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바 니발리스

제65화. 무대 뒤, 자리, 냄비의 계보

며칠간의 준비 끝에, 마침내 합동 무대의 날이 밝았다.

극장 거리의 공터에는, 평소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코모의 인형극과 솔의 유리 오르간, 그리고 이리스의 조명이 함께하는 첫 공연이라는 소식이 도시 전체에 퍼진 참이었다.

"이렇게 사람들 많이 올 줄 몰랐는데."

이리스가 무대 뒤에서 긴장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괜찮아요, 이리스 씨. 준비한 대로만 하면 돼요."

코모가 다독였다.


가게 사람들도 모두 응원을 나와 있었다.

"신입, 파이팅!"

수연이 손을 흔들며 응원했다.

"긴장하지 말고 평소처럼 해."

라면사장도 짧게 응원의 말을 건넸다.

이리스는 그 응원에 옅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열심히 할게요."


공연이 시작되었다.

코모의 인형들이 무대 위에서 생동감 있게 움직이며 이야기를 펼쳐나갔다. 그 위로 솔의 유리 오르간이 신비로운 선율을 더했고, 이리스의 드론들이 그 모든 것을 은은한 빛으로 감싸주었다.

관객들은 그 조화로운 공연에 완전히 몰입했다.

"우와……"

여기저기서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이야기가 절정으로 치닫는 순간, 이리스는 드론들을 정교하게 조작하며 붉은빛에서 푸른빛으로, 다시 황금빛으로 무대의 분위기를 바꿔나갔다.

그녀의 손끝에서 만들어지는 그 빛의 향연은, 마치 살아 숨 쉬는 것처럼 관객들의 감정을 이끌어갔다.

"저 조명, 진짜 예술이다."

"저걸 만드는 사람은 누구야?"

관객석에서 그런 감탄이 흘러나왔다.


공연은 완벽하게 흘러갔다. 코모의 인형극이 절정에 이르고, 솔의 연주가 클라이맥스를 장식하며, 이리스의 조명이 그 모든 감동을 완성시켰다.

마침내 이야기가 끝나고, 무대에 어둠이 내려앉았다가 다시 밝아지는 순간, 관객들의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졌다.

"브라보!"

"최고예요!"


코모와 솔이 무대에 나와 인사를 건넸다. 관객들은 그 인사에 화답하며 박수를 계속 이어갔다.

그리고 누군가 외쳤다.

"연출자! 연출자도 나와요!"

그 외침이 순식간에 퍼지며, 관객들이 다 함께 외치기 시작했다.

"연출자! 연출자!"


이리스는 무대 뒤에서 그 외침을 들으며 심장이 쿵쾅거리는 걸 느꼈다.

'……나가야 하나.'

그녀는 그 자리에서 한참을 망설였다. 관객들의 환호는 계속되었고, 코모와 솔이 무대 뒤를 향해 손짓하며 그녀를 부르고 있었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무대 가장자리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막상 그 밝은 빛 아래로 나서려는 순간, 그녀의 발이 얼어붙은 듯 멈춰버렸다.


'……못 하겠어.'

그녀는 결국 커튼콜에 오르지 못하고, 다시 무대 뒤로 물러섰다.

관객들의 환호는 계속됐지만, 이리스는 그 자리에서 조용히 자신의 드론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녀의 손끝은, 자연스럽게 여전히 불이 꺼진 열 번째 드론으로 향했다.

그녀는 그 어두운 드론을 가만히 매만졌다. 오늘도, 그녀는 자신의 자리를 온전히 채우지 못한 채 물러섰다.


공연이 끝난 뒤, 코모와 솔이 무대 뒤로 찾아왔다.

"이리스 씨, 왜 안 나오셨어요? 사람들이 진짜 많이 찾았는데."

코모가 아쉬운 듯 물었다.

"죄, 죄송해요. 그냥…… 못 나가겠더라고요."

"괜찮아요, 부담 가지실 필요 없어요."

솔이 다독였다.

이리스는 그 배려에 오히려 더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던 수연이 다가왔다.

"신입, 오늘 조명 진짜 최고였어."

"고마워요, 선배."

"근데 왜 커튼콜에 안 나갔어?"

수연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리스는 그 질문에 잠시 침묵하다가, 어두운 드론을 매만지며 답했다.

"……그냥, 아직은 준비가 안 됐나 봐요."


수연은 그 대답에 더 캐묻지 않고, 그저 이리스의 어깨를 다독였다.

"괜찮아. 천천히 해도 돼."

"고마워요."

이리스가 옅게 웃으며 답했다. 그러나 그 웃음 뒤에는, 여전히 완전히 풀리지 않은 아쉬움이 남아 있었다.


그날 밤, 라면사장은 가게에서 그 이야기를 전해 듣고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

"오늘 공연 진짜 성공적이었대요. 근데 신입이 커튼콜은 안 나갔대요."

수연이 전했다.

"그런가."

"저는 신입이 나가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 뭔가 계속 망설이는 것 같아요."

라면사장은 그 말에 옅게 고개를 끄덕였다.

"저 아이는, 아직 자기가 무대에 설 자격이 있는지 확신을 못 하는 거다."

"그럼 어떻게 해야 도와줄 수 있을까요?"

"기다려라. 억지로 밀면, 오히려 더 멀어질 거다."


수연은 그 조언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마음 한구석에서는 안타까움이 가시지 않았다.

"그래도, 신입이 언젠가는 그 무대에 설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럴 거다. 시간이 좀 걸릴 뿐이지."

라면사장의 그 확신에 찬 말에, 수연은 조금 위안을 얻었다.


한편, 이리스는 그날 밤 자신의 방에서 오늘의 그 어둠 속 열 번째 드론을 한참 바라보았다.

'왜 나는 그 마지막 한 발자국을 못 내딛는 걸까.'

그녀는 그 질문에 여전히 답을 찾지 못했다. 그러나 오늘, 무대 가장자리까지 다가갔다는 사실 자체가, 예전의 자신보다 한 발자국 더 나아간 것이라는 걸 그녀도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그녀는 그 어두운 드론에게 조용히 속삭였다.

"조금만…… 조금만 더 기다려줘."

그 말은 드론을 향한 것이면서도, 동시에 그녀 자신을 향한 다짐이기도 했다. 창밖으로는 오늘 공연의 여운을 담은 듯, 별빛이 유독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다.


한편, 재하는 요즘 들어 여러 곳을 전전하고 있었다.

처음엔 목욕탕에서 청소 일을 도왔지만, 물때 관리에 소질이 없었다. 다음엔 미오의 공방에서 종이 정리를 도왔지만, 손끝이 야무지지 못해 자꾸 종이를 구겼다. 그다음엔 페트 얀손의 낚시 도구점에서 일했지만, 낚시에는 도무지 흥미가 생기지 않았다.

"저, 뭘 해야 할지 진짜 모르겠어요."

그가 가게에 들러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천천히 찾으면 되지."

라면사장이 답했다.

"근데 벌써 몇 군데째 실패했는지 몰라요."

"실패가 아니라, 그냥 안 맞는 걸 확인한 거다."

라면사장의 그 말에, 재하는 조금 위안을 얻었다.

"그럼 저는 뭐가 맞을까요?"

"그건 네가 찾아야지."


수연이 그 대화에 끼어들며 물었다.

"재하야, 너 라비 스톨 씨네 분실물 보관소는 가봤어?"

"아니요, 거긴 아직."

"한번 가봐. 거기 분위기 되게 좋아."

재하는 그 추천에 반신반의하며 다음 날 그 보관소를 찾아갔다.


"안녕하세요, 여기 혹시 일손 필요하세요?"

그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라비가 그를 바라보며 답했다.

"어떤 일을 원하시는데요?"

"그냥…… 뭐든 좋아요."

라비는 그를 잠시 살펴보다가, 문득 물었다.

"이 물건들 보면 어떤 기분이 드세요?"


재하는 그 질문에 선반 가득한 물건들을 둘러보았다.

낡은 목걸이, 작은 단추, 빛바랜 편지들. 그 물건들을 바라보는 순간, 그는 이상하게 마음이 편안해지는 걸 느꼈다.

"……편안해요."

그가 솔직하게 답했다.

"왜 그런 것 같아요?"

"이 물건들은, 자기가 뭘 원하는지 몰라도 그냥 여기 있어도 되잖아요. 저도 그런 것 같아서요."


라비는 그 대답에 옅게 웃었다.

"그럼 여기서 일해보실래요?"

"저, 정말요?"

"네. 조수로 일하시면서, 이 물건들 정리하는 걸 도와주세요."

재하는 그 제안에 눈을 반짝였다.

"열심히 할게요!"


그날부터 재하는 그 보관소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그는 매일 물건들을 하나하나 정리하며, 각 물건의 사연을 라비에게 물어보곤 했다.

"이 목걸이는 어떤 사연이에요?"

"몇 달 전 골목에서 발견됐는데, 아직 주인을 못 찾았어요."

"그럼 계속 여기 두시는 거예요?"

"네. 주인이 나타날 때까지요."


재하는 그 대답에 묘한 안도감을 느꼈다.

"저도, 여기 계속 있어도 되나요?"

"당연하죠. 재하 씨도 여기 자리가 있어요."

라비의 그 말에, 재하는 처음으로 자신이 있을 곳을 찾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며칠 뒤, 수연이 배달 중 그 보관소에 들렀다.

"재하야, 여기 어때?"

"완전 좋아요! 여기가 저한테 딱 맞는 것 같아요."

재하가 신이 나서 답했다.

"다행이다. 여기저기 헤매던 거 보면서 걱정했었거든."

"저도 스스로 걱정했어요. 근데 여기 오니까, 이상하게 마음이 편해요."


"잃어버린 것들 곁이 편하다는 거지?"

수연이 물었다.

"네, 맞아요. 그거예요."

재하가 그렇게 답하며 웃었다.

"저도 그런 것 같아요. 저 자신도, 어떻게 보면 잃어버린 것들 중 하나였던 것 같거든요."

그 말에는, 그가 오랫동안 어디에도 속하지 못했던 시간들에 대한 담담한 고백이 담겨 있었다.


수연은 그 말을 듣고 마음이 뭉클해졌다.

"근데 이제 찾은 것 같네, 네 자리."

"네, 맞아요. 여기서 계속 일하고 싶어요."

재하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답했다.

라비도 그 옆에서 흐뭇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재하 씨랑 함께 일하는 게 좋아요."


그날 저녁, 수연은 가게로 돌아와 이 소식을 전했다.

"재하가 드디어 자기 자리를 찾은 것 같아요! 분실물 보관소에서 정착했대요."

"잘됐군."

라면사장이 옅게 웃으며 답했다.

"저 아이도 여러 곳을 헤매다가, 결국 맞는 자리를 찾았군."

"네, 다들 그렇게 자기 속도로 자리를 찾아가나 봐요."


"너도 그랬지."

라면사장이 문득 말했다.

"저요?"

"처음 왔을 땐, 너도 어디에 있어야 할지 몰랐잖나."

수연은 그 말에 잠시 옛 기억을 떠올렸다. 처음 이 가게 문을 두드렸을 때의 막막함, 그리고 지금 이렇게 자연스럽게 이 가게에 자리 잡은 자신.

"맞아요. 근데 지금은, 여기가 제 자리인 것 같아요."


"그럼 됐다."

라면사장이 짧게 답했다. 그러나 그 짧은 말에는, 그녀가 이 가게에 정착한 것에 대한 은근한 기쁨이 담겨 있었다.

수연은 그 반응을 눈치채고 옅게 웃었다.

"사장님도, 제가 여기 있는 게 좋으세요?"

그녀가 장난스럽게 물었다.

라면사장은 그 질문에 순간 얼굴이 붉어졌다.

"……당연한 거 아니냐."


"그, 그렇게 솔직하게 답하실 줄은 몰랐는데."

수연도 그 대답에 놀라 얼굴이 붉어졌다.

두 사람은 그렇게 서로 시선을 마주치지 못한 채, 어색한 침묵 속에서 마음만은 분명하게 확인한 순간을 나눴다.

가게 밖으로는 재하가 오늘도 분실물 보관소에서 열심히 물건을 정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 도시 곳곳에서는, 각자의 자리를 찾은 사람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안정을 찾아가고 있었다.


며칠 뒤, 세레나가 순찰을 마치고 가게에 들렀다가 문득 카운터 안쪽의 커다란 냄비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이 냄비, 되게 오래돼 보이는데요."

그녀가 물었다.

"그래. 이 가게에서 제일 오래된 물건이다."

라면사장이 답했다.

"얼마나 오래됐는데요?"

"이 도시가 생기기 전부터 있었다."


세레나는 그 말에 순간 표정이 묘해졌다.

"도시보다 먼저요?"

"그래."

"그럼 이 냄비, 혹시 제가 만든 건가요?"

라면사장은 그 질문에 옅게 웃으며 답했다.

"맞다."


세레나는 그 대답에 놀라 냄비를 다시 한번 자세히 살펴보았다.

"저는 이 냄비를 만든 기억이 없는데……."

"기억 안 나는 게 당연하다. 그때 너는, 지금과는 다른 방식으로 존재했으니까."

세레나는 그 말에 오래전 자신의 회상들을 떠올렸다. 눈밭 위에서 만난 그 존재, 그리고 함께 나눴던 첫 불빛. 그 도시를 짓기 전, 그녀가 가장 먼저 만든 것이 무엇이었는지, 이제 조금씩 기억이 되살아나는 것 같았다.


"그럼 이 냄비가, 도시보다 먼저였다는 거네요."

"그래. 도시보다 냄비가 먼저였다."

라면사장의 그 말에, 세레나는 묘한 웃음을 지었다.

"이거 완전 창건 비화네요."

"그런 셈이지."

"근데 왜 하필 냄비였을까요? 제가 만든 첫 물건이."


라면사장은 그 질문에 잠시 생각하다가 답했다.

"온기가 필요했겠지. 그 눈밭 같은 곳에서."

세레나는 그 대답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처음 이 세계에 왔을 때, 가장 필요했던 것은 분명 온기였다. 차갑고 텅 빈 그 눈밭에서, 따뜻함을 나눌 수 있는 무언가가.

"그럼 사장님은, 그 냄비를 어떻게 받으신 거예요?"


"네가 줬다."

"제가요?"

"그래. 정확히는 기억 안 나겠지만, 네가 만든 이 냄비를, 나한테 맡겼다."

세레나는 그 말에 잠시 침묵했다. 그녀의 회상 속 마지막 장면 — 눈밭에서 만난 존재와 함께 나눴던 그 밤 — 이 다시 떠올랐다.

"……그 존재가, 사장님이었나요?"


라면사장은 그 질문에 답 대신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건, 네가 스스로 알아가는 게 낫겠지."

세레나는 그 대답이 사실상 긍정이라는 걸 직감했다. 그러나 그녀는 더 캐묻지 않았다. 이 가게의 오래된 방식대로, 모든 걸 다 알 필요는 없었다.

"이 냄비, 앞으로도 소중히 쓸게요. 아니, 사장님이 쓰시겠지만."

"그래. 걱정 마라. 매일 잘 쓰고 있으니까."


마침 그 대화를 듣고 있던 마고 센느가 부두에서 건너와 끼어들었다.

"뭐야, 두 분이서 도시 창건 비화 나누고 있었어?"

"어, 마고 씨도 오셨네요."

세레나가 반갑게 인사했다.

"나도 궁금한 게 있는데, 이 라면가게는 언제 생긴 거야? 도시보다 먼저야, 나중이야?"


라면사장은 그 질문에 잠시 침묵했다.

"……그것도, 비밀이다."

"뭐야, 알려줄 듯 말 듯 하네."

마고가 투덜거렸다.

"때가 되면 알게 된다."

라면사장의 그 대답에, 마고와 세레나는 서로 눈빛을 주고받으며 웃었다.


"근데 진짜 신기하다. 도시 이름도 그렇고, 이 가게 역사도 그렇고. 이 도시엔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게 되게 많은 것 같아."

마고가 말했다.

"그러게요. 저도 요즘 들어 하나씩 알아가고 있어요."

세레나가 답했다.

"근데 서두르지 않으려고요. 각자의 때가 있는 것 같아서."


그 대화를 듣던 수연이 배달을 마치고 들어오며 물었다.

"뭔 얘기 하고 계세요?"

"이 냄비의 계보에 대해서."

세레나가 웃으며 답했다.

"냄비의 계보요?"

"응. 이 냄비, 도시보다 먼저 생긴 거래."

수연은 그 이야기에 눈을 크게 떴다.

"우와, 그럼 이 가게에서 제일 오래된 물건이네요?"


"그런 셈이지."

라면사장이 답했다.

수연은 그 낡은 냄비를 신기하게 바라보았다. 매일 국물을 우려내는 이 평범해 보이는 냄비가, 사실은 이 도시의 시작과 함께한 물건이라는 사실이 새삼 놀라웠다.

"이 냄비, 그럼 진짜 소중히 다뤄야겠네요."

"매일 그렇게 하고 있다."

라면사장이 짧게 답하며, 그 냄비를 조심스럽게 매만졌다.


그날 저녁, 세레나와 마고가 돌아간 뒤, 수연은 라면사장과 나란히 그 냄비를 바라보았다.

"사장님, 이 냄비 보면 어떤 생각 드세요?"

"오래된 인연이 생각난다."

"어떤 인연이요?"

라면사장은 그 질문에 옅게 웃으며 답했다.

"그것도, 나중에 말해주마."


수연은 그 대답에 익숙한 듯 웃었다.

"사장님은 비밀이 참 많으시네요."

"살다 보면, 그런 것도 생긴다."

"저한테는 다 말씀해주실 거죠?"

그녀가 장난스럽게 물었다.

라면사장은 그 질문에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가, 옅게 미소 지으며 답했다.

"……때가 되면."


그 대답에 수연은 왠지 모르게 마음이 편안해졌다. 이 가게의 모든 비밀들이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 밝혀져도 괜찮다는 걸, 그녀도 이제는 알고 있었다.

"그럼 저도 기다릴게요."

그녀가 웃으며 말했다.

라면사장은 그 말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냄비 안에서는, 오늘도 변함없이 따뜻한 국물이 보글보글 끓고 있었다. 도시보다 먼저 있었던 그 온기가, 오늘도 이 가게를 따뜻하게 지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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