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바 니발리스

제148화. 주작전 (상)

주작의 부리 사이에 응축돼 있던 서늘한 빛이, 마침내 하늘 전체로 터져 나왔다. 그것은 화염이었다— 형태로는 분명히 화염이었다. 그러나 그 화염이 떨어지는 궤적을 따라, 닿는 자리마다 하얀 서리가 순식간에 피어올랐다. 지붕 위로 떨어진 불티 하나가 짚단을 태우는 대신, 그 짚단 표면을 새하얗게 얼려 바스러뜨렸다.

그리고 그것은 마을 하나를 겨눈 규모가 아니었다. 지평선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하늘 전체가 통째로 아주 느리게 낙하하는 차가운 불의 장막이 되어 내려오고 있었다. 능선 너머 보이지 않는 들판에도, 어둠에 잠긴 먼 강줄기 위에도, 같은 불이 같은 속도로 내리고 있을 것이었다. 붉은 달을 등진 그 장막은 소름 끼치도록 고요했고— 고요해서 더, 이 하늘 아래 어디에도 피할 자리가 없다는 걸 한눈에 알게 했다.

"…이거, 진짜 이상한데." 수연이 검을 고쳐 쥐며 중얼거렸다.

그녀는 떨어지는 불티 하나를 손등으로 스치듯 피했다. 그 순간, 손등에 스친 부분이 화상이 아니라 동상 자국처럼 하얗게 질렸다— 뜨거움이 아니라 지독한 서늘함이 뼛속까지 파고드는 감각. 마치 불이라는 형태를 빌려, 그 안에 담긴 건 정반대의 것인 것 같았다.

공기 중엔 탄내 대신, 시린 쇠 냄새 같은 것이 옅게 감돌았다— 겨울 아침 얼어붙은 우물가에서 나는 냄새와 비슷했다. 수연은 그 낯선 냄새에 코끝이 시큰해지는 걸 느끼며 다시 검을 고쳐 쥐었다.

"태우는 게 아니에요." 레테가 골목 안쪽에서 소리쳤다. 그녀는 마지막 남은 주민 몇을 지하 창고로 밀어 넣으며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저건 꺼뜨리는 불이에요. 살아 있는 모든 걸 향한 소화기예요."

형사는 여관 노파와 그 손녀를 부축해 마당 지하 저장고 쪽으로 이끌고 있었다. 노파의 다리가 불편해 걸음이 느렸고, 그 사이 지붕 처마 끝으로 서늘한 불티 하나가 스쳐 지나가며 처마를 통째로 얼려버렸다. 처마가 유리처럼 쩍 갈라지며 무너져 내렸다.

"위험합니다!" 형사가 노파를 감싸 안으며 몸을 굴렸다. 등에 서늘한 냉기가 훅 끼쳤지만, 다행히 직격은 피했다. 그는 무너진 처마 조각을 걷어내며 노파를 일으켜 세웠다. "괜찮으십니까?"

"…나보다, 저 아가씨가." 노파가 하늘을 가리키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대장간의 늙은 대장장이도 자기 가게 앞에 나와 있었다. 그는 평생 갈아온 손도끼 한 자루를 손에 쥔 채, 골목을 헤매는 아이들 몇을 자기 가게 지하 저장고로 밀어 넣고 있었다. 육 대째 이어온 가게가 무너지는 걸 보면서도, 그의 손은 흔들리지 않았다.

"어서, 다들 들어가요!" 그가 소리쳤다. 그 목소리에는 오랜 세월 불 없이도 무언가를 지켜온 자 특유의 단단함이 배어 있었다.


수연은 검을 땅에 꽂고 두 손을 하늘로 펼쳤다. 검은 지금 쓸 도구가 아니었다— 필요한 건 칼끝이 아니라 포문과 성벽이었다. 마력이 그녀를 축으로 소용돌이치며, 마을의 하늘 전체를 덮는 반구형의 얼음 방벽이 솟아올랐다. 한 겹이 아니었다. 바깥 겹, 가운데 겹, 안쪽 겹— 서로 다른 결정 구조로 짠 세 겹의 돔이 순차적으로 맞물리며 마을을 통째로 감쌌다. 공연 때마다 제가 던진 운석을 제 손으로 받아 터뜨리던 그 실드— 도시 사람들이 '무대막'이라 부르던 그것을, 마을 하나 크기로 부풀린 것이었다. 돔이 완성되는 순간, 하늘에서 내려오던 서늘한 불의 장막이 그 바깥 겹에 정면으로 부딪혔다.

충돌의 순간, 소리부터 달랐다. 뜨거운 불과 얼음이 만났다면 났을 법한 지글거리는 소리 대신, 낮고 둔중한 파열음이 울렸다— 마치 거대한 유리판 두 장이 정면으로 부딪히는 소리. 그리고 그 접촉면에서, 하얀 안개가 폭발적으로 솟아올랐다. 열기가 얼음을 녹여 만든 수증기가 아니었다. 서로 다른 두 종류의 냉기가 부딪히며, 얼음의 결정 구조 자체가 급격하게 흐트러지는 순간의 승화— 그 승화가 만들어낸 안개였다.

하늘이 순식간에 그 안개로 뒤덮였다. 붉은 달빛이 그 안개를 뚫고 들어와, 온 하늘이 옅은 분홍빛으로 물들었다. 마을 사람들은 지하 창고 틈으로 그 광경을 올려다보며 숨을 죽였다.

"…예뻐요." 지하 창고에 웅크린 아이 하나가 무심코 중얼거렸다. 그 옆의 어머니가 황급히 아이의 입을 막았지만, 그 말은 이미 공기 중에 흩어진 뒤였다.

수연은 그 안개 속에서 이를 악물고 돔을 붙잡고 있었다. 바깥 겹의 표면이 서서히 금이 가기 시작했다— 서늘한 불줄기가 계속해서 내리꽂히며, 얼음의 결정을 하나씩 무너뜨리고 있었다.

"…버텨야 돼."

그녀는 무너지는 속도보다 빠르게 마력을 들이부었다. 갈라진 틈으로 새 얼음이 차오르며 메워졌지만, 붓는 쪽과 무너지는 쪽의 셈이 조금씩 기울고 있었다. 두 팔이 벌써 잘게 떨리기 시작했다.

막기만 해서는 답이 없었다. 수연은 돔의 유지를 왼손에 맡기고, 오른손을 하늘로 들어 올렸다.

"먹어봐, 그럼."

돔 바깥 겹의 표면이 수백 개의 포문처럼 열리며, 얼음 창들이 일제히 솟구쳤다. 삼백 발— 아니, 그 이상이었다. 창들은 저마다 다른 궤도로 밤하늘을 갈라 주작을 향해 쇄도했다. 그러나 차가운 불의 장막은 그 일제 사격을 피하지도, 맞서지도 않았다. 그냥 삼켰다. 창들은 장막에 들어선 자리에서 소리도 없이 사라졌다— 도중에 부러진 게 아니라, 날아가고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장막 안에서 지워지는 것 같았다.

점이 안 되면, 면이었다. 수연은 손가락을 하늘로 그어 올렸다. 불의 장막 바로 아래, 마을과 장막 사이의 허공에 검 수백 자루가 한꺼번에 결정을 맺었다— 창처럼 꿰뚫기 위한 날이 아니라, 비처럼 퍼붓기 위한 날들이었다. 뮤나 페브가 공연 중계 시절 '장마'라고 이름 붙인 뒤로 도시 사람들이 죄다 그렇게 부르던, 정작 그녀 자신은 그냥 '검 비'라고 부르는 마법. 다만 무대에서는 아래로 내리던 그 비가, 오늘은 거꾸로 쏟아졌다. 수백 자루의 검이 일제히 날끝을 하늘로 뒤집더니, 한 겹, 또 한 겹— 장막을 향해 폭우처럼 층층이 밀려 올라갔다. 한 장의 비가 삼켜지면 다음 장이, 그 다음 장이 그 위를 덮치는, 하늘을 거슬러 오르는 장마였다.

그러나 결과는 같았다. 장막은 그 비를 한 층씩, 소리도 없이 받아 마셨다. 검으로 가득했던 하늘이 몇 호흡 만에 도로 텅 비었다.

"…수첩이 모자라겠습니다." 형사가 잔해 뒤에서 그 광경을 올려다보며 낮게 중얼거렸다. 원정 내내 그녀의 마법을 사건 명명하듯 한 줄씩 적어온 수첩이었다— 그러나 이 사람의 무기고를 다 받아 적자면, 남은 페이지 수부터 세어봐야 할 것 같았다.

수연은 더 큰 패를 꺼냈다. 장막 너머, 하늘 꼭대기의 검은 허공에 소환진을 열고— 운석을 불렀다. 공연의 마지막을 장식한다고 도시에서 '피날레'라 불리던 그것. 다만 공연장에서 불꽃놀이 대용으로 던지던 것과는 각오부터 다른, 진짜로 떨어뜨리기 위한 운석이었다. 불타는 바위 덩어리가 대기를 찢으며 주작의 등을 향해 낙하했다. 주작은 고개조차 크게 틀지 않았다. 반쯤 꺼진 오른쪽 날개가 스치듯 한 번 움직였고— 낙하하던 운석이 공중에서, 불꽃 한 점 튀기지 않은 채 차갑게 다 타버렸다. 타오르던 표면이 순식간에 잿빛으로 식더니, 그 거대한 바위가 통째로 성긴 서리 알갱이로 풀어져— 마을 위로, 해로울 것 하나 없는 흰 가루가 되어 천천히 내려앉았다.

지하 창고 틈으로 그걸 올려다보던 사람들 눈에는, 그 광경이 어쩌면 첫눈처럼 보였을지도 몰랐다. 아름다웠다. 그리고 그래서 더, 절망적이었다. 그녀가 가진 가장 큰 패가, 저 새에게는 불꽃놀이만도 못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꺼뜨리는 불에는, 빛으로. 수연은 남은 패 중에서 개념으로 맞서는 쪽을 골랐다. 그녀가 손가락을 튕기자, 마을 하늘 열두 방향에 광점들이 일제히 맺혔다. 공연장의 조명 리그가 통째로 병기가 된 전방위 십자포화— 뮤나 페브가 중계석에서 "조명 들어갑니다!"를 외치고는, 무대를 비추던 빛이 모든 방향에서 동시에 들어와 한 점에 꽂힌다고 신이 나서 덧붙이던, 바로 그 대목이었다. 일순 주변이 공연장처럼 환해졌다. 지하 창고 틈으로 하늘을 올려다보던 아이들이 저도 모르게 숨을 삼킬 만큼, 분홍빛 안개 전체가 안쪽에서부터 빛났다. 그리고 열두 줄기의 광자 창이 사방에서 동시에, 차가운 불의 장막 심장부를 향해 내리꽂혔다.

빛의 창들은 장막을 실제로 꿰뚫었다. 처음이었다— 무언가가 저 장막을 뚫고 들어간 것은.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장막 안쪽에 박힌 빛기둥들이, 가장자리부터 한 줄기씩 소리 없이 잦아들기 시작했다. 타서 꺼지는 게 아니라, 누군가 조도를 천천히 내리듯— 하나, 또 하나. 열두 개의 빛이 전부 어두워지는 데 걸린 시간은 숨 세 번이면 족했다. 문명과 빛의 수호자가, 빛마저 회수하고 있었다.

"…빛 쏘는 것까지 먹네." 수연이 멍하니 중얼거렸다.

"방금 그건, 이 세계에 온 뒤 제일 밝은 순간이었어요." 레테가 골목 안쪽에서 그 잔광을 올려다보며 낮게 말했다. 제일 밝았고— 그래서 제일 아프게 꺼진 순간이기도 했다.


주작이 고도를 낮추며 다시 한번 날개를 펼쳤다. 이번엔 단발이 아니라, 연속적인 폭격이었다. 수십 개의 서늘한 불줄기가 동시에 하늘을 갈랐다. 수연은 금이 간 돔의 바깥 겹을 세로로 쪼개, 그 조각들을 방패처럼 겹겹이 세워 막아냈다. 불줄기가 벽 조각 하나에 박히는 순간, 그 조각 표면에 거미줄 같은 균열이 번개처럼 번지며 산산이 부서졌다— 파편이 사방으로 튀며 그녀의 뺨을 스쳤다. 뺨에 닿은 파편의 감촉은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그저 아릿한 마비감이었다.

"…이거, 스치기만 해도 감각이 죽는구나."

그녀는 뺨을 문지르며 중얼거렸다. 청룡의 안개 숨결이 스친 자리가 하얗게 얼어붙었다면, 이 불줄기가 스친 자리는 아예 감각 자체가 통째로 지워지는 것 같았다. 마치 살아 있다는 감각 자체를, 그 불이 회수해 가는 것처럼.

그녀는 땅에 꽂아뒀던 검을 도로 뽑아 쥐고, 다음 방패 조각을 세우며 다시 자리를 옮겼다. 불줄기 하나가 그녀의 발밑을 스치자, 그 자리의 흙이 순식간에 새하얗게 서리로 뒤덮이며 딱딱하게 굳었다. 발밑의 감촉이 통째로 바뀌는 그 짧은 순간, 그녀는 균형을 잃을 뻔하다 검을 지팡이 삼아 몸을 지탱했다.

"…한 발짝만 늦었으면."

그녀가 낮게 중얼거리며 자세를 고쳐 잡았다. 다음 불줄기는 머리 위에서 떨어졌고, 그녀는 검을 크게 휘둘러 얼음의 파편을 그물처럼 펼쳐 그 궤적을 흩트렸다. 불줄기가 그물에 걸려 산산이 흩어지며, 사방으로 서늘한 안개 조각들이 눈처럼 흩날렸다.

포격이 통째로 삼켜진다면, 남은 건 정밀 작업뿐이었다. 결국 제일 쉬운 도구로 되돌아온 셈이었다— 수연은 검을 고쳐 쥐고, 얼음 발판을 연달아 딛고 도약해 주작의 몸통 쪽으로 직접 접근을 시도했다. 발판 하나를 밟을 때마다, 발바닥을 타고 오르는 진동이 평소와 달랐다— 청룡의 등 위에서 느꼈던 그 육중한 울림 대신, 이번엔 뭔가 날카롭고 가는 떨림이었다. 마치 팽팽하게 당겨진 현을 밟고 서 있는 것 같은 감각.

그녀가 날개 뿌리 근처까지 다가가자, 사슬로 뒤덮인 왼쪽 날개가 반사적으로 크게 펄럭였다. 그 반동에 실린 냉기가 정면으로 몰아쳤고, 수연은 몸을 비틀어 겨우 스치듯 피했다. 스친 옷자락 끝이 그 자리에서 그대로 뻣뻣하게 굳어 부스러졌다. 그녀는 옷자락이 떨어져 나가는 걸 곁눈으로 보며 낮게 숨을 삼켰다.

"…옷까지 먹네, 이거."

그녀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다시 발판을 밟았다. 그러나 이번엔 발판이 채 굳기도 전에, 주작의 부리에서 새로운 불줄기가 그녀를 정면으로 겨눴다. 그녀는 급히 몸을 젖혀 낙하하듯 발판들을 연쇄로 부수며 지상으로 되돌아왔다. 착지의 충격이 무릎을 타고 올라왔고, 그녀는 잠시 그 자리에 주저앉을 뻔했다.

"…접근전은 안 되겠다." 그녀가 숨을 몰아쉬며 중얼거렸다. "쟤, 청룡이랑 달라. 나 붙잡을 틈을 아예 안 줘."


레테는 무너진 처마 사이, 떨어져 나온 주작의 깃털 하나를 발견했다. 반쯤 잿빛으로 죽은 깃털이었다. 그녀는 그 깃털을 조심스럽게 주워 들었다. 손끝에 닿는 깃대의 감촉은 뜻밖에도 서늘하지 않았다— 오히려 미지근한 온기가 아주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마치 오래전에 꺼진 화로의 재가, 그래도 아직 손바닥 온기 정도는 기억하고 있는 것처럼. 그 온기가 닿는 순간, 깃털 표면에 희미한 무늬가 떠올랐다가 잔물결처럼 번지길 반복했다— 기록을 읽어내는 그녀의 권능이 반응하고 있었다.

그녀는 잠시 눈을 감고, 그 깃털에 새겨진 시간을 거슬러 올라갔다. 형사가 그녀 곁에 다가와 낮게 물었다.

"뭐가 보입니까?"

레테는 눈을 뜨지 않은 채 답했다.

"…저항의 흔적이에요. 오래된 겁니다." 그녀의 목소리가 조금 떨렸다. "이 새는… 마지막까지 저항했어요. 실이 세 겹이에요."

"세 겹이요?" 형사가 되물었다.

"청룡의 사슬은 한 겹이었어요." 레테가 깃털을 눈앞에 들어 올리며 말을 이었다. "이 새는 그보다 훨씬 오래, 훨씬 여러 번 붙잡혔던 것 같아요. 첫 번째 실이 끊어지면 두 번째가, 두 번째가 끊어지면 세 번째가 대신 조여드는 식으로— 그 사람이 이 새 하나를 묶는 데, 두 번을 실패했다가 세 번째에야 성공한 흔적이에요."

그녀는 그 깃털을 가만히 가슴에 안았다.

"이 새는 세 번 저항하다 세 번 졌어요. 근데도— 네 번째를 준비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형사는 그 말을 들으며 하늘을 올려다봤다. 서늘한 불줄기들 사이로, 반쯤 꺼진 날개를 늘어뜨린 채 여전히 폭격을 이어가는 거대한 새의 실루엣이 보였다. 그 몸짓 어디에도 저항의 여지는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방금 들은 얘기가, 그 겉모습 이면에 다른 무언가가 있다는 걸 그에게 알려주고 있었다.

그때 골목 저편에서 비명이 들렸다. 조금 전 몰래 초를 켰던 그 젊은 어머니였다— 아이를 안고 대피하던 중, 무너지는 담벼락 잔해에 발이 끼인 것이었다. 담벼락 너머로 서늘한 불줄기 하나가 곧장 떨어지고 있었다.

"제가 갑니다!" 형사가 몸을 날렸다. 그는 잔해를 어깨로 밀어내며 여자의 발을 빼내고, 그대로 아이와 여자를 함께 끌어안은 채 옆 골목으로 굴렀다. 불줄기가 그들이 있던 자리를 정확히 강타했고, 그 자리의 돌바닥이 순식간에 서리로 뒤덮여 쩍쩍 갈라졌다.

"…감사합니다, 정말." 여자가 떨리는 목소리로 아이를 꼭 끌어안으며 말했다.

"괜찮습니다." 형사가 숨을 고르며 답했다. 그의 목소리는 침착했지만, 손끝은 아직도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는 두 사람을 부축해 가까운 저장고로 밀어 넣고서야, 다시 레테 쪽으로 돌아섰다.


돔의 바깥 겹이 완전히 스러진 건 이미 한참 전이었다. 가운데 겹이 그 뒤를 따랐고— 마침내 마지막 안쪽 겹이 크게 갈라졌다. 이번엔 완전히 무너졌다. 수연은 무너지는 얼음 파편 사이에서 몸을 굴려 겨우 직격을 피했지만, 그 여파로 어깨가 크게 흔들렸다. 그녀는 무릎을 꿇은 채 숨을 몰아쉬었다.

"…하나 더 세워야 되는데."

그녀가 검을 다시 짚으며 일어서려 했지만, 팔이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세 겹의 돔을 무너지는 속도보다 빠르게 메워온 마력이 바닥을 긁고 있었다. 두 팔은 제 것이 아닌 것처럼 떨렸고, 손끝에서는 마나가 실오라기처럼 끊겼다 이어졌다 했다. 운석을 무대장치로 던지던 마법사가, 온 힘을 쏟아붓고도 하늘 하나를 못 이기고 있었다. 그녀는 하늘을 올려다봤다. 주작이 다시 고도를 낮추고 있었다— 이번엔 마을 전체를 겨냥한,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안 되는 크기의 빛이 부리 사이에 모여들고 있었다.

'…이대로면, 못 막아.'

그 생각이 스치는 순간, 수연의 머릿속에 문득 다른 장면이 떠올랐다. 이리스가 마지막으로 그녀 손에 드론을 쥐여주던 그 순간, 그리고 그 장난스러운 웃음 뒤에 숨어 있던 어떤 확신. "이거 실패작인데, 왠지 버리기 싫더라고"— 그 말이 정말 그냥 흘린 농담이었을까. 그녀는 잠시 그 물음에 붙들렸다.

수연은 후드 속에 손을 넣어 꺼진 드론을 다시 꺼냈다. 손바닥 위에서, 그 죽은 별은 여전히 아무 빛도 내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그 무게 안에, 아직 확인하지 못한 무언가가 남아 있다는 걸— 근거 없는 확신으로 느꼈다. 그 새끼가 지운 것들 중에서도, 이리스만은 뭔가를 남겨뒀을 거라는 확신.

이리스는 늘 그런 식이었다. 다 됐다고, 이번엔 진짜 별거 아니라고 웃으면서, 정작 가장 중요한 걸 아무렇지 않은 말투에 숨겨서 건네는 애였다. 도시의 밤하늘에 별자리를 띄우던 그날도 그랬다— 좌표가 아니라 표식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지만 그건 원정대를 향한 온 도시의 마음을 압축한 신호였다. 이 드론도 다르지 않을 거라고, 수연은 그렇게 믿기로 했다.

그러나 믿음과 별개로, 손끝은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만약 이 드론이 정말 그냥 실패작이라면— 아무 프로그램도, 아무 빛도 남아 있지 않다면, 그녀는 이 마지막 승부수 하나를 그냥 허공에 날려버리는 셈이었다. 그다음엔 무엇으로 저 빛을 막을지, 그녀에게는 다른 패가 없었다.

그럼에도 그녀는 결국 이 선택을 하기로 했다. 이리스를 믿는 것과 이리스의 실패를 믿는 것이, 사실은 같은 문장이라는 걸 알았기 때문이었다. 실패해도 버리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 신입은. 그러니 이 드론도, 실패한 채로 버려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녀는 이를 악물고 몸을 일으켰다. 주작의 부리 사이에서 빛이 임계점까지 차오르고 있었다. 더는 돔 한 겹 세울 힘도 남아 있지 않았다. 남은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그녀는 온 힘을 다해 팔을 뒤로 젖혔다가, 그 꺼진 드론을 있는 힘껏 하늘로 던졌다.

"이리스! 지금이야!"

그녀의 외침이 안개로 뒤덮인 밤하늘에 갈라지듯 울려 퍼졌다. 드론은 서늘한 불줄기들 사이를 가로질러, 점점 더 높이, 붉은 달을 향해 날아올랐다. 그리고 주작의 부리 사이에서, 그 임계에 다다른 빛이 마침내 터져 나오려는 순간—

드론의 표면 어딘가에서, 아주 희미하게, 지금까지 한 번도 켜진 적 없던 작은 불빛 하나가 깜빡였다.

수연은 그 깜빡임을 놓치지 않고 올려다봤다. 심장이 크게 한 번 뛰었다. 착각일지도 모른다고, 그녀는 스스로를 다잡았다— 그러나 그 미약한 빛은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아주 조금씩, 조금씩 밝기를 더해가고 있었다. 마치 아주 먼 곳에서 누군가 스위치를 찾아 더듬고 있는 것처럼.

주작의 부리에서 터져 나오려던 거대한 빛이, 그 순간 아주 잠깐 멈칫했다. 마을 전체를 겨냥했던 그 압도적인 힘이, 마치 예상치 못한 것을 감지한 듯 흔들렸다. 붉은 달 아래, 하늘에 뜬 두 개의 빛— 하나는 문명과 빛의 수호자가 쥔 거대하고 서늘한 빛, 다른 하나는 죽었던 별에서 되살아나려는 아주 작은 빛— 이 서로 마주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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