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바 니발리스

제122화. 꿈의 귀환

홀트가 가게 문을 열고 들어온 건, 평소보다 이른 아침이었다.

그는 예전에 소므니움의 유혹을 처음으로 이겨낸 사람이었다 — 산 아래로 향하는 그 길을 몇 번이고 다시 오르며, 결국 자기 발로 도착한 사람. 그 뒤로 그는 이 도시에서 꽤 단단한 사람으로 통했다. 쉽게 흔들리지 않는, 자기 확신이 강한 남자.

그런 그가, 오늘은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

"…라면 하나 주게."

형사가 물을 올리며 물었다.

"무슨 일 있으셨습니까."

홀트는 카운터에 앉아, 한동안 말을 고르지 못했다. 그러다 마침내 입을 열었다.

"어제 꿈을 꿨어."

"어떤 꿈이었습니까."

"내 평생이, 전부 평탄했던 걸로 나왔어."

형사가 손을 멈췄다.

"…무슨 뜻입니까."

"내가 젊었을 때, 크게 실패한 적이 있었잖나. 그때 다 잃고 밑바닥까지 갔었지. 근데 꿈에서는 그 실패가 없었어. 나는 처음부터 순탄하게 여기까지 왔더군. 결혼도, 사업도, 전부 무난하게."

"그게 왜 무서운 겁니까. 좋은 꿈 아닙니까."

홀트는 고개를 저었다.

"무서운 게 뭔지 알아?"

그는 자기 손을 내려다봤다.

"깨고 나서도, 그게 더 맞는 것 같았어."

그 말이 가게 안에 무겁게 내려앉았다.

"몇 초 동안은 말이지, 진짜로 헷갈렸어. 내가 정말 실패한 적이 있었나? 아니면 원래 이렇게 평탄했나? 나는 실패를 극복한 사람이라는 게 내 자부심이었는데 — 그 자부심의 근거가 잠깐 흔들렸어. 마치 누가 내 기억을 살짝 밀어놓은 것처럼."

형사는 그 이야기를 들으며 국물을 뜨는 손이 조금씩 느려졌다.

"지금은 어떻습니까. 지금은 확실합니까? 실패하셨던 게."

홀트는 오래 침묵하다가 답했다.

"…확실해. 근데 그 몇 초의 헷갈림이, 계속 마음에 걸려. 마치 문 하나가 잠깐 열렸다가 닫힌 기분이야."


홀트가 떠난 뒤, 수연은 카운터 구석에서 그 대화를 전부 들었다.

그녀는 국물 그릇을 앞에 두고도 젓가락을 들지 않았다.

"…실패했던 기억이 없어지는 거."

그녀가 혼잣말처럼 흘렸다.

"그거, 내가 라면사장한테 물었던 거랑 똑같잖아."

형사가 그녀를 봤다.

"뭘 물으셨습니까."

"내가 사랑한 게 변수냐고. 지우고 안 지우고를 그 나쁜 새끼가 계산하는 거냐고."

수연은 그릇 속 국물의 표면을 오래 들여다봤다.

"홀트 아저씨 꿈에서 지워진 건 실패야. 근데 실패가 없으면, 그 실패를 극복한 사람도 없어져. 지금의 홀트 아저씨는 실패를 이겨낸 사람이라서 여기까지 온 거잖아. 그 부분을 지우면—"

그녀는 말을 끝맺지 못했다. 그러나 형사는 그 뒷말을 짐작할 수 있었다.

"…지금의 그 사람이 아니게 되는 거군요."

"응."

수연이 젓가락을 들었다가 다시 내려놓았다.

"그 망할 놈이 하는 짓, 겉으로는 다 좋아 보여. 근데 결국 하는 짓은 똑같아. 사람들이 지금의 자기가 되기까지 겪은 것들을, 자기 마음대로 편집하는 거."

그녀는 후드 끈을 만지작거렸다.

"나도 그렇게 편집당할 뻔했어. 그 짜증나는 새끼가 내 사랑을 지우려고 했을 때. 근데 나는 지금, 그때 그 감정을 지우지 않은 걸 다행이라고 생각해. 아파도, 그게 나였으니까."

형사는 그 말을 듣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이 사건의 본질을 다시 한번 정리했다. 이건 단순한 삭제 사건이 아니었다. 사람들에게서 "지금의 자신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훔치는 사건이었다.


그날 오후, 비슷한 이야기가 또 들어왔다.

이번엔 손님이 아니라, 라디오 방송을 통해서였다. 뮤나 페브가 심각한 얼굴로 마이크 앞에 앉아 있었다.

"오늘도 이상한 사연이 많이 들어왔습니다. 다들, 어젯밤 비슷한 꿈을 꾸셨다고 해요. 자기 인생에서 제일 힘들었던 일이, 사실은 없었던 일로 나오는 꿈. 그리고 깨고 나서도 그게 진짜 같았다는 분들이 많으시네요."

그녀는 잠시 방송을 멈췄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이거, 저만 무서운가요?"

가게 안에서 그 방송을 듣던 손님들 사이에 침묵이 흘렀다.

형사는 그 침묵 속에서 수첩을 꺼내 새 항목을 적었다.

- 집단 꿈 현상: 실패·상실의 기억을 "없었던 것"으로 재편집
- 특징: 깨어난 뒤에도 재편집된 기억이 더 "맞는 것" 같은 느낌 잔존

그는 그 항목 밑에, 조금 더 굵은 글씨로 적었다.

"이건 소므니움의 방식과 닮았다. 그러나 다르다. 예전 소므니움은 선택하지 않은 미래를 보여줬다. 이번엔 — 이미 선택했던 과거 자체를 바꾼다."

그날 오후 늦게, 가게에 또 한 사람이 찾아왔다. 리브 아넬이었다. 시든 꽃만 파는 그 수레의 주인 — 한때 소므니움이 완벽하게 시들지 않는 정원을 제안했다가 거절당했던 상대.

그녀는 평소처럼 담담한 얼굴이었지만, 눈가에 옅은 그늘이 있었다.

"…나도 어젯밤에, 이상한 꿈을 꿨어요."

그녀가 카운터에 앉으며 말했다.

"무슨 꿈이었습니까."

형사가 물었다.

"내 정원이 안 시들었어요. 그 사람이 예전에 나한테 보여줬던 것처럼. 근데 이상하게, 꿈속에서도 마음 한구석이 허전했어요. 왜인지 알아요?"

그녀는 잠시 뜸을 들이다가 답했다.

"내가 꽃을 파는 이유는, 시든 꽃도 팔 가치가 있다는 걸 증명하고 싶어서였거든요. 근데 꿈에서는 그 이유 자체가 없어졌더라고요. 안 시드는 꽃을 팔면서, 나는 아무것도 증명할 필요가 없었어요."

그녀는 씁쓸하게 웃었다.

"편했어요. 근데 그 편함이, 나답지가 않았어요."

형사는 그 이야기를 들으며, 자신의 수첩에 또 한 줄을 추가했다.

- 공통 증상: 재편집된 기억은 늘 "더 편하지만, 더 그 사람답지 않다"

그는 그 문장에 밑줄을 두 번 그었다.


해가 기울 무렵, 형사는 국물 찌꺼기를 버리러 뒷골목에 나갔다가 문득 걸음을 멈췄다. 빵집 굴뚝에서 흘러오는 냄새가 오늘도 완벽했다. 원래 이 골목의 아침은 탄내로 시작하는 법이었다 — 빵집 주인은 새 화덕을 마다하고 옛날 화덕을 고집하는 사람이라 첫 판은 으레 태워먹었고, 그 탄내가 골목의 자명종 노릇을 했다. 그런데 요 며칠, 탄내가 없었다. 빵 냄새는 매일 아침 정확히 같은 시각에, 정확히 같은 농도로 골목을 채웠다.

그러고 보면 이상한 건 냄새만이 아니었다. 아침 골목에서 뛰는 발소리가 사라졌다. 지각하는 사람이 없어졌다는 뜻이었다. 창문마다 앉는 성에도 어딘가 달랐다 — 예전에는 유리마다 제멋대로 뻗던 얼음 무늬가, 요즘은 어느 집 창을 봐도 비슷하게 단정한 결로 앉았다. 하나하나는 사소했다. 그러나 그 사소한 것들이 전부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다.

가게로 돌아와 얼마 지나지 않아, 구두 수선공 얀 브로테가 문을 밀고 들어왔다. 그는 이 도시에 도착한 첫날부터 남의 신발만 고치며 살아온 사람이었고, 그의 작업대 위 선반 제일 높은 칸에는 그가 절대 손대지 않는 장화 한 짝이 얹혀 있었다. 동생과 마지막으로 싸운 날, 동생이 고쳐놓으라고 던져놓고 가버린 — 그리고 끝내 찾으러 오지 않은 장화였다.

"나도 꿨어, 그 꿈." 그가 자리에 앉기도 전에 말했다. 손에는 그 장화가 들려 있었다. 가죽이 굳고 빛바랜, 수십 년 묵은 장화. "꿈에서는 그 싸움이 없었어. 동생이랑 나는 화해했고, 이 장화는 곱게 고쳐서 돌려줬더군. 걔가 그걸 신고 웃으면서 걸어가는 것까지 봤어."

형사가 조심스레 물었다. "…좋은 꿈 아닙니까. 화해하셨다면서요."

"그래, 다들 그렇게 말하겠지." 얀은 장화를 카운터 위에 올려놓았다. 낡은 가죽에서 희미하게 구두약 냄새가 났다. "근데 깨자마자 선반부터 봤는데, 이게 잠깐 — 그냥 낡은 가죽 쪼가리로 보였어. 한참을 쳐다보고서야, 이게 뭔지 다시 생각났다고."

그는 장화의 터진 솔기를 엄지로 문질렀다. "이 싸움은 내 거야. 화해 못 한 채로 평생 들고 가기로 내가 정한 짐이라고. 이걸 안 고치고 두는 게, 내가 걔를 계속 기억하는 방식이었어. 그런데 누가 내 허락도 없이 이걸 '고쳐'놓으면 — 나는 걔를 어디에 두고 살아야 하나."

형사는 그 말을 수첩에 옮기며, 앞서 적어둔 항목 아래에 새 줄을 보탰다.

- 재편집은 상처만 고르지 않는다. 본인이 소중히 붙들고 있는 미완(未完)까지 "고친다"
- 어떤 미해결은 상처가 아니라 보관함이다


녹사가 가게에 들른 것은 그날 저녁이었다.

그녀는 요즘 도시 곳곳을 순찰하듯 돌아다니는 일이 잦아졌다. 통증과 경고의 수호신답게, 그녀는 도시의 미묘한 온도 변화를 누구보다 먼저 감지했다.

그녀가 가게 문턱을 넘는 순간, 걸음을 멈췄다.

"…이 냄새."

그녀가 코를 킁킁거리듯 허공을 향해 고개를 기울였다. 실제로 냄새를 맡는 건 아니었다 — 그녀의 감각은 그런 식으로 작동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 표현 외에는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

"소므니움이다."

그녀가 말했다.

형사가 고개를 들었다.

"그 신, 얼마 전까지 도시를 떠돌다가 사라졌다고 들었는데요."

"그런데—"

녹사가 미간을 좁혔다.

"소므니움이 아니다."

형사는 그 모순된 문장을 이해하지 못한 얼굴로 그녀를 봤다.

"…무슨 말씀이십니까."

"소므니움의 결이 맞다. 그런데 그 안에 소므니움이 없다."

녹사는 그 감각을 정확히 언어화하려 애썼다.

"악기는 그대로인데, 연주자가 바뀐 느낌이다. 소므니움 특유의 유혹의 무늬는 그대로다. 근데 그 무늬 안에 담긴 의지가 — 없다. 텅 비어 있다. 마치 누가 소므니움의 손을 붙잡고, 대신 연주하는 것 같다."

가게 안이 조용해졌다.

수연이 카운터에서 그 대화를 듣다가, 낮게 물었다.

"…그럼 소므니움은 어디 있는데요."

녹사는 대답하지 못했다. 대신 그녀의 표정에, 처음으로 명확한 분노가 떠올랐다.

"누군가 소므니움을 붙잡았다. 그리고 그 손을 조종해서, 도시에 이 꿈을 뿌리고 있다."

그녀는 그 자리에서 오래 침묵하다가, 낮게 덧붙였다.

"만약 내 짐작이 맞다면 — 이건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신을 붙잡을 수 있는 존재는, 이 세계 어디에도 흔치 않다."

아무도 그 말에 대꾸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 자리의 몇몇은, 이미 그 답을 짐작하고 있었다.


그날 밤, 가게가 문을 닫은 뒤.

비아는 카운터 위에서 웅크린 채 자고 있었다. 형사가 마지막 정리를 마치고 등불 하나만 남긴 채 자리를 뜨려던 참이었다.

그때 비아가 갑자기, 소리 없이 울기 시작했다.

형사는 그 모습에 놀라 다가갔다.

"…비아?"

비아는 눈을 감은 채였다. 자면서 울고 있었다. 눈물이 조용히 흘러내려 카운터 위에 작은 자국을 남겼다.

형사가 그녀를 조심스레 흔들어 깨웠다.

"괜찮으십니까."

비아가 눈을 떴다. 눈물이 아직 마르지 않은 얼굴이었다.

"…뭘 봤길래 그러십니까."

비아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천천히 말했다.

"기억이 흔들렸다……이다."

"기억이요?"

"내 안에, 그 사람이 남긴 기억이 있다……이다. 라면가게의 기억, 기다리는 마음, 물부터 올리는 습관 — 그런 것들."

그녀는 자기 가슴께를 손으로 짚었다.

"오늘 밤, 그 기억들이 잠깐 흐려졌다……이다. 마치 누가 옆에서 비슷한 다른 기억을 덧대려고 한 것처럼."

그녀는 그 감각을 애써 설명했다.

"라면가게의 기억을 떠올리려고 하면, 원래는 이 카운터, 이 냄새, 이 소리가 또렷하게 떠오른다……이다. 근데 오늘은 잠깐 — 다른 가게가 떠올랐다……이다. 더 깨끗하고, 더 조용하고, 아무도 안 다치는 가게. 그런데 그 가게에는, 내가 없었다……이다."

형사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당신을 지우려고 한 거군요. 이 기억에서."

"그런 것 같다……이다."

비아는 다시 눈물을 흘렸다. 이번엔 자면서가 아니라, 깨어 있는 채로.

"무섭다……이다. 내가 가진 것 중에 제일 소중한 게 그 기억들인데. 그게 흔들리는 걸 느끼는 게, 이렇게 무서운 건지 몰랐다……이다."

형사의 얼굴이 굳었다.

"그럼 지금은—"

"돌아왔다……이다."

비아가 젖은 눈가를 훔치며 답했다.

"그 기억들은 이미 살아진 것들이라서, 완전히 못 지운다……이다. 그런데 아주 잠깐은, 흔들 수는 있는 모양이다……이다."

그녀는 다시 눈물을 닦았다.

"무서웠다……이다. 그 사람이 나한테 준 기억이, 조금이라도 흐려지는 게."

형사는 그녀의 등을 가만히 두드렸다.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마음속으로, 오늘 밤 들은 모든 것들을 하나의 문장으로 정리했다.

이 도시에 침입한 꿈은, 이제 사람들의 기억뿐 아니라 — 이미 완결되었다고 믿었던 것들, 삭제 불가능하다고 확신했던 것들까지 건드리기 시작했다.

저항의 마지막 보루라 믿었던 것이, 처음으로 흔들렸다.

그는 그 밤, 비아가 다시 잠들 때까지 카운터 옆을 지켰다. 그리고 자기 코트 안주머니에 든 낡은 메모를 손끝으로 매만졌다. 아직 지켜야 할 부탁이 하나 더 늘었다는 걸, 그는 조용히 되새겼다.

다음 날 아침, 그는 세레나를 찾아갔다. 며칠 전 그녀가 남긴 말이 계속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었다 — 이 도시에 새로 도착하는 사람이 끊겼다는 것.

"혹시 짐작 가시는 게 있으십니까."

그가 물었다.

세레나는 창가에 서서 오래 침묵하다가 답했다.

"도착이 멈춘 이유가, 이제 조금 짐작이 갑니다."

"말씀해주십시오."

"이 도시는 자기 이야기를 끝낸 사람들이 오는 곳입니다. 그런데 만약 — 누군가 그 사람들의 '끝'을 미리 편집해버린다면요. 원래는 실패와 상실을 딛고 끝에 도달했어야 할 이야기가, 처음부터 아무 일도 없었던 이야기로 바뀐다면."

그녀는 고개를 돌려 형사를 봤다.

"그 이야기는 끝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끝날 만한 무게 자체가 없어지니까요. 그런 이야기는 여기 도착할 필요가 없어요."

형사는 그 말의 무게를 오래 곱씹었다.

"…그러니까 지금, 도착해야 할 사람들이 아예 도착 자체를 못 하고 있다는 겁니까."

"그런 것 같습니다."

세레나가 낮게 답했다.

"그리고 그게 계속되면 — 언젠가는, 이미 도착한 우리들의 이야기도 같은 방식으로 편집될지 모릅니다."

가게로 돌아오는 길, 형사는 하늘을 올려다봤다. 평소와 다를 것 없는 잿빛 하늘이었다. 그러나 그는 이제, 그 하늘 어딘가에서 셀 수 없이 많은 이야기들이 조용히 편집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빵집 앞을 지날 때, 오늘도 탄내 없는 완벽한 빵 냄새가 골목을 채우고 있었다. 그는 그 완벽한 냄새 속에서 얀 브로테의 낡은 장화와, 홀트의 흔들렸다는 몇 초를 나란히 떠올렸다. 지워지는 것은 늘 이렇게 좋은 냄새를 풍기며 온다 — 그 문장만은 수첩에 적지 않아도 잊히지 않을 것 같았다.

그는 걸음을 서둘렀다. 이 도시가, 그리고 이 가게가 다음 편집 대상이 되기 전에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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