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바 니발리스

제127화. 갈라지는 도시

세레나가 시민 전체 회의를 소집한 것은, 형사의 사건 파일을 직접 읽어본 다음 날이었다.

그녀는 그 파일을 몇 번이고 다시 읽었다. 전쟁 종결부터 신적 존재의 예속까지, 4단계로 정리된 그 목록은 그녀에게 한 가지 확신을 줬다 — 이 도시가 지금 겪고 있는 변화는, 단순한 이상 현상이 아니라 하나의 의지가 만들어가는 흐름이라는 것.

그녀는 도시 사람들에게 이 흐름을 알려야 한다고 판단했다. 알고 선택할 권리가, 적어도 아직은 남아 있어야 했으므로.

광장에 사람들이 모였다. 평소 축제나 공연 때보다도 많은 인파였다. 소문은 이미 절반쯤 퍼져 있었고, 사람들은 저마다 불안과 기대가 뒤섞인 얼굴로 모여들었다.

세레나가 단상에 올랐다.

"오늘 여러분을 모신 이유는, 최근 이 도시와 그 너머의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에 대해 말씀드리기 위해서입니다."

그녀는 형사가 정리한 목록을 하나씩 짚어나갔다. 전쟁의 종결, 학대의 소멸, 사고의 부재. 그리고 그 이면에 있는 것 — 선택의 소실, 실패의 소실, 위험의 소실.

"이 모든 변화의 배후에는, 한 존재의 의지가 있습니다. 그는 세상의 고통을 없애려 합니다. 그 방법은 — 고통을 낳을 수 있는 선택 자체를 지우는 것입니다."

광장이 술렁였다.

"그게 왜 문제죠?"

한 남자가 손을 들며 물었다. 이리스가 시장에서 만났던, 위험이라는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던 바로 그 상인이었다.

"고통이 없어지는 게, 왜 나쁜 겁니까? 전쟁도 없고, 학대도 없고, 사고도 없어졌습니다. 저는 오히려 좋다고 생각합니다."

세레나는 그 질문을 예상하고 있었다.

"고통이 사라지는 것 자체는 나쁘지 않습니다. 문제는 방식입니다. 그는 고통을 견디고 극복하는 과정을, 그 과정에서 얻는 것들까지 통째로 지우고 있습니다."

"그게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는데요."

다른 여자가 끼어들었다.

"저는 지난달에, 오랫동안 앓던 지병이 갑자기 나았어요. 그것도 그 사람이 한 일이라면, 저는 감사할 뿐입니다."

몇몇이 그 말에 동조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서 손을 든 것은 지붕 수리공의 어머니였다. 삼십 년째 도시 동쪽에서 세탁 일을 해온 여자로, 겨울마다 아들이 얼어붙은 지붕에 올라가는 날이면 빨래를 널다 말고 그 지붕이 보이는 골목 끝까지 나가 서 있곤 하던 사람이었다. "저는 이 손으로 남의 옷 주름은 다 펴면서, 제 마음 하나는 삼십 년을 못 폈습니다." 그녀가 갈라진 손등을 들어 보이며 말을 이었다. "그런데 요즘은 잠을 잡니다. 아들이 지붕 위에 있어도 잠이 와요. 떨어지는 일 자체가 없어졌으니까. 여러분, 저한테서 그 잠을 도로 뺏어가시겠다는 겁니까?"

광장 곳곳에서 낮은 웅성임이 그 말을 받았다. 반박하기 어려운 종류의 말이었다. 그 한마디에는 삼십 년치 불면의 무게가 실려 있었다.

세레나는 그 반응을 조용히 지켜봤다. 그녀는 이 회의가 만장일치로 끝나지 않으리란 걸 이미 알고 있었다.


볼도가 앞으로 걸어 나온 것은, 그 무렵이었다.

그는 평소 사람들 앞에 잘 나서지 않는 성격이었다. 그러나 오늘은 뭔가 결심한 얼굴이었다.

"저는 시인입니다."

그가 입을 열었다.

"오늘 아침, 저는 처음으로 슬픈 시를 쓰지 못했습니다. 손이 안 움직였어요. 슬픈 단어들이, 제 머릿속에서 하나씩 사라지고 있습니다."

"그게 왜 문제입니까?"

아까 그 상인이 다시 물었다.

"슬픈 시 못 쓰면, 그냥 기쁜 시 쓰면 되잖아요."

볼도는 그 말에 고개를 저었다.

"기쁜 것만 쓸 수 있는 사람은, 사실 아무것도 쓸 수 없는 사람입니다. 시라는 건, 슬픔과 기쁨을 둘 다 고를 수 있을 때만 진짜입니다. 한쪽이 없어지면, 남은 한쪽도 의미를 잃습니다."

그는 잠시 숨을 골랐다.

"저는 오늘, 제 안에서 뭔가가 지워지는 걸 느꼈습니다. 그리고 그건, 그 어떤 병보다 무서웠습니다."

광장에 침묵이 흘렀다.


그 침묵을 깬 건, 군밤 할머니였다.

그녀는 도시에서 가장 오래 산 사람 중 하나였다. 오랫동안 화로 앞에서 군밤을 구우며, 도시의 크고 작은 변화를 지켜봐 온 사람.

"저는 볼도의 말에 동의합니다."

그녀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저는 이 도시에서 슬픈 일도, 힘든 일도 많이 겪었습니다. 남편을 잃었을 때, 가게가 불탔을 때. 근데 그 모든 것들이, 지금의 저를 만들었습니다. 그 시간들을 아무도 함부로 지워선 안 됩니다."

그녀의 말이 끝나자마자, 시계방 노인이 반박했다.

"그건 할머니 생각이고요."

그의 목소리에는 옅은 날이 서 있었다.

"저는 그 시간들이 없었으면 더 좋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젊었을 때 사고로 손가락 두 개를 잃었습니다. 그 사고가 없었다면, 저는 지금도 온전한 손으로 시계를 고칠 수 있었을 겁니다. 그게 저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었다고요? 저는 동의 못 합니다."

군밤 할머니와 시계방 노인은 오랜 이웃이었다. 수십 년을 같은 골목에서 서로의 가게를 지켜봐 온 사이였다. 그런 두 사람이, 지금 광장 한가운데서 서로 다른 편에 서 있었다.

"…두 분이 이렇게 부딪히실 줄은 몰랐네요."

근처에 서 있던 마고 센느가 작게 중얼거렸다.

군밤 할머니는 시계방 노인을 오래 바라봤다. 그 눈빛에는 반박하고 싶은 마음과, 그의 아픔을 이해하고 싶은 마음이 동시에 담겨 있었다.

"…당신 마음도 이해합니다."

그녀가 말했다.

"고통은 각자 다른 무게로 다가오니까요. 하지만 저는, 제 슬픔까지 남이 대신 정리해주는 건 원하지 않습니다."

"저는 제 고통을 남이 대신 없애주는 게, 왜 나쁜지 모르겠습니다."

시계방 노인이 답했다.

말이 거기서 끝났으면 좋았을 것이다. 그러나 노인은 반 박자를 더 나갔다. "할머니야말로, 그 시간들이 그렇게 소중하시면—" 그의 입안에서 다음 말이 반쯤 형태를 갖췄다. 바깥양반 그렇게 보내놓고도, 로 시작하는 문장이었다. 수십 년 이웃이었기에 알고 있는, 그리고 수십 년 이웃이었기에 절대 건드려선 안 되는 자리.

노인은 그 문장을 끝내지 못했다. 군밤 할머니의 눈빛이 아니라, 자기 안의 무언가가 그를 붙잡았다. 그는 입을 닫았고, 닫힌 입 안에서 그 말은 그대로 삼켜졌다. 그러나 광장에 있던 사람들 중 몇몇은 — 특히 그 골목에 살아본 사람들은 — 그가 무슨 말을 하려다 말았는지 정확히 알아들었다.

군밤 할머니도 알아들었다. 그녀의 손이 치맛자락을 한 번 움켜쥐었다가 놓였다. "…끝까지 말하지 그랬습니까." 이상하리만치 조용한 목소리였다. "말했으면 나도 당신한테, 평생 안 하려던 말을 했을 겁니다. 우리 나이에 그거 한 번 주고받으면, 다시는 못 주워 담아요."

노인은 대답하지 않았다. 다만 그의 시선이 처음으로, 자신의 성치 않은 손이 아니라 발밑의 눈을 향했다. 두 노인은 그렇게, 서로에게 던질 수 있는 가장 나쁜 말을 각자 하나씩 손에 쥔 채로 물러섰다. 던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서로가 그런 걸 쥐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상, 어제까지의 이웃으로 돌아갈 수도 없었다.

두 사람 사이의 거리는 몇 걸음에 불과했지만, 그 순간 광장에 있던 모든 이들은 그 거리가 훨씬 멀게 느껴졌다.

무거워진 공기를 어떻게든 되돌리려는 듯, 빵집 주인 브란트가 앞으로 나섰다. 열여섯에 아버지의 화덕을 물려받아 첫 삼 년 동안 태운 빵으로 온 골목의 새를 다 먹여 살렸다는 농담을 달고 사는 남자였다. "저는 시계방 어르신 심정을 압니다. 저도 화덕에 데인 자국이 팔에 여덟 개 있습니다. 그런데 어르신." 그가 소매를 걷어 흉터를 내보이며 말을 이었다. "요즘 제 빵은 한 덩이도 안 탑니다. 반죽이 알아서 부풀어요. 근데 새벽에 화덕 앞에 서 있으면, 제가 빵을 굽는 건지 빵이 알아서 구워지는 걸 제가 구경하는 건지 모르겠단 말입니다. 저는 데어도 좋으니, 제 빵을 제가 굽고 싶습니다."

"그건 자네가 손가락을 안 잃어봐서 하는 소리야."

시계방 노인의 대꾸는 즉각적이었고, 브란트는 입을 다물었다. 팔뚝의 흉터 여덟 개와 잘려나간 손가락 두 개 사이의 거리는, 광장의 누구도 대신 좁혀줄 수 없는 것이었다.


회의는 그 뒤로도 몇 시간 동안 이어졌다.

찬성 쪽 사람들은 대체로 이렇게 주장했다 — 고통이 사라지는 게 나쁠 리 없다, 우리가 직접 겪어보지 않고서야 그 좋고 나쁨을 판단할 수 없다, 이미 좋아진 삶을 굳이 되돌릴 필요가 있냐.

반대 쪽 사람들은 이렇게 반박했다 — 고통이 없는 삶은 삶이 아니다, 우리가 지금의 우리인 건 우리가 겪은 것들 때문이다, 누군가 우리 대신 우리의 이야기를 편집하는 것 자체가 폭력이다.

양쪽 다 일리가 있었다. 그리고 그 일리 있음이, 오히려 이 문제를 더 어렵게 만들었다.

수연은 광장 구석에서 그 논쟁을 오래 지켜봤다. 형사도 그녀 옆에서 조용히 사람들의 말을 하나하나 수첩에 옮겨 적었다.

"…이거,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복잡하네요."

수연이 조용히 말을 얹었다.

"우리는 당연히 다 반대할 줄 알았는데."

형사도 같은 생각이었다.

"고통을 겪어본 사람일수록, 오히려 그 고통이 사라지길 더 간절히 바랄 수도 있습니다. 시계방 노인처럼요. 저항한다는 게, 언제나 모두에게 같은 의미는 아닙니다."

세레나는 단상 위에서 그 모든 논쟁을 지켜보며, 자신이 이 회의를 통해 얻고자 했던 만장일치가 애초에 불가능했다는 걸 인정했다.

결국 회의는 아무 결론 없이 끝났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입장을 가진 채 흩어졌다. 도시는 처음으로, 눈에 보이는 균열을 갖게 되었다.


그날 밤, 세레나는 텅 빈 광장에 홀로 남았다.

낮의 소란이 남긴 흔적 — 흩어진 발자국들, 아직 식지 않은 열기 — 을 바라보며, 그녀는 오랫동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그녀는 단상에서 내려다봤던 얼굴들을 하나씩 다시 떠올렸다. 세탁부 여자의 갈라진 손등. 브란트의 흉터 여덟 개. 시계방 노인이 끝내 삼킨 문장. 낮 동안 그녀는 그 모든 말들에 일일이 반박하고 싶은 충동을 눌러왔다. 반박할 논리가 없어서가 아니었다. 논리라면 형사의 파일 안에 차고 넘쳤다. 다만 그 논리를 단상 위에서 입 밖에 내는 순간, 자신이 이 도시의 창조자로서 한쪽 편에 서게 된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창조자가 편을 드는 도시. 그녀는 그것이 어떤 모양이 되는지 상상해봤다. 반대편에 선 시민들은 하루아침에, 도시의 규칙 그 자체와 싸우는 사람들이 된다. 그들의 의심은 반역이 되고, 그들의 두려움은 결함이 된다. 그것은 지금 세계를 지우고 있는 그 존재가 하는 일과 — 방향만 다를 뿐, 같은 종류의 일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하루 종일, 목 안까지 올라온 말들을 도로 삼켰다. 삼킨 말들은 사라지지 않고 그 자리에 가라앉아, 낮은 통증처럼 남아 있었다. 그 통증 위로, 하루 종일 미뤄뒀던 질문 하나가 마침내 올라왔다.

"동의만 할 수 있는 존재가."

그녀가 중얼거렸다.

"동의가 갈라진 도시에서, 뭘 해야 하죠."

그녀는 답을 알지 못했다. 그녀의 존재는 이 도시의 규칙을 지탱하는 것이었지만, 그 규칙은 언제나 도시 전체의 동의를 전제로 했다. 그런데 지금, 그 동의 자체가 둘로 갈라져 있었다.

그녀는 문득, 자신이 이 도시를 세울 때 라면사장과 나눴던 대화를 떠올렸다. 여긴 아무도 구원하지 않는 곳이라고, 그가 말했었다. 그 말은, 이 도시가 누구에게도 정답을 강요하지 않는 곳이라는 뜻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그녀가 스스로에게 다짐하듯 말했다.

"저는 정답을 정하는 대신, 이 갈라짐 자체를 지켜야 할지도 모릅니다."

그녀는 그 결론에 완전히 확신을 갖지 못했다. 그러나 그것이, 지금 그녀가 도달할 수 있는 유일한 답이었다.

발소리가 들렸다. 녹사였다. 그녀도 회의를 지켜보다가, 세레나가 홀로 남은 걸 보고 다가온 참이었다.

"…힘든 하루였겠군."

녹사가 그녀 옆에 섰다.

"저는 실패한 걸까요."

세레나가 물었다.

"도시를 하나로 모으고 싶었는데, 오히려 갈라놓기만 했습니다."

녹사는 고개를 저었다.

"갈라짐을 드러낸 거지, 갈라놓은 게 아니다. 그 균열은 원래 있었다. 다만 아무도 입 밖에 내지 않았을 뿐이다."

"…그게 위안이 되는 말인가요?"

"아니. 근데 사실이다."

녹사는 광장의 발자국들을 오래 내려다봤다.

"통증도 그렇다. 통증이 생겼다고 몸이 갑자기 나빠진 게 아니다. 원래 있던 문제가, 통증을 통해 드러난 것뿐이다. 오늘 이 광장에서 드러난 균열도 마찬가지다. 없었던 걸 만든 게 아니라, 있었던 걸 보이게 한 거다."

세레나는 그 말을 오래 곱씹었다.

"그럼 저는 이제 뭘 해야 하죠."

"모른다."

녹사가 솔직하게 답했다.

"나도 정답은 모른다. 다만 하나는 안다 — 드러난 균열은, 숨겨진 균열보다 다루기 쉽다. 적어도 이제 우리는, 서로가 뭘 두려워하고 뭘 바라는지 알게 됐다."

세레나는 그 말에 옅게 고개를 끄덕였다. 완전한 위로는 아니었지만, 완전한 절망도 아니었다.

두 사람은 그 뒤로 한동안 말없이, 눈이 광장 위에 소복이 쌓이는 걸 지켜봤다.


그날 밤, 수연은 잠들기 전 오늘 회의에서 들었던 말들을 다시 떠올렸다.

시계방 노인의 말이 유독 마음에 걸렸다. 손가락 두 개를 잃은 사고가 없었으면 좋았을 거라던 그 말.

그녀는 그 말을 이해했다. 완전히는 아니어도, 어느 정도는.

그녀 자신도 한때, 자기 과거의 어떤 부분들은 차라리 없었으면 좋았을 거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세계를 부수기로 했던 그 선택. 그 선택이 만든 모든 상처들.

그러나 그녀는 동시에, 그 선택이 지금의 자신을 만들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 상처를 딛고 여기까지 왔다는 것, 그 사실만은 절대 지워지지 않길 바랐다.

"…그럼 나는, 시계방 할아버지랑 다른 쪽인가."

그녀가 어둠 속에서 중얼거렸다.

"아니면 그냥, 내가 운이 좋아서 내 상처를 받아들일 수 있게 된 건가."

그녀는 그 질문에 답을 찾지 못한 채, 오랫동안 뒤척이다 잠들었다. 도시의 균열은, 이제 그녀의 마음속에도 작은 균열 하나를 남기고 있었다.

밤하늘에서, 눈이 소리 없이 내리기 시작했다. 그 눈은 찬성한 사람들의 지붕에도, 반대한 사람들의 지붕에도 똑같이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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