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바 니발리스

제116화. 400번째 그릇

도시에 학교 비슷한 것이 생겼다. 에다 룬이 운영하는 작은 글방이었다. 파빌라는 그곳에 다니기 시작했다.

그녀에게는 처음으로 "내일 할 일"이라는 게 생겼다.

"오늘 숙제 다 했어요! 보실래요?"

파빌라가 종이 한 장을 흔들며 가게로 뛰어 들어왔다.

라면사장은 그 뒷모습을 오래 바라보았다. 그 표정 안에는 애틋함과, 또 다른 결심이 함께 담겨 있었다.


그 무렵, 세레나는 라면사장에게서 미묘한 변화를 감지하기 시작했다. 결정적인 증거는 없었다. 다만 그가 요즘 모든 것을 "한 번 더" 바라본다는 것.

노을을, 국물을, 사람들의 웃음을.

"저장하는 사람의 눈이에요, 저건."

그녀는 그렇게 혼잣말을 하며, 애써 그 생각을 마음 한구석으로 밀어두었다.

녹사 역시 이상한 것을 감지했다.

"너, 요즘 뜨거운 걸 만져도 안 데지."

"장사 경력이다."

"거짓말. 너는 조금씩 사람이 아니게 되는 중이다."

라면사장은 그 말에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정곡이었다.


비아는 형사를 나름의 방식으로 "검사"했다. 문고리를 쥐여주고, 반응을 보고, 라면 먹는 속도까지 관찰했다.

최종 판정이 내려졌다.

"합격이다……이다."

"뭐가?"

"비밀이다……이다."

그날 이후, 비아의 인수인계 목록에는 새 항목이 하나 추가되었다.

'이 아저씨한테 다 가르칠 것.'


수연은 그 무렵 불안을 느끼고 세레나를 찾아갔다.

"요즘 이상해요. 다들 뭔가 알면서 말 안 하는 얼굴이에요."

세레나는 그 말을 부정하지 못했다.

"수연 씨. 만약 소중한 사람이, 소중한 이유로 잘못된 길을 가려 하면, 어떻게 하실 건가요."

"……패서라도 막아야죠."

"그 대답, 잊지 마세요."

수연은 그 말이 왜 이렇게 무겁게 들리는지, 그때는 알지 못했다.


그 무렵 열린 두 번째 눈싸움 축제에서, 형사는 의외의 실력을 보여주었다. 투척 정확도로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상품은 어묵 1년권이었다. 그는 그것을 파빌라에게 양도했다.

"저는 국물은 여기서 마시면 돼서요."

파빌라는 그 선물에 눈을 반짝였다.


그 무렵, 라면사장도 사실 목록을 만들고 있었다는 것이 드러났다. 물론 아무에게도 보이지 않는 목록이었다.

비아의 것과는 전혀 다른 목록.

'아직 웃지 못한 사람들.'

모든 세계선에서 그가 봐온, 구해지지 못한 이들의 이름이 그 안에 담겨 있었다. 페이지는 끝나지 않았다.

그 무한한 목록이, 그의 결심을 계속 지피는 연료였다.


그 무렵, 수연과 이리스의 두 번째 대공연이 열렸다.

이번엔 이리스가 먼저 제안한 무대였다. 어둠에서 시작해, 서서히 별자리가 완성되어가는 연출. 오래전 그녀가 구상했던 바로 그 그림이었다.

공연은 대성공이었다.

라면사장은 객석 맨 뒤에서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그 눈은, 그저 즐기는 눈이 아니라 저장하는 눈이었다.

이리스의 꺼진 드론 하나는, 그날도 켜지지 않았다.


공연이 끝난 뒤, 수연이 라면사장 옆에 앉았다.

"다음 공연도 볼 거죠?"

"……글쎄."

"글쎄가 뭐예요. 본다고 해요."

"……그래."

그것은 그가 처음으로 한, 거짓 약속이었다.

수연은 그것이 거짓인 줄 몰랐다.


형사는 등불 여관 골목에 정착했다. 그의 방은 거의 비어 있었다. 유일한 장식은 액자 하나뿐이었다. 그 안에는 낡은 메모 한 장이 들어 있었다.

'내 토끼를 부탁해.'

그는 곧 이웃이 된 위나 홀과 가까워졌다. 두 사람은 서로의 불면을 알아보는 사이가 되었다.

"저도 밤에 잠을 잘 못 자요."

위나 홀이 말했다.

"저도 그렇습니다."

그렇게 두 사람은, 굳이 이유를 캐묻지 않는 밤의 동료가 되었다.


그 무렵, 소예는 비공식 홀 매니저가 되어 신입 교육을 맡게 되었다. 그녀가 신입에게 건네는 첫마디는 늘 같았다.

"여긴 아무것도 안 물어봐요. 그게 규칙이에요."

오래전 그녀가 이 가게에서 받았던 것을, 이제는 그녀가 다른 이에게 건네고 있었다. 그렇게 순환이 완성되고 있었다.

겨울 창고를 정리하던 볼도는, 우연히 비아의 인수인계 목록을 발견했다.

그는 그것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대신 그날 밤, 시 한 편을 썼다. 제목은 「문지기의 유서」였다. 그는 그 시를 끝내 발표하지 않았다.


파빌라는 어느 날 형사에게 물었다.

"아저씨는 왜 여기 왔어요?"

"부탁받은 게 있어서요."

"누구한테요?"

"……그게, 기억이 안 납니다. 부탁만 남고, 사람이 지워졌어요."

그것이 형사의 결핍이었다. 그는 자기 이야기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잃은 채, 그저 부탁만 붙들고 여기까지 걸어온 사람이었다.


며칠 뒤, 레테가 다시 가게를 찾았다. 이번엔 형사를 보기 위해서였다.

"당신이 잃은 기억, 제가 보관하고 있습니다."

"……돌려받을 수 있습니까?"

"지금은 안 됩니다. 당신이 그 무게를 다시 들 수 있을 때요."

형사는 그 대답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들 수 있게 되겠습니다."

레테는 그 대답에 처음으로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 무렵, 수연은 라면사장의 정기 외출을 몰래 미행했다. 그가 끝눈 플랫폼 앞에 서서, 아주 작게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조금만 더."

무엇을 조금만 더인지, 수연은 알 수 없었다.

돌아오는 길, 그녀는 처음으로 울었다. 이유를 알지 못한 채로.


세레나는 형사에게 도시를 안내하며 넌지시 물었다.

"이 도시를 어떻게 보시나요."

"지켜지고 있는 곳이요. ……과하게."

"과하게요?"

"네. 한 사람이 너무 많이 지고 있어요. 현장에서 많이 봤습니다, 저런 등."

세레나는 그 말에, 형사의 눈이 정확하다는 걸 다시 한번 확인했다.

어느 날, 비아가 형사에게 처음으로 직접 말을 걸었다.

"아저씨. 나중에…… 라면가게 좀 부탁한다……이다."

"사장님이 계신데요?"

"그러니까…… 나중에, 다……이다."

형사는 그 말에 더 캐묻지 않았다. 조사하는 사람은, 대답이 스스로 올 때를 기다릴 줄 알았다.


도시의 사계절이 한 바퀴 돌았다. 그리고 마침내, 첫 번째 연대기가 완성되었다.

기록청은 그 연대기 제1권을 라면가게에 헌정했다. 제목은 『물이 끓는 동안』이었다.

라면사장은 그 책을 받아 들고, 아주 오래 표지만 바라보았다.


그 무렵, 수연은 결국 정면 돌파를 결심했다.

"사장님, 저한테 숨기는 거 있죠. 말해요."

"있다."

"……뭔데요."

"지금 말하면, 네가 막을 거다."

"그럼 말하지 마세요."

수연은 그렇게 말하며 돌아섰다.

"대신 — 막을 일이면, 제가 막을 거예요. 그것만 알아두세요."

그것은 선전포고이자, 동시에 고백이었다.

수연은 그렇게 돌아서서 걸어가면서도, 손이 떨리는 걸 숨기지 못했다. 그녀는 진심으로 화가 났지만, 동시에 그 화 밑에 다른 감정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무서운 거다, 나.'

그가 뭘 숨기고 있는지는 몰랐다. 그러나 그게 무엇이든, 그녀 없이 혼자 짊어지려 한다는 사실 자체가 견딜 수 없었다.

라면사장은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오래 바라보았다. 그리고 낮게 중얼거렸다.

"……막아준다면, 좋겠다."

그러나 그 말은 그녀에게 닿지 못했다. 혼잣말이었으니까.


그날 저녁, 가게 안의 공기는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그 무거움을 깬 것은 파빌라의 서툰 "어서 오세요"였다. 이제는 제법 크고 또렷한 목소리였다.

그 인사에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졌다. 무거움은 그렇게 잠시 유예되었다.

유예일 뿐이었다.


이리스는 무대 감각으로 뭔가를 눈치챘다.

"요즘 이 가게, 조명이 이상해. 누가 퇴장 직전인 무대 같아."

스타메이커 특유의 직감이었다. 그녀는 그 말을 수연에게 전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다음 공연을 앞당기기로 결심했다.

"퇴장 전에 한 번이라도 더 보여줘야지."


그 무렵, 형사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도시 전체 조사를 마쳤다.

그의 결론 노트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이 도시의 급소는 라면가게다. 그리고 라면가게의 급소는—'

페이지가 넘어갔다. 그다음 장은, 아직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았다.


어느 날, 녹사가 라면사장 앞에 정면으로 섰다.

"예전에 말했다. 네가 막고 싶은 게 오면, 나를 먼저 부르라고."

라면사장은 그 말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런데 네가 막고 싶은 게, 너 자신이면."

녹사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누가 나를 부르지?"

라면사장은 그 질문에, 처음으로 시선을 피했다.

녹사는 그 침묵을 오래 지켜보았다.

"대답 못 하는군."

"……없다. 나를 막을 사람은."

"틀렸다."

녹사가 낮게 말했다.

"수연이 있다. 근데 네가 말을 안 하니까, 그 애가 막을 기회조차 없는 거다."

라면사장은 그 말에 아무 대꾸도 하지 못했다.

"언제까지 숨길 셈이냐."

"……조금만 더."

그 대답은, 며칠 전 수연이 몰래 들었던 그 혼잣말과 정확히 같은 말이었다. 녹사는 그 사실을 알지 못했지만, 그 말의 무게만은 정확히 느꼈다.

"조금만 더, 라는 말을 너무 오래 써왔다. 언젠가는 그 말도 끝나야 한다."

라면사장은 그 말에 답하지 않았다. 그러나 녹사가 돌아선 뒤에도, 그는 오랫동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계절이 조금 앞당겨져, 그해 첫눈이 예년보다 일찍 내렸다.

도시는 곧바로 첫눈 기념일 행사를 열었다. 무료 어묵이 광장 가득 나눠졌고, 사람들은 웃고 떠들며 첫눈을 반겼다.

그 소란 한가운데, 라면사장은 어묵 꼬치를 든 채 문득 걸음을 멈췄다. 그는 광장을, 사람들을, 도시 전체를 천천히 한 바퀴 둘러보았다.

저장하듯이. 천천히, 전부.


그 무렵, 비아의 인수인계 목록이 마침내 완성되었다.

마지막 페이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제일 중요한 것 — 사장님은 혼자 두면 안 된다……이다.'

비아는 그 목록을 조용히 접어, 형사의 코트 주머니에 몰래 넣어두었다. 그는 그 사실을 아직 알지 못했다.


어느 날 저녁, 파빌라가 가족회의를 소집했다. 가게 안의 모두가 카운터 앞에 모였다.

"저, 여기서 살래요. 정식으로."

그녀는 그렇게 선언했다. 도착자가 아니라, 이 도시의 시민으로.

가게 안이 순간 조용해졌다가, 이내 우렁찬 박수로 채워졌다.

"당연하지! 이미 여기 사람이었잖아!"

비아가 제일 먼저 외쳤다.

만장일치였다.

그날 밤, 기록청은 그 자리에서 즉석 명부 등록식을 열었다. 셀린 무어스가 두꺼운 연대기 책을 펼쳐 새 페이지를 열었다.

"이름은?"

"파빌라 닉스."

"나이는?"

파빌라는 그 질문에 잠시 머뭇거렸다.

"모르겠어요. 반복된 시간은, 세는 방법을 몰라서."

셀린 무어스는 그 대답에 옅게 웃으며 펜을 놓았다.

"그럼 오늘부터 세면 되죠."

그녀의 이름이 연대기 시민명부에 정식으로 올랐다. 한때 왕국의 문서에서 '반복 가능한 계시체'로만 기록되었던 이름이, 이제는 이 도시의 가장 단단한 곳에 새겨졌다.

라면사장은 그 페이지를 젓가락으로 가만히 가리키며 말했다.

"이건 이제 아무도 못 고친다."

파빌라는 그 말에 오랫동안 그 페이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아주 작게, 그러나 분명하게 웃었다.

그 소식을 들은 형사는, 자신의 낡은 메모를 다시 한번 꺼내 보았다.

'내 토끼를 부탁해.'

그는 그 메모와 파빌라의 새 명부 페이지를 번갈아 떠올리며 조용히 생각했다.

'……이런 식으로 지켜지는 것도 있군요.'

그는 그 메모를 다시 코트 주머니에 넣었다. 그 안에는 이미, 그가 아직 모르는 비아의 목록 한 장이 함께 접혀 있었다.


그렇게 7부의 마지막 완급이 찾아왔다. 지극히 평화로운 하루였다.

그러나 4부의 그 200번째 밤과는 달랐다. 이번엔 인물들 절반이, 이 평화가 시한부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

같은 웃음이었지만, 보는 눈에 따라 다르게 비쳤다. 아는 자들의 시선과, 모르는 자들의 웃음이 그렇게 나란히 교차하고 있었다.


그날 밤, 라면사장, 비아, 세레나 세 사람만이 가게에 남았다. 5부의 그 밤과 똑같은 구도였다.

라면사장이 먼저 입을 열었다.

"슬슬…… 시간이 됐다."

비아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안다……이다."

세레나는 오랫동안 침묵하다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말리지 않는 대신, 조건이 있습니다."

"말해라."

"떠나는 날, 모두에게 제대로 인사할 것."

라면사장은 그 조건 앞에서, 처음으로 아무 말도 거절하지 못했다.

"……알겠다."

비아가 그 대답을 듣고 조용히 덧붙였다.

"수연한테도다……이다. 특히 수연한테다……이다."

라면사장은 그 말에 오랫동안 침묵했다.

"그건, 제일 어려운 인사가 될 거다."

"그러니까 더 제대로 해야 한다……이다."

세레나는 그 대화를 들으며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녀는 이 밤을, 5부의 그 밤과 마찬가지로 오래도록 기억할 것이었다.


며칠 뒤, 가게는 하루 400그릇 판매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다.

그 대성황의 밤, 온 도시가 가게에 모여 함께 축하했다. 웃음소리가 가게 안팎으로 넘쳤다.

라면사장은 그 소란 속에서 조용히 마감을 준비했다. 그는 앞치마 끈을 풀었다.

그 손이, 유난히 오래 머물렀다.

'……이 끈을, 앞으로 몇 번이나 더 묶게 될까.'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그 숫자를, 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