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바 니발리스

제193화. 소멸 (하)

빛은 이제 그의 쇄골께까지 번져 있었다.

목소리는 아직 온전했다— 그러나 그 온전함이 얼마나 더 지속될지, 그 자신도 확신할 수 없었다. 그는 그 사실을 알면서도 서두르지 않았다. 남은 몇 마디를, 정확한 순서로 놓아두는 일이 지금 그가 할 수 있는 마지막 집필이었다.

광장에 남은 사람들은 이제 그 순서를 눈치채고 있었다. 세레나가 먼저였고, 녹사가 그다음이었고, 수호자들과 소므니움이 그 사이사이에 있었다. 그리고 그 순서의 끝에, 아직 두 사람이 남아 있었다— 비아와 수연. 도시 전체가 그 순서를 조용히 지켜보며, 누구도 재촉하지 않았다. 이 마지막 시간만큼은, 이 가게의 오랜 원칙대로— 밀지 않고 기다려주는 시간이어야 했다.

비아가 그의 앞으로 다가왔다.


그녀는 원래 문이었다. 사람이 아니라, 누군가 정말로 넘어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할 때 저절로 생겨나는 그 통로. 아무리 안쓰러워도 절대 등 떠밀지 않는다는 원칙 하나로 이 가게를 오랫동안 지켜온 존재였고, 그 원칙은 아주 오래전 단 한 번의 실수— 망설이던 누군가를 조금 세게 밀어버린 그 실수— 뒤로 단 한 번도 어긴 적 없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 남자가 회수하려 했던 그녀 안의 절반, 그 그리움과 사랑의 잔재는 이미 광장에서 완전히 개방되어 흩어진 뒤였다. 그녀는 이제 더 이상 이유 모를 매달림에 흔들리지 않았다. 지금 그녀 안에 남은 감정은, 온전히 그녀 자신의 것이었다.

"셋째 조건, 못 듣고 가는군."

그가 먼저 말했다. 목소리에 아쉬움이 섞여 있었다. 언젠가 그녀가 세 가지 조건을 걸었던 것을, 그는 기억하고 있었다. 첫째와 둘째는 이미 오래전에 지나갔지만, 셋째만은 끝내 듣지 못한 채였다.

비아는 그 말에 고개를 저었다.

"가서 들어라……이다."

그녀의 목소리는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어미는 여전히 흔들림 없이 "……이다"로 끝났다. 그러나 그 짧은 문장 안에는, 지금 이 자리에서 말해줄 수 없다는 단념이 아니라— 언젠가 다시 들을 자리가 있을 거라는, 조용한 확신이 담겨 있었다. 그녀는 그 확신의 근거를 스스로도 설명할 수 없었다. 다만 문이었던 존재로서, 그녀는 알고 있었다. 어떤 문은 닫히는 게 아니라, 그저 지금은 열 차례가 아닐 뿐이라는 걸.

"……어디서."

"모른다……이다." 비아가 답했다. "근데 어디서든, 들을 자리가 생기면— 그때 말해준다……이다."

그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더 캐묻지 않았다. 비아의 원칙을 그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었으므로— 그녀가 밀지 않기로 한 것을, 그도 밀지 않기로 했다.

그러자 비아가, 아주 잠깐 목소리를 낮춰 덧붙였다.

"기록은 절반짜리다……이다." 그녀가 말했다. 그의 코트 안쪽, 마지막 문장이 적힌 공책이 있는 자리를 흘끗 보며. "적는 자가 있고, 기억하는 자가 남는다……이다. 그건— 네가 제일 잘 안다……이다."

그는 그 말에는 대답하지 않았다. 부정하지 않는 침묵이었다.

"……그동안." 그가 낮게 말했다. "고생했다."

비아는 그 말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대신 그녀는 손을 뻗어, 아직 빛으로 흩어지지 않은 그의 소맷자락을 아주 잠깐 붙잡았다. 그리고는 이내 놓았다. 붙잡는 것도, 놓는 것도— 전부 그녀 자신의 원칙 안에서 이루어진 일이었다.

"……간다……이다." 그녀가 짧게 말했다. 목소리 끝이 아주 살짝, 평소보다 더 낮게 가라앉아 있었다. 그것이 그녀식의 눈물이었다.

그녀는 몸을 돌리다 말고, 잠시 멈춰 섰다.

"……하나만 더……이다." 비아가 그를 돌아보지 않은 채 말했다. "너, 처음 왔을 때부터 나를 '너'라고 불렀다……이다. 아무도 안 그랬다……이다. 다들 나를 문이라고만 불렀다……이다. 근데 너는— 처음부터 나를 너라고 불렀다……이다."

그는 그 말에 잠시 침묵했다. 자신이 그렇게 불렀다는 것도, 그것이 그녀에게 그렇게 큰 의미였다는 것도— 그는 지금까지 알지 못했었다.

"……그랬나."

"그랬다……이다." 비아가 답했다. "그러니까, 나는 이제 됐다……이다. 이미 받을 거 다 받았다……이다."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 더는 뒤돌아보지 않은 채 걸음을 옮겼다. 그 걸음에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 자신이 평생 지켜온 그 원칙, 밀지도 붙잡지도 않는다는 원칙을, 그녀는 이번에도 스스로에게 적용하고 있었다.


빛이 목덜미를 지나 턱 언저리로 번져가고 있었다.

그는 그 감각을 느끼며, 자신에게 남은 시간이 이제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알았다. 그리고 그 순간, 그는 고개를 돌려 수연을 찾았다.

그녀는 이미 그 앞에 서 있었다. 아까부터 계속 그 자리에 서 있었던 것처럼.

그는 입을 열었다.

그러나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목소리가 사라진 게 아니었다— 정확히는, 목구멍 언저리까지 이미 빛이 번져 있어서, 소리가 만들어지는 그 자리 자체가 더 이상 그의 몸에 남아 있지 않았다. 그는 몇 번이고 입술을 움직였다. 그러나 그 움직임은 그저 입 모양으로만 남았다. 무슨 말을 하려 했는지— 그 자신조차, 이제는 정확히 알 수 없었다. 미안하다는 말이었을 수도 있었다. 고맙다는 말이었을 수도 있었다. 사랑한다는, 아직 한 번도 제대로 소리 내어본 적 없는 그 말이었을 수도 있었다.

수연도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가 입을 벙긋거리는 걸 보며, 순간 목이 메었다. 무슨 말이든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화를 낼 수도 있었고, 매달릴 수도 있었고, 사랑한다고 먼저 말할 수도 있었다. 그런데 그녀의 목에서도, 어떤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지금까지 이 남자 앞에서 그녀는 늘 말이 많은 쪽이었다. 화를 냈고, 따졌고, 걱정했고, 웃었다. 그런데 지금 이 순간, 그 모든 말들이 한꺼번에 목구멍 앞에 몰려와 서로 부딪히며— 결국 아무것도 빠져나오지 못했다.

그녀는 그 침묵이 그의 것과 닮아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는 말을 잃어서 침묵했고, 그녀는 할 말이 너무 많아서 침묵했다. 방향은 정반대였지만, 그 둘은 결국 같은 자리에서 만나고 있었다.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두 사람이, 서로를 마주 보고 서 있는 자리.

그녀는 그 침묵 속에서, 자신이 오랫동안 이 남자에게 배운 것들을 떠올렸다. 말하지 않아도 되는 것들이 있다는 걸. 묻지 않아도 되는 것들이 있다는 걸. 그가 처음 만난 날 그녀에게 왜 벽을 부쉈는지 묻지 않았던 것처럼, 그가 늘 손님이 말하고 싶어질 때까지 기다려주었던 것처럼— 지금 이 순간, 그녀가 할 수 있는 가장 정확한 말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녀는 대신, 손을 뻗었다.

그리고 아직 완전히 흩어지지 않은 그의 소매를— 왼쪽 팔꿈치 아래, 여전히 천의 감촉이 남아 있는 그 자리를— 붙잡았다.

손끝에 닿은 감촉은, 이상하게도 따뜻했다.

그녀는 그 온도에 순간 숨을 삼켰다. 빛으로 흩어지고 있는 몸이라면 서늘하거나, 아니면 아예 아무 감촉도 없어야 마땅했다. 그런데 그 소매는, 마치 오래 끓인 국물 냄비 옆에 두었던 담요처럼— 사람의 체온이 아니라, 무언가가 오래도록 곁에서 데워온 온기를 품고 있었다. 그녀는 그 온도를 어디선가 느껴본 적이 있다는 걸, 아주 잠깐 뒤에 깨달았다.

그것은 아주 오래전, 이 가게에 처음 벽을 부수고 들어왔던 그날 밤— 카운터 구석에서 그가 슬쩍 밀어주었던 그 담요의 온도였다. 필요 없다고 말하면서도 결국 슬그머니 끌어다 무릎에 덮었던, 발이 시려서라고 스스로에게 둘러댔던, 그 첫 번째 온기. 그때도 그녀는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고, 그도 캐묻지 않았다. 그저 온기가 거기 있었고, 그녀가 그것을 끌어당겼을 뿐이었다.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이 온기의 정체를 설명할 수 없었다. 빛으로 흩어지는 몸에서 어떻게 온기가 남아 있는지, 그 원리를 알 수 없었다. 그러나 그녀는 그 이유를 캐묻지 않기로 했다. 그저 손끝에 닿은 그 온도를 붙잡았다. 처음 담요를 끌어당겼던 그 손으로, 처음과 똑같은 방식으로— 다만 이번엔 발이 시려서가 아니라, 그를 놓고 싶지 않아서였다.

그는 그녀의 손이 자신의 소매를 붙잡는 걸 내려다봤다. 말을 할 수 없었지만, 그의 눈이 대신 말하고 있었다. 그 역시 이 온도를 알고 있다는 걸. 그 역시 그날 밤의 담요를 기억하고 있다는 걸.

그의 손이, 아주 잠깐, 그녀의 손 위에 겹쳐졌다. 완전한 형태는 아니었다— 손끝은 이미 빛의 입자로 반쯤 흩어져 있었다. 그러나 그 반쯤 남은 손이, 분명하게 그녀의 손을 덮었다.

그녀는 그 무게를 느끼며 눈을 감았다. 무겁지 않았다. 오히려 그 손은, 처음 이 가게에 들어섰던 밤 그가 슬쩍 밀어주었던 담요만큼이나 가벼웠다. 필요 없다고 말하면서도 끝내 밀어내지 못했던 그 무게. 그녀는 그날 이후 줄곧, 이 남자가 무언가를 강요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는 걸 새삼 떠올렸다. 벽값을 청구하겠다고 했을 때도, 벽을 고치라고 했을 때도, 심지어 지금 이 순간까지도— 그는 늘 그녀 스스로 손을 뻗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그녀는, 지금 이 순간에도 스스로 손을 뻗은 것이었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자신이 원해서.


그때, 그가 움직였다.

빛은 이미 그의 턱 끝까지 차올라 있었다. 남은 시간이 숨 몇 번 분량도 되지 않는다는 걸, 광장의 모두가 알 수 있었다. 그런데 그 마지막 순간에, 그는 남은 형태를 전부 그러모아— 천천히, 아주 천천히 허리를 굽혔다. 느리고, 분명하고, 누구의 부탁도 기다림도 아닌 움직임이었다. 그가 그녀를 향해, 온전히 스스로 골라서 하는 몸짓.

그리고 그는, 수연의 귓가에 무언가를 속삭였다.

그 말은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았다. 광장의 그 누구에게도, 하늘의 그 어떤 존재에게도. 소리가 있기는 했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다만 그의 입술이 움직였고, 그녀의 귓가에 숨결이 닿았다. 빛으로 풀려나가는 몸에서 나온 것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따뜻한 숨이었다. 오래 끓는 냄비 곁의 공기 같은, 그 온도.

수연의 감았던 눈이, 크게 뜨였다.

그녀의 손이 그의 소매를 더 세게 움켜쥐었다. 실밥이 늘어나도록, 천의 결이 손금에 박히도록. 무어라 되물으려고 입술이 벌어졌다— 그러나 그 물음이 소리가 되기 전에,

남아 있던 빛이 한꺼번에 흩어졌다.

소리는 나지 않았다. 그저 그의 몸을 이루고 있던 마지막 형태가, 마치 오랫동안 붙잡고 있던 숨을 놓아주듯이 조용히 풀려나가 하늘로 흩어졌다. 세게 움켜쥐고 있던 그녀의 손아귀가, 그대로 허공을 쥐었다. 소매의 감촉도, 그 온기도— 방금까지 분명히 거기 있던 모든 것이, 쥔 손 안에서 그대로 사라졌다.

그녀의 손이 허공을 붙잡은 채로 멈췄다. 귓가에는 아직, 그 숨결의 온도만 남아 있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 그가 서 있던 바로 그 자리에— 만년필 한 자루가 떨어졌다.

땡그랑, 하는 작고 메마른 소리가 광장 전체에 울렸다. 그 소리가 너무 또렷해서, 오히려 비현실적으로 들렸다. 몇 초 전까지 사람의 형체였던 것이, 지금은 그저 낡은 만년필 하나로 남아 돌바닥 위에 조용히 누워 있었다.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

광장에 모인 수백 명의 사람들, 하늘에 진을 친 수호자들, 형사와 세레나와 녹사와 소므니움과 비아— 그 모두가 그 자리에서 완전히 얼어붙은 것처럼 서 있었다. 소리도,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것 같았다. 방금 전까지 도시를 채우고 있던 그 모든 감정— 슬픔도, 분노도, 안도도— 이 완전한 침묵 앞에서는 아무 자리도 차지하지 못했다.


그 침묵은 오래가지 않았다.

하늘이, 한꺼번에 응답했다.

지금까지 조금씩 되돌아오던 별빛이— 세계 곳곳에서 조각조각 스치던 그 반환의 파노라마가— 이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이,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 노바 니발리스의 밤하늘 전체가, 지워졌던 별들을 일제히 되찾으며 폭발하듯 밝아졌다. 그것은 빛의 비였다. 수백만 개의 별빛이 마치 눈처럼 하늘 전체에서 쏟아져 내렸고, 그 빛은 땅에 닿기 직전에 아주 미세한 반짝임으로 흩어지며 도시 전체를 뒤덮었다.

도시 사람들은 그 별비를 맞으며, 저마다의 자리에서 그저 하늘을 올려다봤다. 누군가는 울었고, 누군가는 입을 벌린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고, 누군가는 옆 사람의 손을 꼭 붙잡았다. 이리스는 자신이 다시 켜둔 열 개의 별자리 위로 그보다 몇백 배는 많은 빛이 겹쳐 쏟아지는 걸 보며, 마침내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볼도는 그 광경 앞에서 여전히 아무것도 적지 못한 채, 그저 그 별비를 온몸으로 맞고 서 있었다.

수연은 만년필이 떨어진 그 자리 앞에서, 그 별비를 올려다보지 않았다.

그녀는 그 자리에 무릎부터 무너졌다. 돌바닥에 무릎이 부딪히는 둔탁한 소리가 났지만, 그녀는 아픔을 느끼지 못했다. 그리고 다음 순간— 그녀의 입에서, 이 도시의 누구도 들어본 적 없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울음이었다. 엉엉, 하고 우는 울음. 참다가 새어 나오는 흐느낌도, 소리를 죽인 오열도 아니었다. 어린아이처럼 입을 벌리고, 얼굴이 일그러지는 것도 잊은 채, 목이 쉬어라 토해내는 울음이었다. 낮의 수연은 울지 않는 사람이었다. 신들 앞에서도, 무너지는 세계 앞에서도, 검을 쥔 손이 얼어붙던 밤에도 그녀는 이를 악물고 버텼다. 우는 일은 언제나 밤의 몫이었다— 아무도 없는 얼어붙은 호숫가에서, 이불 속에서, 소리를 삼켜가며 혼자 치르던 일. 그런데 지금, 그 밤의 수연이 별빛으로 대낮처럼 밝아진 광장 한복판으로 걸어 나와 있었다. 수백 명이 보는 앞에서, 쏟아지는 별비 아래서, 그녀는 자신이 평생 숨겨온 울음을 전부 쏟아내고 있었다.

귓가에 남은 그 마지막 숨결의 온도가, 울음을 멈추게 해주기는커녕 자꾸만 더 밀어 올렸다. 그가 무엇을 속삭이고 갔는지, 그녀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을 것이었다. 어쩌면 평생. 다만 그 말이 거기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들려주고 사라질 수 있는 말이 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그녀는 울음을 그칠 수가 없었다.

비아가 그 곁으로 걸어왔다.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달래지도, 등을 쓸어주지도 않았다. 다만 수연의 옆에 나란히 무릎을 꿇고 앉았다— 이 울음이 끝날 때까지 몇 시간이 걸리든 함께 앉아 있겠다는, 문(門)다운 자세였다. 밀지 않는다. 재촉하지 않는다. 다만 곁을 지킨다.

형사는 그 울음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외면이 아니었다— 이 울음만은 관찰할 것이 아니라 그냥 들어야 하는 것이라는 걸, 그는 알았기 때문이었다. 그는 코트 안주머니의 낡은 메모를 꽉 쥔 채, 그녀의 울음소리가 별비 내리는 광장 가득 퍼져나가는 걸 등으로 들었다.

광장의 수백 명 중 누구도 그녀를 달래러 다가가지 않았다. 조용히 하라는 사람도, 민망해하며 시선을 피하는 사람도 없었다. 사람들은 다만 별비 아래 선 채, 그 울음이 제 갈 길을 다 갈 때까지 자리를 지켰다. 어떤 울음은 그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끝까지 울게 두는 것— 그것이 이 도시가 오늘 밤 그녀에게 갖출 수 있는 유일한 예의라는 걸, 모두가 말없이 알고 있었다.

형사는 광장 한쪽에서, 이윽고 다시 그 별비를 올려다봤다. 그는 지금까지 수많은 현장을 지켜봐 왔지만, 이런 종류의 결말은 처음이었다— 범인도 피해자도, 죄와 구원도 명확히 나뉘지 않는 결말. 그는 그저 자신이 본 마지막 장면 하나를 마음속에 새겼다. 만년필이 떨어지기 직전, 그 손이 수연의 손 위에 겹쳐지던 그 반쯤 남은 형체. 그것으로 충분한 결말이었다고, 그는 생각했다.

세레나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오래도록 움직이지 못했다. 그녀가 평생 써온 이 도시의 연대기에, 오늘 밤의 일을 뭐라고 적어야 할지— 그녀는 아직 그 문장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녹사는 증언대가 있던 방향을 향해 선 채, 여전히 눈물이 마르지 않은 얼굴로 하늘을 올려다봤다. 그녀의 곁에서, 파빌라는 두 손을 가슴에 모은 채 조용히 흐느끼고 있었다— 그 손 안에는, 언제라도 다시 꺼내 읽을 수 있도록 접어둔 편지의 감촉이 아직 남아 있었다.

소므니움은 비아가 떠난 자리에 홀로 선 채, 말없이 하늘을 올려다봤다. 그의 얼굴에서 평소의 장난기는 완전히 걷혀 있었다. 그는 지금 이 순간 자신이 느끼는 감정에, 이름을 붙이지 않기로 했다— 유혹의 신에게도, 이름 붙이고 싶지 않은 감정이 있다는 걸 그는 오늘 처음 알았다.

별비는 그 뒤로도 한참을 이어졌다. 도시의 모든 지붕 위로, 모든 골목과 광장과 얼어붙었던 수로 위로, 오래도록 잃어버렸던 빛이 고르게 내려앉았다. 그것은 축하도 애도도 아니었다— 그저 오랫동안 미뤄뒀던 빚을 갚듯, 하늘이 이 도시에게 돌려주는 마지막 몫이었다.

수연의 울음은, 별비가 잦아들 무렵에야 서서히 가라앉았다. 그녀는 그 빛 속에서 여전히 무릎을 꿇은 채였다. 목은 쉬어 있었고, 눈은 부어 있었고, 얼굴은 눈물 자국으로 엉망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그 얼굴을 닦지도, 가리지도 않았다. 그녀의 손끝에는, 아직 만년필의 차가운 감촉이 닿아 있지 않았다. 그녀는 그저 그 자리에 앉아, 손바닥에 남은 소매의 온기와 귓가에 남은 그 몇 마디의 무게를— 아무도 듣지 못한, 자신만이 받은 그 마지막 말을— 오래도록 붙잡아두려 애썼다. 담요를 처음 끌어당겼던 그 밤처럼, 그녀는 그 온기가 사라진 뒤에도 한참을— 아무 이유도 대지 않은 채— 그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비아는 그때까지도, 같은 자세로 그녀의 옆에 앉아 있었다.

도시 전체가, 그 별비 아래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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