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바 니발리스

제183화. 도시의 개입

가장 먼저 도착한 건 이번에도 소리였다.

처음엔 아주 낮은 웅얼거림처럼 들렸다. 발밑의 돌바닥을 타고 전해지는 진동이었다. 하나, 둘, 열, 백 — 숫자를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발소리가 겹치기 시작하면서, 그 진동은 점점 광장 전체를 낮게 울리는 하나의 맥박이 되어 갔다. 광장 가장자리에서 지켜만 보던 원정대원들도, 하늘 위 다섯 수호자도, 그 소리의 정체를 짐작하지 못한 채 잠시 몸을 굳혔다. 무기가 부딪히는 소리는 없었다. 갑옷이 절그럭거리는 소리도, 함성도 없었다. 그저 맨발과 신발 밑창이 돌바닥을 딛는 소리, 수백 명분의 걸음이 만들어내는 두터운 저음이었다.

광장으로 이어지는 여섯 개의 골목 모두에서, 사람들이 걸어 나오고 있었다.

군밤 장수 할머니가 화로도 없이 앞장서 걸어 나왔다. 평생 겨울마다 저 화로 앞에서 손님을 맞아온 사람이었다. 오늘 밤엔 그 화로를 챙길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 아니, 하지 않기로 한 것이었다. 장사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는 걸, 그녀는 오래 살아온 세월의 감으로 알고 있었다. 그 뒤로 시계방 노인이 손목의 낡은 시계를 매만지며 뒤따랐다. 도시의 모든 시계를 하나하나 고쳐온 그 손끝은, 시간이 멈춘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누구보다 먼저 이해하는 손이었다. 미오 파렛은 자신의 우편함 열쇠를 목에 건 채로 걸어왔다 — 그 열쇠로 배달해 온 편지들 중엔 다시는 못 받을 답장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것도 있었다. 그 기다림 자체가 사라지는 걸, 그녀는 참을 수 없었다.

마고 센느와 반 홀로가 나란히 팔짱을 낀 채로 걸어왔다. 며칠 전 광장에 의자를 늘어놓으며 "그냥 다 같이 있고 싶어서요"라고 말했던 그 마음 그대로, 오늘은 의자 대신 서로의 팔을 붙든 채였다. 위나 홀은 야식 통을 내려놓고 나온 그대로의 앞치마 차림이었다. 그녀는 밤마다 잠 못 이루는 사람들을 먹여온 사람이었고, 오늘 밤 이 자리에 먹일 것이 없다는 사실이 그녀를 조급하게 만들었다 — 그래서 대신 두 손을 비우고 나왔다. 그들 손에는 아무것도 들려 있지 않았다. 칼도, 곤봉도, 하다못해 부지깽이 하나도 없었다. 다만 서로의 옷깃을 스치듯 붙어 걸으며, 발걸음의 속도만은 누구 하나 흐트러뜨리지 않았다.

형사는 그 대열 한쪽에 서서, 걸어오는 얼굴들을 하나하나 눈에 담았다. 그는 오랫동안 사건 현장에서 증인들을 봐왔다. 증인은 대개 겁에 질려 있거나, 말을 아끼거나, 시선을 피했다. 그런데 지금 걸어 들어오는 이 얼굴들에는 그런 기색이 없었다. 두려움은 분명 있었다 — 다만 그 두려움을 딛고도 앞으로 나아가는 힘이, 두려움보다 조금 더 컸을 뿐이었다. 그는 그 광경 앞에서 코트 안주머니의 낡은 메모를 다시 한번 매만졌다. 지켜야 할 부탁이 이제 자기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그날 밤 그를 조용히 무너뜨렸다.

Writer는 그 발소리가 만들어내는 진동을 발밑으로 느끼며, 드물게 미간을 좁혔다. 그는 지금껏 이 도시의 사람들을 하나하나의 변수로 계산해 왔다. 겁이 많은 자, 저항할 여력이 없는 자, 이미 지쳐서 순응하기로 마음먹은 자. 그런데 지금 걸어 들어오는 저 발걸음들 속에는, 그 세 부류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무언가가 있었다. 두려움이 없는 게 아니었다. 다만 그 두려움을 안은 채로도 걸음을 멈추지 않는, 그가 미처 분류해 둔 적 없는 걸음걸이였다.

발소리가 광장 한복판에서 잦아들었다. 사람들이 그를 둥글게 에워싸며 멈춰 섰다. 그 원의 가장 앞줄, 세레나가 걸어 나왔다.


세레나의 흰 코트 자락이 광장의 냉기 속에서도 흐트러짐 없이 떨어졌다. 그녀는 도시가 태어나던 밤부터 지금까지, 이 도시의 모든 규칙을 손끝으로 지탱해 온 사람이었다. 그런 그녀가 지금 이 자리에 선 것은, 창조자로서가 아니라 이 도시의 대표로서였다.

"동의를 구하러 왔어요." 그녀가 말했다.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광장의 정적 속에서 또렷하게 퍼져 나갔다. "당신의 마지막 삭제에 — 이 도시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그 한 문장이 떨어지는 순간, 광장을 둘러싼 사람들 사이로 낮은 숨소리가 번졌다. 누군가는 고개를 끄덕였고, 누군가는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그러나 누구도 물러서지 않았다.

Writer는 그 선언을 들으며 잠시 침묵했다. "동의." 그가 그 단어를 되뇌었다. "나는 너희의 동의를 구한 적이 없다. 필요하다고 생각한 적도 없다."

"알아요." 세레나가 답했다. "그래서 우리가 대신 갖고 온 거예요. 당신이 한 번도 물은 적 없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을."

그녀는 잠시 숨을 골랐다. 도시의 결계를 오랫동안 손끝으로 지탱해 온 사람다운, 절제된 숨이었다.

"당신은 늘 계산으로 다수를 대변해 왔죠. 고통을 지우면 평균적으로 더 나은 세계가 된다고. 저는 그 계산 자체를 반박하러 온 게 아니에요. 계산이 틀렸는지 맞았는지는, 오늘 밤 제가 따질 문제가 아니거든요." 그녀의 시선이 자신을 둘러싼 사람들을 한 바퀴 훑고 다시 그에게로 돌아왔다. "다만 이 도시에 사는 사람들에게, 당신은 단 한 번도 직접 묻지 않았어요. 그래서 우리가 대신, 우리 발로 걸어 나와서 답을 하는 거예요. 표결도 아니고 항의도 아니에요. 이건— 그냥 있는 그대로의 부동의(不同意)예요."

"동의는 절차일 뿐이다." Writer가 말했다. "절차가 없어도 결과는 같다."

"아니요." 세레나가 고개를 저었다. "당신한텐 절차 없는 결과가 늘 똑같아 보였겠죠. 하지만 우리한테는, 물어봐 줬는지 아닌지가 결과 자체를 바꿔요. 물어보지 않고 지운 평온과, 물어서 지킨 평온은— 겉으로는 똑같아 보여도 안에서는 완전히 다른 거예요."


레테가 앞으로 나섰다. 그녀는 품속에서 무언가를 꺼내는 듯한 손짓을 했다 — 실제로 손에 쥐어진 물건은 없었다. 그러나 그 손짓과 함께, 광장 위 허공에 흐릿한 잔상 하나가 떠올랐다. 폭풍 속에서 우산도 없이 서 있던 한 소녀의 모습이었다.

"이 아이의 선택은, 다른 열두 개의 좋은 결과를 떠받치는 힌지였어요." 레테가 말했다. "그런데 아무도 이 아이에게 동의를 구하지 않았죠. 당신도, 저도요. 저는 그걸 오래 보관만 해왔어요. 오늘은 보관하지 않고 여기, 다 꺼내 놓을게요."

잔상 속 소녀가 비를 맞으며 걷는 장면이 몇 초간 이어지다 사라졌다. 레테는 그 자리에 서서 눈을 감았다. 그녀의 일은 지우고 되돌리는 것이었으나, 오늘 그녀가 한 일은 그저 지워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뿐이었다.

"저는 망각의 신이에요." 그녀가 눈을 뜨며 말을 이었다. "지우는 게 제 권능이죠. 그런데 이번 싸움에서는 아무것도 지우지 않기로 했어요. 여러분이 직접 기억하게 두는 게, 제가 오늘 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유일한 증언이니까요." 그녀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조금 더 낮은 목소리로 덧붙였다. "그리고 저는— 어떤 삶은 다시 산다 해도 그렇게 살지 않겠다고 답할 수도 있다는 걸 알아요. 그런 삶도 분명 있어요. 하지만 이 아이는 아니었어요. 제가 확인했거든요."

그녀의 마지막 말에, 광장에 있던 몇몇이 낮게 숨을 삼켰다. 그 확인이라는 절차가 얼마나 무거운 것인지, 그 자리의 누구도 정확히는 몰랐지만 어렴풋이 짐작했다.

볼도가 그다음 걸어 나왔다. 지붕 위에서 내려온 그의 손엔 조금 전까지 점만 찍어두었던 수첩이 들려 있었다. 그는 젊은 시절 창고에서 홀로 습작을 쌓아가던 사람이었고, 자신의 슬픔이 자신을 더 나은 시인으로 만들어준다고 믿어본 적이 없었다 — 그는 그저 자신이 본 것을 그대로 옮겨 적는 사람이었다. 오늘 밤도 다르지 않았다. 그는 목을 가다듬고, 완성되지 않은 그 시를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하늘이 문장을 쓰는 밤에도, 이 도시는 문장이 아니라 발소리로 대답했다." 그의 목소리가 갈라졌다가 다시 이어졌다. "우리는 논리로 이긴 적 없다. 다만 함께 서 있는 법을 알았을 뿐이다. 저 사람은 지우는 법을 배웠고, 우리는 서 있는 법을 배웠다. 오늘 밤, 배운 것들이 서로 마주 본다." 그는 잠시 숨을 골랐다. "나는 이 시가 무엇을 증명하는지 모른다. 다만 이 밤을, 다시 잊고 싶지 않아서 적는다."

그의 목소리가 떨렸다. 이 시는 완성된 시가 아니었다. 그러나 완성되지 않은 채로도, 그 자리에 있는 모두의 마음과 정확히 같은 리듬을 타고 있었다. 누군가 낮게 흐느꼈고, 누군가는 그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리스가 그 낭독이 끝나갈 무렵, 하늘을 향해 손을 들었다. 그녀의 아홉 드론이 일제히 떠오르고, 얼마 전 다시 빛을 찾은 열 번째 드론이 그 사이로 조용히 섞여 들었다. 열 개의 빛이 도시의 밤하늘에 나란히 늘어서며 비로소 완전한 별자리를 그렸다. 그건 좌표가 아니었다. 표식이었다. 이 도시가 무엇을 지키려 시작되었는지를, 하늘 전체에 새기는 서명이었다.

"어디에 있든 보이라고." 이리스가 중얼거렸다. "자기가 뭘 지키려고 시작했는지, 잊지 말라고."

그녀는 오랫동안 자신의 실패를 감추고 싶어 했던 사람이었다. 꺼진 열 번째 드론을 등 뒤에 숨기듯 데리고 다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오늘 밤, 그 드론은 아홉 개의 형제들 사이에서 조금도 어색하지 않게 빛나고 있었다. 실패도 성공도 아닌, 그저 함께 있는 빛. 그녀는 그 열 개의 별을 올려다보며, 자신이 만든 것 중 가장 아름다운 게 완벽한 별이 아니라 이 불완전한 열 개의 나열이라는 걸 인정했다.

수연은 그 광경을 광장 한쪽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검을 든 손은 여전히 늘어져 있었지만, 마음은 조금 전과 다른 자리에 있었다. 그녀는 지금까지 이 싸움을 자신과 저 사람, 둘만의 문제로 여겨온 구석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 이 광장에 서 있는 건 수백 개의 다른 이유, 다른 얼굴, 다른 사연들이었다. 자신의 사랑 하나로 이 모든 걸 대변할 수는 없다는 사실이, 이상하게도 그녀를 더 가볍게 만들었다. 혼자 짊어지지 않아도 되는 무게였다.

옆에 선 녹사가 낮게 말했다. "이게 원래 이 도시가 서 있던 방식이다. 한 사람이 다 짊어지는 게 아니라, 다 같이 나눠 드는 거." 수연은 그 말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Writer는 그 모든 광경을 하나씩 계산하려 했다. 레테의 증언은 하나의 항으로, 볼도의 시는 다른 항으로, 이리스의 별자리는 또 다른 항으로 — 그는 지금까지 세상의 모든 사건을 그런 식으로 나누고 더해서 다뤄왔다. 그러나 오늘, 그 계산은 셋째 항에 이르기도 전에 멈췄다.

변수가 너무 많았다. 광장을 에워싼 사람들 하나하나가 각자 다른 이유로 여기 서 있었다. 군밤 할머니는 자신이 팔아온 온기가 사라질까 봐, 시계방 노인은 시간이 멈추는 게 두려워서, 위나 홀은 야식을 들고 찾아갈 사람이 없어질까 봐. 그 이유들은 서로 닮은 데가 있으면서도 완전히 같지는 않았고, 그 미세한 차이들이 그의 계산식 안에서 자꾸 오차를 만들어냈다. 그는 평생 서사를 다뤄온 존재였다. 서사는 언제나 정리될 수 있었다. 시작이 있고, 중간이 있고, 끝이 있었으니까. 그런데 지금 눈앞의 이 광경은 정리되기를 거부하고 있었다 — 너무 많은 시작들이, 너무 많은 끝들이, 동시에 같은 자리에 서 있었다.

그는 손끝으로 만년필을 매만지며 다시 한번 계산을 시도했다. 사람 수를 줄이면, 변수도 줄어들 것이다. 그러나 그 시도는 시작하자마자 실패했다. 그는 지금 눈앞의 이 사람들 중 단 한 명도, 지울 대상으로 골라낼 수가 없었다. 골라내려는 순간마다, 그 얼굴 뒤에 붙어 있는 또 다른 얼굴 — 라면집 카운터에서, 겨울 축제의 무대에서, 그가 스치듯 봐온 얼굴들이 겹쳐 떠올랐다.

그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계산의 전제를 점검했다. 그의 오랜 논리는 이랬다 — 고통은 총량으로 존재하고, 그 총량을 줄이는 것이 곧 선(善)이다. 각각의 사람은 그 총량 안의 한 숫자에 불과하며, 숫자는 대체 가능하고 평균 낼 수 있다. 그런데 지금 광장에 선 이들을 하나씩 짚어보려 할 때마다, 그 전제 자체가 미끄러졌다. 군밤 할머니의 온기는 다른 누구의 온기로도 대체되지 않았다. 시계방 노인의 시간은 다른 누구의 시간과도 평균 낼 수 없었다. 그들은 숫자가 아니라, 각자 다른 문법으로 쓰인 문장들이었다. 그리고 그 문장들은 그가 지금까지 다뤄온 어떤 문법 체계로도 환원되지 않았다.

두 번째로 그를 붙든 건, 그 문장들이 서로 겹쳐 있다는 사실이었다. 미오 파렛의 우편함 열쇠는 위나 홀의 야식 통과, 위나 홀의 야식 통은 형사의 낡은 메모와, 그 메모는 다시 라면가게 카운터의 식은 콜라비빔면 한 그릇과 이어져 있었다. 하나를 지우려 하면 그 실이 다른 모든 것과 얽혀 함께 흔들렸다. 그는 평생 이야기를 낱개로 다뤄왔다. 그런데 이 도시는 낱개가 아니라 하나의 거대하게 짜인 천이었고, 그 천을 이루는 올실 하나를 뽑는 순간 천 전체가 뒤틀렸다.

세 번째 생각에 이르렀을 때, 그는 계산을 뒤로 미루는 쪽을 택했다. 계산이 틀려서가 아니었다 — 계산을 계속하는 것 자체가, 이 순간 자신이 서 있는 자리를 더 정확히 보여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지금, 답을 낼 수 없는 문제 앞에서 여전히 답을 내려 하고 있었다. 그리고 답이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 자체가, 어쩌면 이미 하나의 답이었다.

'…계산이 안 된다.' 그가 속으로 되뇌었다. 사람이 너무 많았다. 아니, 정확히는 — 사람 하나하나가 전부, 지울 수 없는 이유를 하나씩 갖고 있었다.

광장의 발소리는 이미 그쳐 있었다. 그러나 그 정적 속에서, 무언가가 여전히 그를 향해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다가오고 있었다. 사람들의 원 한쪽이 갈라지며, 작은 체구 하나가 천천히 앞으로 걸어 나올 채비를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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