받쳐줄 손이 있어야 한다는 것.


문장의 빛이 다시 한번 느리게 깜빡였다. 이번엔 눈에 띄게 어두워졌다가, 조금 뒤늦게 돌아왔다. 세레나의 무릎이 아주 살짝 꺾였다. 그녀는 그 자리에 서 있기 위해 이를 악물었지만, 다리에 힘이 실리지 않았다.

녹사가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그녀는 세레나의 곁에 이미 서 있었다 — 언제부터였는지 아무도 정확히 알지 못했다. 세레나가 완전히 쓰러지기 직전, 녹사의 팔이 그녀의 어깨를 받쳤다.

"이제 놓아도 된다." 녹사가 낮게 말했다. "나머지는 우리가 든다."

세레나는 그 말에 고개를 저으려 했다. 아직 놓을 수 없다고, 아직 다 끝나지 않았다고 말하려 했다. 그러나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녹사가 그녀의 손을 잡았을 때, 그 손끝의 온도가 이미 눈에 띄게 식어 있었다. 처음엔 서늘한 정도였다. 그러나 손을 마주 잡은 채로 몇 초가 흐르는 동안, 그 온도는 조금씩 더 낮아졌다 — 마치 몸 안의 온기가 결계를 유지하는 데 전부 쓰이고 있어, 정작 자기 자신을 데울 여력은 하나도 남아 있지 않은 것처럼.

"…손이." 녹사가 그 온도를 느끼며 미간을 좁혔다. "차갑다. 세레나."

"괜찮아요." 세레나가 겨우 입을 열었다. 목소리는 가늘게 떨렸다. 손끝의 문장은 여전히 느린 박자로 깜빡이고 있었고, 그 리듬은 마치 마지막 숨을 아껴 쉬는 사람의 호흡 같았다. "아직, 조금 더—"

"아니." 녹사가 그녀의 말을 잘랐다. 목소리에 단호함이 실렸다. "너는 늘 이렇게 말한다. 조금 더, 조금만 더. 그러다 결국 아무것도 안 남을 때까지 버티지. 오늘은 아니다." 그녀는 세레나의 몸을 조금 더 단단히 받쳤다. "네가 지금까지 이 도시에 넘겨준 거, 이제 이 도시가 너한테 돌려줄 차례다. 그러니까 놓아라. 우리가 들 테니까."

세레나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오랫동안 참아온 것이 한꺼번에 무너지는 눈물이었다. 그녀는 녹사의 팔에 몸을 기댔다.

"…미안해요." 세레나가 겨우 말했다. "늘, 당신한테 먼저 기대라고 말해놓고— 정작 저는 한 번도 안 그랬네요."

"알고 있었다." 녹사가 짧게 답했다. 그녀의 목소리엔 원망이 없었다. "너는 늘 그런 사람이다. 남한테는 쉬라고 하면서 자기는 안 쉬는 사람. 오늘에야 그게 고쳐진 거다. 나쁘지 않다."

세레나가 희미하게 웃었다. 웃음 끝이 떨렸지만, 오랜만에 짓는 진짜 웃음이었다. 녹사는 그 웃음을 보며, 자신의 흉터가 있는 입가를 따라 옅은 온기가 번지는 걸 느꼈다. 아프기 시작하면 아직 남아 있다는 뜻이라던 그녀 자신의 말이, 지금 이 순간 세레나에게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었다. 무너지는 것을 허락받은 순간에도, 그녀는 여전히 여기 있었다. 그 순간 문장의 빛이 마지막으로 한 번 크게 흔들리더니, 아주 느린 리듬으로 다시 깜빡이기 시작했다 — 꺼지지는 않았지만, 더 이상 그녀 혼자 붙들고 있는 빛이 아니었다. 광장 곳곳에서 사람들이 자신도 모르게 손을 앞으로 뻗고 있었다. 무엇을 하는지 스스로도 정확히 알지 못한 채, 그저 그 결계의 무게를 나눠 지려는 몸짓이었다.


세레나는 녹사의 팔에 기댄 채로, 마지막 남은 힘을 끌어모아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시선이 Writer를 향했다.

"당신이 만든 도시가," 그녀가 말했다. 목소리는 가늘었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당신을 막고 있어요."

Writer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보다 확실한 대답이," 세레나가 숨을 고르며 말을 이었다. "있나요."

그 말을 끝으로, 세레나의 몸에서 힘이 완전히 빠졌다. 녹사가 그녀를 두 팔로 안아 받쳤다. 문장의 빛은 이제 그녀의 손끝이 아니라, 광장 전체에 흩어진 채로 낮고 희미하게 깜빡이고 있었다. 마치 하나의 등불이 꺼지는 대신, 수백 개의 작은 불씨로 나뉘어 옮겨붙은 것처럼. 도시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의 발밑에서, 손끝에서 그 작은 빛의 조각 하나씩을 느꼈다 — 세레나가 평생 혼자 짊어져 온 것이, 이제야 비로소 이 도시 전체의 몫으로 나뉘고 있었다.

Writer는 오랫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세레나에게, 그녀를 받쳐 안은 녹사에게, 그리고 그 뒤로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선 도시 사람들에게 차례로 옮겨 갔다. 그는 그녀의 말을 되짚어 보려 했다. 당신이 만든 도시가 당신을 막고 있다. 그 문장은 그가 지금까지 다뤄온 어떤 서사의 문법으로도 반박할 수 없는 형태였다. 그는 세계를 만든 적은 없었다. 다만 세레나에게 힘을 건넸을 뿐이고, 그 힘으로 세레나가 이 도시를 만들었다. 그런데 그 도시가, 그가 건넨 그 힘의 결과물이, 오늘 밤 그를 막아서고 있었다. 이건 반박이 필요한 논리가 아니었다. 이미 일어난 사실이었다.

그는 자신이 지금까지 세상을 두 가지로 나눠 왔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 자신이 쓴 것과 쓰지 않은 것. 그러나 이 도시는 그 어느 쪽에도 온전히 속하지 않았다. 그가 건넨 힘으로 시작되었으나, 그 이후의 모든 것은 그가 쓰지 않은 문장들로 채워졌다. 세레나의 결계도, 녹사의 비명도, 파빌라의 편지도, 볼도의 시도. 그는 그 시작에만 관여했을 뿐, 그 이후로 이 도시가 무엇이 되었는지는 온전히 이 도시 자신의 몫이었다.

그 침묵은 길었다. 광장의 그 누구도 그 침묵을 재촉하지 않았다. 눈이 다시 조용히 내리기 시작했다. 눈송이가 그의 어깨에, 코트 자락에 내려앉았다가 녹지 않고 그대로 쌓였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광장에 있는 누구도 셈하지 않았다. 다만 모두가, 이 침묵이 끝나기를 기다리는 대신 그 침묵 자체를 함께 견디고 있었다.

소므니움은 그의 옆에 서서, 그 긴 침묵을 지켜보았다. 유혹의 신으로 살아온 세월 동안, 그는 사람이 흔들리는 순간을 수없이 봐왔다. 흔들림에는 대개 다음 동작이 따라왔다 — 부정하거나, 합리화하거나, 도망치거나. 그런데 지금 그의 앞에 선 존재는 그 어느 쪽으로도 가지 않았다. 그저 멈춰 있었다. 소므니움은 그 정지 상태에 이름을 붙이려다 그만두었다. 어쩌면 이번만은, 이름을 붙이지 않는 편이 나을 것 같았다.

하늘 위 다섯 수호자와 세레스티아, 사일론과 노바일라도 자리를 지킨 채 그 침묵을 함께 지켜보고 있었다. 누구도 그 침묵을 깨려 하지 않았다. 청룡의 초록빛도, 백호의 흰빛도, 주작의 붉은빛도, 현무의 남빛도, 황룡의 금빛도 전부 같은 속도로 잔잔하게 깜빡였다 — 마치 그들 모두가, 지금 이 순간만은 각자의 방식이 아니라 하나의 리듬으로 이 침묵을 함께 견디기로 한 것처럼.

녹사는 세레나를 품에 안은 채로, 그 차가워진 손을 자신의 손으로 계속 감싸 쥐고 있었다. 온기가 조금씩 되돌아오고 있는지, 아직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적어도 지금, 그 손은 혼자 식어가고 있지 않았다. 세레나는 눈을 반쯤 감은 채, 자신이 마지막으로 뱉은 그 말이 그에게 가닿았는지 아닌지도 확인하지 못한 채로 의식이 흐려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표정만은 이상하리만치 평온했다 — 할 말을 다 한 사람의 얼굴이었다.

Writer는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의 손에 들린 만년필이, 파빌라가 다시 쥐여준 그대로, 조용히 그의 손안에 놓여 있었다. 그는 그 침묵 속에서, 계산을 자꾸 뒤로 미뤘다. 시작하려던 셈이 몇 번이고 밀려났고, 그는 그 밀려남을 굳이 다잡지 않았다. 계산할 수 없어서가 아니라, 밀려나는 대로 두기로 한 것이었다. 그저 눈앞의 광경을 — 무너진 세레나와, 그녀를 받쳐 안은 녹사와, 그 뒤로 여전히 자리를 지킨 도시 사람들을 —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 그것이 그가 이 밤 스스로 택한 행동이었다.

눈은 그치지 않고 계속 내렸다. 광장의 정적 위로, 다섯 수호자의 빛만이 낮고 고요하게 깜빡이며 밤을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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